케이블 TV 시청자, 얼굴 '화끈' 달아오르네

[TV를 바꾸자]케이블TV 연예 프로그램의 선정성

등록 2006.04.17 16:35수정 2006.04.1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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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영 기자]최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연예전문 케이블채널 YTN STAR '생방송 스타 투데이'를 대상으로 시청자 사과 및 인터넷 동영상 금지, 관계자 징계 등을 요구했다. 지난 3월 24일 방송된 '가슴미녀 전성시대-미녀스타의 섹시 코드는 가슴?'이 여성의 가슴을 성적 대상화하고 비하했기 때문.

케이블TV 채널간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점차 선정적인 TV프로그램 제작물들이 늘고 있다.
케이블TV 채널간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점차 선정적인 TV프로그램 제작물들이 늘고 있다.우먼타임스
문제가 된 방송은 영화 <애마부인>의 주연배우 안소영을 비롯해 김혜수, 이효리, 한채영, 레이싱걸들의 노출된 가슴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보여줬다. 또한 "우리나라 여성이 바라는 가슴 사이즈는 B컵과 C컵의 중간이다", "사발형보다는 원추형을 예쁜 가슴이라고 한다"는 등의 성형외과 전문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민우회는 "전적으로 남성의 시각에서 여성 연예인의 모습을 가슴이라는 특정 부위만 부각시켜 비하하고 조롱하며 성적 대상화시키고 있다"면서 "남성의 관음증을 유발하는 언어와 화면들을 보여줌으로써 공적 매체인 방송에서 여성들을 성희롱했다"고 비판했다.

민우회의 요구에 대해 YTN STAR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시청자 사과 등 적극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고, 아무런 공지 없이 인터넷 동영상만 내린 상태다. 조만간 방송위원회 심의가 열릴 예정이지만 지금까지의 관례로 보아 적극적인 조치가 내려질지는 미지수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연예 프로그램은 타 케이블 채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화오락채널 XTM의 <러브 서바이벌 S>는 "대한민국 선남선녀들의 화끈, 후끈, 새끈한 데이팅 리얼리티쇼"를 표방한다.

기획부터 자극적인 이 프로는 6명의 여성이 한 남자를 유혹해서 선택받게 되면 300만원의 데이트 비용과 100만원 상당의 커플링이 상으로 주어지는 내용이다. 자극적인 춤과 선정적인 애무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은 현재 시리즈 2를 방송하고 있다.

kmtv의 '재용이의 순결한 19'도 문제가 되고 있다. 전격 차트 프로그램을 표방하는 이 프로는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 심사단과 인터넷 투표를 통해 핫 토픽을 소개한다. 하지만 설문의 내용은 '가장 훔치고픈 가슴은?' '가장 궁금한 스캔들은?'처럼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말초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동아TV도 연예인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성형수술을 부추기는 '스타메이커'를 방송해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비슷한 기획의 '도전 신데렐라 미국편'을 여전히 방송하고 있다.

이 밖에 케이블채널 연예 프로가 스타들의 홍보대리전을 치르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스타들의 광고·영화·드라마 촬영 소식을 반복적으로 전하면서 간접 홍보를 해주고 있는 것. 스타의 동정과 신변잡기를 집중적으로 전해주는 비슷한 형식의 연예 프로그램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윤정주 사무국장은 "선정성, 외모지상주의, 간접 홍보 등 케이블채널 연예 프로의 문제가 고쳐지지 않는 원인은 방송위가 70여 개의 케이블채널을 감시하고 조치할 수 있는 실질적 법조항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면서 "자극적이고 폭력적, 선정적인 내용에 집착하는 시청자들의 태도도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케이블채널 연예 프로 편성을 맡고 있는 한 PD는 "공중파, 그리고 다른 케이블채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은 결국 시청률을 올려 광고를 많이 따내는 수밖에 없다"면서 "선정적인 프로와 아이돌 스타들을 초대해 신변잡기를 묻는 형식의 프로가 주력 시청자층인 10대를 잡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10대 팬들이 방송 중 보내주는 SMS 문자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익원이기 때문에 무조건 스타를 모셔와야 한다"고 실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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