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십계', 이렇게 보면 더 재밌다

[꼬투리의 falling in 뮤지컬 10] 웅장한 스케일로 객석 압도하는 '레 딕스 십계'

등록 2006.04.20 10:23수정 2006.04.2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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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룸이엔티

2시간 30분여 공연시간(인터미션 포함) 내내 기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스펙터클한 무대와 함께 독특한 안무가 돋보이는 배우들의 몸동작이었다.

커튼콜에서 확연히 드러나듯 군무에서 나타난 배우들의 춤실력은 비보이들의 그것에 견줄 정도이며, 안무가 카멜 우아리(Kamel Ouali)가 선보이는 현대무용이 가미된 역동적인 안무는 놀라움을 금치 못할 만큼 대단하다.


사견임을 전제로, 뮤지컬 '십계'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문은 그래서 안무라 감히 말하고 싶다. 카멜 우아리는 71년 파리 출생으로 프랑스와 미국에서 댄서와 안무가 교육을 받았다. 그 후 톰 존스와 머라이어 캐리의 안무뿐 아니라, 랄프로렌, 디젤, 입생로랑 등 유명브랜드의 쇼 안무를 담당하며 화려하고 감각적인 무대를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뮤지컬 '십계'에서 선보이는 안무는 작곡가 파스칼 오비스포(Pascal Obispo)의 장쾌한 리듬에 맞춰 물흐르듯 자연스레 이어지며, 그 춤 동작은 신선하고 경이롭게 느껴진다. 그들의 몸짓 하나하나에서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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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룸이엔티

댄서들의 현란하고 아름다운 춤은 어느 순간에서는 서커스의 한 장면을, 또 다른 순간에는 전위예술의 한 대목을 떠올리게 한다.

'영혼을 울리는 기적의 뮤지컬'이라는 홍보문구와 같이 뮤지컬 '십계'는 과연 감동적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혼을 울릴 정도의 감동은 느끼기 어렵다.

무엇보다 히브리민족이 애굽에서 탈출하는 과정을 그리기 위한 빠른 극의 전개는 관객들에게 숨가쁘게 다가와, 아름다운 음악과 황홀하리만큼 멋진 춤의 세계, 그리고 스토리라인에 빠져드는 데 장애요소로 작용한다.


다행히 2막에서는 완급조절이 되기에 좀 더 편안한 상태에서 극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온전하게 뮤지컬을 감상하는 데 지장을 주는 요소는 여전히 버티고 있다. 바로 너무 스펙터클한 무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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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룸이엔티

40피트 대형컨테이너 42대 분량을 자랑한다는 어마어마한 세트 덕분에 객석의 관객들은 평소 접하기 어려운 광대한 무대에 감탄을 금하지 못하지만, 한편 이 대단한 자랑거리인 무대는 관객들을 대단히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오리지널 캐스트들이 출연하는 뮤지컬인지라 양옆에 마련된 자막을 통해 극의 내용을 전달받아야 하는데, 너비 55m, 높이 17m의 무대와 자막을 함께 보기란 인간의 눈으론 불가능해 보인다.

당연히 자막을 보려면 노래하는 배우를 따라잡을 수 없고, 주인공의 움직임을 쫓다 보면 자막을 제대로 읽어내기 어렵다. 더구나 워낙 커다란 공연장이다 보니 R석에 앉아서도 주연배우들의 표정은 전혀 볼 수 없다. 영상장치를 통해 줌인된 배우들을 볼 수 있으려니 하는 기대는 물 건너간 지 오래다.

결국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 기자는 혼란스러운 와중에 결단을 내린다. 극의 줄거리와 인물에 대한 사전정보를 숙지해 놓은 터라 아름다운 선율과 안무에 충실키로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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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룸이엔티

결정을 내린 후 자막에서 시선을 끊고 오롯이 무대의 배우들, 특히 군무를 하고 있는 댄서들의 춤에 빠져든다. 뮤지컬 '십계'를 보러 갈 관객들이 꼭 주의해야 할 점이다.

인물관계가 복잡하고 서사적으로 전개되는 탓에 미리 시놉시스와 인물간의 구도를 홈페이지를 통해 탐독해 놓아야만, 극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것이다.

이제 주연배우들의 연기와 노래실력에 대해 얘기해 보자. 초반부에만 해도 주인공인 모세와 람세스의 노래는 딱히 빛을 발할 만큼 대단해 보이진 않는다.

그래서인지 극 중 모세와 혼인을 맺는 시뽀라 역(클라리스 라바낭; Clarisse Lavanant)의 가창력이 상대적으로 눈길을 끄는 게 사실이다. 감미로운 기타 선율에 맞춰 노래하는 시뽀라의 노래는 촉촉하게 감성을 자극한다.

특히 시뽀라와 요시벨이 모세에게 히브리민족을 해방시켜야 한다고 설득하는 장면에서 듀엣곡은, 절절한 음성과 탁 트인 성량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하모니로 객석을 감동시킨다. 또한 시뽀라와 미리암의 앙상블도 눈여겨 볼만 한 대목이다.

a 모세 역을 맡은 세르지오 모스케토(Sergio Moschetto;오른쪽)와 람세스 역의 아메드 무이시(Ahmed Mouici)의 공연장면

모세 역을 맡은 세르지오 모스케토(Sergio Moschetto;오른쪽)와 람세스 역의 아메드 무이시(Ahmed Mouici)의 공연장면 ⓒ 이룸이엔티

극이 점점 무르익을수록 모세와 람세스 역을 맡은 세르지오 모스케토(Sergio Moschetto)와 아메드 무이시(Ahmed Mouici)의 출중한 노래실력은 진가를 발휘한다.

특히 고음에서의 탁월한 처리는 한국의 로커 중 가히 최고라 할 김경호의 그것을 능가할 만큼 완벽해 보인다. 온몸에 전율이 느껴질 정도다. 2막을 시작하면서 들려주는 모세의 독백 부분이 그 절정의 순간이라 하겠다.

모세의 음성은 약간 중성적인 듯하면서도 카리스마가 넘쳐 극이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그의 매력 속에 푹 빠져들게 한다.

뮤지컬 '십계'를 보고 있노라면 영화와 뮤지컬을 동시에 관람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기 쉽다. 이집트의 왕실을 그대로 재현해 낸 듯한 무대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한 채, 나머지 상황들은 3개로 나눠진 대형 영상장치를 통해 극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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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룸이엔티

관객들은 이 영상을 통해 극의 전개에 따른 상황을 더 실감나게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십계'의 하이라이트라 할 홍해가 갈라지는 장면은 어떻게 재현해 냈을까.

그 궁금증은 공연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다만 요란하게 홍보한 것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탓인지, 그 감동은 예상했던 만큼 크지 않았다.

앞에는 풍랑 치는 홍해가 버티고 있고 뒤에서는 이집트군사들이 쫓아오는 급박한 상황에서, 숨을 죽이고 뚫어져라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들이 조금은 허탈해 할 수도 있으리라.

히브리민족의 해방을 외치는 요시벨과 군중의 합창 부분에서 극의 분위기는 제대로 무르익고 관객들은 극에 완전히 몰입하게 된다. 완강히 버티는 람세스 때문에 내려지는 열 가지 재앙을 표현해내는 장면에서 무대는 원색적인 색감으로 물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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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룸이엔티

나일강이 피로 물들게 되는 첫 번째 재앙부터 온 나라가 암흑에 뒤덮이는 아홉 번째 재앙까지 무대는 숨가쁘게 전환되고, 그 아름다운 색감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결국 람세스의 아들을 포함한 이집트의 장자들이 희생되는 열 번째에 이르러서야 재앙은 마무리된다.

뮤지컬 '십계'는 한 편의 무용극 그리고 다른 한 편의 음악회를 따로 본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프랑스 뮤지컬의 특징이 노래를 하는 가수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그리고 춤을 추는 댄서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된 것이라 하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뮤지컬이 연기와 노래, 안무가 결합한 종합예술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뮤지컬 '십계'는 썩 잘 만들어진 것이라는 데 이의를 달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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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룸이엔티


인생은... 끝없는 영원의 시작이다

막이 내려지기 전 십계명을 전하며 모세가 남기는 대사는 강한 여운을 남긴다. 그 의미를 굳이 종교적으로 해석하려 애쓰지 않아도 말이다.

프랑스와 일본에서 대단한 흥행기록을 세웠다는 뮤지컬 '레딕스-십계'. 과연 한국에서도 그 흥행가도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그 결과가 사뭇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 *뮤지컬 '레 딕스 십계'는 5월 9일까지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공연됩니다.

*맛있는 음식과 멋스런 풍경사진을 테마로 하는 제 홈피 '멀리서 바라보다 뜨겁게 사랑하기' 
(http://blog.naver.com/grajiyou)에도 올려 놓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뮤지컬 '레 딕스 십계'는 5월 9일까지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공연됩니다.

*맛있는 음식과 멋스런 풍경사진을 테마로 하는 제 홈피 '멀리서 바라보다 뜨겁게 사랑하기' 
(http://blog.naver.com/grajiyou)에도 올려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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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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