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에 서린 육지 것들의 오만과 편견

[바다에서 부치는 편지 16] 새만금 방조제 완공이 새 희망인가

등록 2006.04.26 16:40수정 2006.04.2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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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을 끌었던 새만금방조제 사업 완공을 기념하는 '새만금! 새 천지, 새 희망! 대한민국의 꿈☆입니다'라는 축하행사가 24일 고군산군도에 속한 야미도에서 열렸습니다.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인지 전주에서 군산으로 뚫린 산업도로에는 이날 이른 새벽부터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달렸습니다.

전주에서 군산을 거쳐 비응도를 지나 야미도로 들어가는 곳곳에 축하행사를 알리는 현수막도 걸렸습니다. 지난 21일 가력도 60m 구간이 막혔습니다. 그렇게 몸부림치며 해창 갯벌로, 동진강으로, 만경강으로 달려가고 싶었던 바다는 애꿎은 방조제만 핥고 갈 곳을 잃어, 오던 길을 맴돌고 있습니다. 어쩌다 제대로 배수갑문을 찾은 녀석들은 도요새에 쫓긴 칠게가 잽싸게 구멍으로 숨듯 물보라를 일으키며 방조제 안쪽으로 달아납니다.


a 새만금 방조제 완공 기념행사가 열린 야미도 앞바다에서 조업 중인 어선들.

새만금 방조제 완공 기념행사가 열린 야미도 앞바다에서 조업 중인 어선들. ⓒ 김준


a 물막이 공사가 완료된 방조제 모습.

물막이 공사가 완료된 방조제 모습. ⓒ 김준

저 배수갑문도 방조제 보강공사가 끝나고 튼튼한 둑길이 만들어지면 닫힐 것입니다. 지난 3월에 보았던, 신시도에서 야미도로 이어지는 새만금방조제 위에 성처럼 쌓여 있던 돌망태들은 모두 치워졌습니다. 일부보강공사를 위해 남겨놓은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마지막 물막이를 위해 바다에 던져진 것 같습니다. 40여 호가 살고 있는 야미도 마을 앞 넓은 터에 만국기가 휘날리고 관광버스들이 속속 도착했습니다.

새만금=만리장성?... 바다와 갯벌이 외적인가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날 축하행사에 참여해 "중국에 만리장성이 있다면 대한민국에 새만금이 있다"며 방조제 완공을 축하했습니다. 만리장성과 새만금을 어떻게 같이 비교해야 하는 건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북방 유목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았던 만리장성과 바닷물을 막기 위해 쌓은 새만금 방조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혹시 바다와 갯벌을 외부의 적쯤으로 생각해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일까요. 갯벌과 바다는 쓸데없는 땅이라며 국토로도 인정하지 않았던 육지 중심의 사고가 만들어낸 오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요. 이미 일부 갯벌은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 등이 벌어졌습니다. 수천 년 동안 갯벌을 지켜온 동죽과 백합 등 조개들이 시체가 되어 나뒹굴고 있습니다.

a 24일 야미도에서 열린 새만금방조제 완공 기념 행사 모습.

24일 야미도에서 열린 새만금방조제 완공 기념 행사 모습. ⓒ 김준


a 24일 야미도에서 열린 새만금방조제 완공 기념행사 모습.

24일 야미도에서 열린 새만금방조제 완공 기념행사 모습. ⓒ 김준

'새 희망 새 땅 탄생, 나가자 세계로!'


이날 행사의 슬로건입니다. 이들에게 갯벌은 우리 땅도 아니고 희망도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마지막 물막이 공사가 완료된 다음날 전라북도의 각 일간지 머리기사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신이 만든 바다가 육지로 변했다."
"이제 한을 풀었다."
"미래의 땅, 신이 만든 땅."



신이 만든 바다를 인간이 육지로 만들었으니 자랑스럽다는 의미일까요. 갯벌과 바다가 이들의 한풀이 대상인가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새만금은 세계 최대의 방조제'라고 말합니다. '세계 최대'라는 수사는 그 어떤 말도 끼어들 틈을 주지 않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가 정말 전북의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의도의 100배를 넘는 간척지가 정말 전북도민들의 한을 풀 수 있는 기회의 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a 새만금 방조제 인근에 있는 내초도 갯벌의 장승과 솟대. 이 장승과 솟대는 최병수 작가가 갯벌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세운 것이다.

새만금 방조제 인근에 있는 내초도 갯벌의 장승과 솟대. 이 장승과 솟대는 최병수 작가가 갯벌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세운 것이다. ⓒ 김준


a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 등이 벌어진 갯벌 모습.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 등이 벌어진 갯벌 모습. ⓒ 김준


a 신시도 방조제 위에 핀 제비꽃.

신시도 방조제 위에 핀 제비꽃. ⓒ 김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라도닷컴-섬섬玉섬'에도 연재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라도닷컴-섬섬玉섬'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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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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