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피해 방안에서 열린 배호모창대회

평전에 못다 쓴 배호 이야기 10

등록 2006.04.25 18:25수정 2006.04.2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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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일) 오전 11시, 경기도 양주시 장흥공원묘지로 승용차가 여러 대 올라가더니 한 묘소 앞에 사람들이 모였다. 서울․인천에서 온 사람들도 있고, 멀리 경상도․전라도에서 온 사람들도 있다. 이튿날인 4월 24일은 만 29세에 요절한 가수 배호의 생일이다. 하루 전날인 일요일에 고인의 탄생 65주년을 기리기 위하여 배호 묘전에 모인 것이다.


배기모(배호를 기념하는 전국모임) 사람들은 배호 생일이면 매년 이렇게 모인다. 모여서 생일상을 차린다. 생일상을 받을 이는 없지만 그의 노래와 예술혼에 바치는 것이다. 고인에게 묵념을 하고, 시인 이종봉씨가 축시를 읽고, 배호 홍보가수 채규호씨가 배호의 <두메산골>을 불렀다. 그리고 케이크에 불을 붙여 배호 탄생 65주년을 축하했다.

배호 묘전에서 탄생 65주년 기념식을 마친 사람들은 장흥유원지 밤나무집으로 모였다. 이곳에서 바베큐 파티를 마친 뒤 밤나무골 야외음악당에서 배호모창대회를 열 계획이었다. 낮 12시, 충청북도에서도 여러 사람이 올라왔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생겼다. 갑자기 한 차례 세찬 비가 내린 것이다. 음악 장비가 비를 맞고 말았다.

가수 배호는 활동할 당시 비 노래로 특히 인기를 끌었다. <돌아가는 삼각지>에도 비가 나오고(삼각지 로타리에 궂은 비는 오는데), <비 내리는 명동거리>에도 비가 나온다(비 내리는 명동거리 사랑에 취해 울던 밤). 그래서일까, 배호 관련 행사가 있는 다음날이면 이상하게 비가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배호 관련 행사 당일에 소나기가 내린 것이다.

그러나 행사는 멈추지 않았다. 밤나무골 야외음악당에서 가지려 했던 배호모창대회는, 갑작스런 소나기를 피해 밤나무집 큰방 안에서 벌어졌다. 모창대회 참가자들은 노래방 기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색소폰 연주를 반주로 배호 노래들을 불렀다. 20여 명이 배호 노래를 부르는 동안, 배호 노래 없으면 못 사는 배호 팬 100여 명은 모두가 즐거워하며 배호가 남겨놓은 예술혼의 흔적을 되살렸다.

a 배호 탄생 65주년을 맞아 묘소에 모인 배호 팬들이 묵념하고 있다

배호 탄생 65주년을 맞아 묘소에 모인 배호 팬들이 묵념하고 있다 ⓒ 김선영


a 홍보가수 채규호씨가 색소폰 반주로 <두메산골>을 열창하고 있다

홍보가수 채규호씨가 색소폰 반주로 <두메산골>을 열창하고 있다 ⓒ 김선영


a 배호 팬들은 생일 케이크를 마련하는 일도 빠뜨리지 않았다

배호 팬들은 생일 케이크를 마련하는 일도 빠뜨리지 않았다 ⓒ 정법현


a 인천의 여성 팬들이 준비해 온 꽃다발을 배호 묘소에 선물했다

인천의 여성 팬들이 준비해 온 꽃다발을 배호 묘소에 선물했다 ⓒ 김선영


a 멀리 광주와 전남에서 올라온 배호 팬들이 함께 모여 기념촬영을...

멀리 광주와 전남에서 올라온 배호 팬들이 함께 모여 기념촬영을... ⓒ 김선영


a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통에 야외음악당에서 열릴 예정이던 배호모창대회 장소가 긴급 변경되었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통에 야외음악당에서 열릴 예정이던 배호모창대회 장소가 긴급 변경되었다 ⓒ 김선영


a 충북 청주에서 올라온 여자배호 조영순씨가 <누가 울어>를 열창하는 것을 감상하는 배호 팬들

충북 청주에서 올라온 여자배호 조영순씨가 <누가 울어>를 열창하는 것을 감상하는 배호 팬들 ⓒ 김선영


a 배호모창대회에 참가한 대구의 여성 배호 팬이 <마지막 잎새>를 부르고 있다

배호모창대회에 참가한 대구의 여성 배호 팬이 <마지막 잎새>를 부르고 있다 ⓒ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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