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정당 대변인 4인 4색

열린우리당 우상호, 한나라당 이계진, 민주당 이상열,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을 말하다

등록 2006.04.19 10:56수정 2006.04.2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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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

우먼타임스
정제의 미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180cm의 큰 키에 준수한 외모, 단정한 옷차림으로 세련되고 도시적인 이미지를 지녔다. 그가 좋아하는 패션 아이템은 흰 와이셔츠에 파스텔톤 노란색 넥타이, 또는 푸른 셔츠에 와인빛 타이. 많은 정치인들이 선호하는 패션 스타일인 셈. 하지만 그가 하면 왠지 달라 보인다. 깔끔한 외모 덕분일까. 17대 의원들 가운데서도 우 의원은 '얼짱' 0순위로 손꼽힌다.

그는 정동영 의장체제 출범과 함께 대변인으로 발탁됐다. "우리당 지도부는 외모 순으로 뽑는 거 아니냐?"라고 묻자, 수줍은 소년처럼 미소를 지으며 정작 자신은 '촌놈'이라고 손사래를 친다. 그러고 보니 그가 낸 책 제목도 '촌놈'이다.

그의 고향은 강원도 철원이다. 군대에 다녀와서 늦깎이 운동권 학생이 된 우 의원은 1987년 6월항쟁 때, 연세대 총학생회장으로 시위를 주도했다. 이한열 열사 장례식에서 영정을 들었던 청년이 바로 그다. 국문학과 81학번인 그의 꿈은 시인이었다. 학창 시절 윤동주문학상, 5월문학상을 수상했고, 대학 졸업 후엔 출판사를 차리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논평은 비유와 상징이 많이 사용되며 쉽고 압축돼 있다. 언어 선택도 정제되고 섬세한 편이며, 품격 있는 논평이라는 평가. 그는 문학도로서 언어의 유희가 갖는 한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좀 더 논리 정연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답했다.

"전여옥(한나라당), 유종필(민주당) 전 대변인은 자극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편이죠. 보기엔 매우 현란하지만 그런 사과엔 독이 들어 있기 마련입니다. 감정을 자극하는 저주의 언어는 지양되어야 합니다."


그는 집권 여당의 대변인으로서 "촌철살인의 예리한 비판은 하되 증오의 언어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가장 보람 있을 때는 아마도 야당의 공세에 대응을 잘해서 우리당이 언론에서 흠집 나지 않았을 때가 아닐까 싶은데요. 타인의 불행이 우리의 행복인 셈이죠.(웃음)"


그는 가장 인상적인 역대 대변인으로 한나라당 박희태 국회부의장을 꼽았다.

"뻔뻔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화술이 화려하면서도 유머와 위트를 잃지 않는 분이죠. 가장 좋은 논평은 공격 받는 사람이 정말 어이없어서 웃어버릴 수 있는 논평이 아닐까요? 대놓고 화를 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부인도 하지 못하는…."

우상호 대변인은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는 정치문화를 만들기 위해 대변인으로서 임무를 충실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대변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더라구요. 대변인의 말이 곧 기자들을 통해 기사화되고, 정치의 품격을 높입니다. 정치문화를 이끌어간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야죠."

주진 기자 jj@iwomantimes.com

■이계진 한나라당 대변인

우먼타임스
웃음만발

지난해 11월, 전여옥 대변인의 뒤를 이어 한나라당의 '입'으로 발탁된 이계진 의원은 "과거 대변인 스타일은 잠시 접고, 웃을 소(笑)자를 써 소변인(笑辯人)의 시대를 열까 한다. 정치를 가깝게 느끼고 사랑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재미있는 정치를 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첫 소감을 밝혔다.

그의 첫 논평은 한현규 경기개발연구원장에게 5천만원을 빌린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에 대한 것. 하지만 당시 그의 논평은 당의 입장과는 상반되게 너무도 '인간적'이었다. "부인이 암 수술을 했다고 들었는데, 당시 선거를 치른 분이 돈이 없었을 것"이라며 "돈을 빌릴 수도 있다. 이해한다"는 논평을 냈다. 이후 그의 파격 행보는 계속됐다.

이 대변인은 절제와 매너를 갖춘 논평으로 '신사 대변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사 대변인답게 패션 감각도 멋스럽고 신사적이다. 그는 짙은 블루 넥타이를 즐겨 매는 편. 양복 상의엔 언제나 넥타이와 같은 색의 포켓치프를 꽂아 남다른 멋을 강조한다. 때에 따라선 검은 뿔테 안경으로 포인트를 준다. 베스트드레서로 손꼽힐 정도로 뛰어난 패션감각으로 최근엔 유명 디자이너의 패션쇼 모델로 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난 이계진 대변인은 고려대 국문학과를 나와 30여 년간 방송계에 몸담았던 인기 방송인 출신이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고, 친근감을 끌어낼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구수한 강원도 사투리와 억양이 배인 수려한 말솜씨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기에 충분하다.

그의 부드러운 감성과 매너는 직업인으로서 갈고 닦아온 전문적 능력일 터. 방송가의 소문난 로맨티스트답게 방송인 시절 에피소드를 담은 저서도 여러 권 냈다. 자전적 소설 '솔베이지의 노래', '남자도 가끔은 옛사랑이 그립다'. '사랑을 주고 갈 수만 있다면' 등이다. 자신의 홈페이지에 어린 왕자를 화자로 한 개그적 논평, '한칼' 코너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최근 쏟아졌던 찬사를 뒤로 한 채 구시대 정쟁의 산물인 '색깔론'으로 모순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최연희 의원에 대한 사퇴 촉구 결의안에 대해 "현장에 있었던 사람으로 나도 죄인인데 어떻게 찬성표를 던지겠나. 기권표를 던졌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제1 야당의 대변인으로서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국민에게 선물하고, 국민에게 상식으로 다가가서 웃음으로 화답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즉, 그가 되고자 하는 대변인은 상식을 말하는 대변인이 아닐까.

이계진 대변인은 "정치에 입문할 당시 '무명으로 시작한 방송인이었듯이 무명으로 시작하는 정치인이 되겠다'라는 겸허한 각오로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소변인이 되고자 했던 이 대변인의 웃음과 여유, 국민들이 원하는 대변인 상의 하나일 것이다.

주진 기자 jj@iwomantimes.com

■이상열 민주당 대변인

우먼타임스
간단명료

"절제된 언어를 쓰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당의 입장을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간결하고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지난 3월부터 민주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상열 의원. 전남 목포가 지역구인 이의원은 현재 원내수석 부대표도 맡고 있다. 아직 신참 대변인인 그는 "원내의원이 대변인이 되어 언론으로부터 조금 더 노출되고 당의 입장이 더 자주 전달될 때 기분이 좋다"고 피력한다.

초선의원, 초보 대변인으로서 말을 더듬거나 얼굴을 붉히는 바람에 여러 번 NG를 내며 방송용 브리핑을 촬영하기도 했다. 그의 어투에서는 구수한 사투리 억양이 배어나고, 얼굴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정겨운 표정이 드러난다.

논평이 길어지면 언론사의 관심을 끌기 힘들다. 그래서 그는 절제된 논평 스타일을 추구한다. 지난 4월 7일 한나라당의 연대 제안에 대해서는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간단명료하게 잘라버렸다.

"오늘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호하기 위해 함께하자며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에 연대를 제안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과 연대에 대해 생각해 본 일도 없고 일고의 가치가 없는 일이다."

그의 스타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논평 스타일처럼 패션 역시 튀지 않는 검은색 양복에 붉은색 넥타이를 매치시켜 깔끔하고 안정된 스타일을 선호한다. 변인으로서 그의 바람은 절제를 넘어 대변인 문화를 한 차원 높이는 조화와 상생의 실천에 닿아 있다.

"대변인끼리는 정당 입장을 대변하다 보니 서로 '각'을 세우기 마련이잖아요. 이번 지방선거부터는 품격 있는 대변인 문화를 만들어야죠."

그는 최근 4당 대변인들끼리 가진 '떡볶이 모임'에서 이렇게 약속했다고 소개한다. 이를 위해 예민한 사항이나 현안에 대해 대변인들끼리 수시로 연락하며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 이 변인은 당의 정황을 일일이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늦게까지 일한다. 늘 시간에 쪼들리다 보니 일주일에 한 번꼴로 방문했던 지역구에 한 달에 한 번 내려가기도 빠듯하다.

"그분들께 미안합니다. 지역구에서 눈 밖에 나지 않도록 잘 써주세요. 대변인 노릇 열심히 하고 있다고요.(웃음)"

품격 있는 대변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그에게서 초보 대변인다운 초록빛의 풋풋한 기운이 한껏 느껴진다.

장정화 기자 jjh@iwomantimes.com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

우먼타임스
솔직담백

"열린우리당의 노인 차비 강탈 사건을 한나라당의 재벌 돈 차떼기 사건과 비교하면 서민 차비 떼어먹기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월 열린우리당의 '노인 상대 당비 인출 사건'을 차비 떼어먹기 사건으로 비유, 인터넷 조회수 3천회를 넘기며 네티즌들의 호응을 받았던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 그는 부드러운 개나리색을 좋아하지만 직설적이고 정열적인 빨간색 논평을 추구하는 대변인이다.

국회 의석이 9석에 불과한 군소정당의 대변인인 그는 민노당의 입장을 묻기보다 다른 정당의 입장에 대한 코멘트를 요구하는 언론이 내심 섭섭하다. 하지만 박 대변인에게는 이런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그만의 전략이 있다.

"속도와 입장에서 항상 반 보씩 앞서려고 합니다. 다른 당보다 빨리 논평을 내고, 방향을 정하면 언론의 관심을 끌게 되지요."

유시민 의원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을 두고, 지난 1월 4일 "차기 정권까지를 바라보는 노무현식 정계개편의 신호탄"이며, "대통령의 정치행위 대상이 자기 당을 상대로 벌어지는 뜻밖의 정치 활극이다"라며 제일 먼저 정치적 논평을 냈다. 그날 KBS 9시 뉴스에서 그의 논평은 '정치권의 새로운 해석'으로 보도되었다. 대변인은 직업상 방송 카메라에 노출되는 일이 많으므로 외양에도 신경이 쓰일 터.

"딱히 신경 쓰는 부분은 없지만, 3주에 한 번씩 이발을 하려고 합니다. 거울에 비춰봤을 때, 옆머리가 삐죽 나오면 이발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피부가 푸석푸석해지면 아내가 사다준 황토팩으로 피부를 진정시킵니다."

좋아하는 색은 노란색. 한 장뿐인 개나리색 넥타이는 '차비 떼먹기 정당 논평'으로 히트를 쳤던 날 맸던 것으로 그에겐 행운의 색이다. 하지만 정열적인 빨간색처럼 직설적이고 솔직한 논평으로 곤욕을 치렀던 적도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개똥녀'로 비유한 논평을 냈을 때는 비난을 받았죠.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하지만, 동전에 양면이 있듯 대변인으로서 가장 보람 있었던 논평 역시 최연희 의원 성추행 피해자를 보호하자고 공개적이며 구체적으로 논평했을 때다.

"피해 여기자를 보호할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낸 논평입니다. 당사자로부터 직접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어요."

그는 피해 기자에게 용기와 격려를 담은 꽃다발을 신문사로 보낼 것을 당 대표에게 권유하는 등 격려의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하기도 해 노란색 부드러움을 드러냈다. 그는 경쟁사회에서 낙오된 사람들에게도 빛을 주는 것이 대변인이라고 소신을 밝힌다.

장정화 기자 jjh@iwom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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