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와 '복사꽃'의 고장 영덕을 가다

[포토에세이] 주황색과 분홍색으로 각인된 영덕 여행

등록 2006.04.27 12:18수정 2006.04.27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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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덕…, 참으로 먼 길입니다. 부산이나 목포보다도 어쩌면 더 멀게 느껴지는 곳이 바로 경북 영덕이 아닌가 싶습니다.

고속도로를 타고 한참을 내려간 뒤에도, 다시 국도를 타고 한시간이 훨씬 넘게 가야 도착하는 바닷가 마을이다 보니 마음만 조급해지기 일쑤입니다. 여행을 위해 장거리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낄 법도 하지만, 그런 부담감을 단번에 씻어주는 것이 있으니 그 유명한 영덕 대게가 아닐까요?


그야말로 서에 번쩍, 동에 번쩍이었습니다. 회사에서 금·토요일을 안면도와 서산에서 보내고 서울에 느지막이 도착한 오후, 대게 한 번 먹어보겠다고 피곤함을 무릅쓰고 영덕으로 출발했습니다. 오후 6시, 밀리는 영동고속도로를 용케 피해보려 국도와 고속도로를 타고 내리기를 세 번쯤 했을 때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거쳐 중앙고속도로에 올랐습니다.

안동 간고등어를 먹기전에.
안동 간고등어를 먹기전에.문일식
안동에 도착한 시간은 어느덧 오후 9시가 넘어서고 있었고, 늦은 식사를 위해 안동의 명물인 간고등어를 상위에 올렸습니다. 생선이 귀했던 내륙지방 안동.

안동에서 고등어를 맛보기 위해서는 영덕 인근의 포구에서 잡아 꼬박 1박 2일이 걸려야 안동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때쯤이면 생선은 이기지 못하고 상하게 됩니다. 그렇다보니 상하지 않고 유통을 시킬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소금을 이용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소금간을 하는 방법에는 잡자마자 하거나, 포구로 들어와 하거나, 아니면 소비지역에 도착해 하는 방법이 있는데, 안동 간고등어는 그 마지막 방법을 썼습니다.

소비지역에 도착해서 소금간을 하는 방법을 쓴 이유는 생선이 상하기 직전에 만들어내는 효소가 맛을 좋게 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간고등어가 탄생하기까지는 자연을 극복할 줄 아는 지혜와 오랜 시간 지켜보는 인내, 경험에서 나오는 노력의 결실이 아닌가 합니다. 어찌됐거나 선현들의 지혜 덕에 배부른 배를 통통 두들기며 영덕으로 가는 34번 국도에 올랐습니다.

강구항 북쪽에 자리잡은 민박집에서 바라본 눈부신 바다.
강구항 북쪽에 자리잡은 민박집에서 바라본 눈부신 바다.문일식
뜨끈뜨끈한 아침햇살이 온몸을 휘감기고, 덥다는 느낌이 들 때쯤 눈을 떴습니다. 아침 8시 창 밖의 세상은 온통 눈부심이었습니다. 맑은 하늘에 떠있는 뜨거운 태양과 태양이 바닷가를 비추며 만들어내는 반짝거림은 눈을 찡그릴 정도였습니다. 조금 이르다 싶은데, 아침식사로 대게가 상위에 올랐습니다.


영덕 대게를 먹어주기 전. 대게 증명사진 찰칵~
영덕 대게를 먹어주기 전. 대게 증명사진 찰칵~문일식
우와∼ 대접에 수북히 쌓인 대게…. 먹음직스러움을 느끼는 것도 잠시, 일행들의 손은 벌써부터 대게를 찾아 들고 있었습니다. 사진을 많이 찍는 사람들도 사진찍을 시간도 없이 대게 먹는 시간에 아낌이 없었습니다. 할말도 잊은 채 대게를 갈무리하는 손과 바삐 움직이는 입에만 집중했습니다. 텅 빈 다리의 껍질만이 상위를 뒤덮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희색이 만연했습니다.

주황빛 머금은 대게의 모습.
주황빛 머금은 대게의 모습.문일식
대게를 먹는데 익숙지 못한 사람들은 서툰 가위질과 살을 빼내는 도구로 대게와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대게를 먹는데 익숙한 사람들은 맛있게 그리고 알차게 먹는 방법을 설명해주는 여유도 있었습니다. 다리의 살점이 모두 바닥날 즈음에는 통통한 몸통으로 손이 가고, 꽉 찬 속살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대게 껍데기에 담아낸 비빔밥.
대게 껍데기에 담아낸 비빔밥.문일식
이제는 대게의 속과 함께 온갖 양념으로 비벼 나온 밥으로 마무리를 할 때입니다. 아주머니가 맛깔스럽게 비벼온 밥을 게 껍데기에 소복이 올려놓았습니다. 공기를 대신한 게의 몸통 껍데기는 마지막까지 훌륭한 역할을 해내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너무도 이른 맛이 있는 대게의 공습은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고 혀끝으로 느껴본 대게의 추억을 벌써부터 새기고 있었습니다.

시야의 180도는 온통 바다였습니다. 얕은 구릉 위에 올라선 집 마당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여유로운 풍경들은 시간마저도 멈추는 듯 했습니다. 대게의 맛을 더 느끼려는 사람들은 대게를 구매해 스티로폼에 담았고, 스티로폼에 담긴 대게들은 일행들과 함께 서울 나들이를 떠났습니다.

영덕 해맞이공원의 전경.
영덕 해맞이공원의 전경.문일식
강구항의 북쪽에 있는 해맞이 공원에 들렀습니다. 1997년 대형산불로 울창한 삼림을 잃었던 이곳에 각고의 노력으로 조성된 것이 바로 해맞이 공원입니다. 당시 산불로 생을 마감했던 나무들을 이용해 침목 계단을 만들어 산책길을 조성하고, 전망데크와 무인등대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해안절벽 아래로 조성된 공원은 바다와 바로 인접하여 산책하기에는 그만이었고, 사진 속에 담겨진 아름다운 풍광 또한 멋지고 멋졌습니다.

해맞이 공원에서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연인.
해맞이 공원에서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연인.문일식
해안절벽과 어우러진 계단산책길, 저 아래 꿈쩍도 하지 않는 바위군들과 힘차게 싸우고 있는 파도의 일렁임들, 등대와 어우러진 바다풍경, 변종 패랭이꽃과 어우러진 등대의 모습들이 머릿속을 메웠습니다. 연인인 듯한 커플이 예쁘장한 우산을 받쳐들고 한껏 애정을 과시하고 있는 모습은 너무나도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들에겐 분명히 잊혀지지 않는 시공간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해맞이 공원의 무인등대와 어울어진 풍력발전 바람개비.
해맞이 공원의 무인등대와 어울어진 풍력발전 바람개비.문일식
해맞이공원 뒤편으로는 지난해부터 조성된 풍력단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화석연료의 고갈로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 나라에서 대체 에너지로 자리잡은 것이 바로 바람을 이용한 에너지입니다. 우리 나에는 삼면이 바다인지라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이용해 대체 에너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곳은 바로 대관령입니다. 삼양목장의 전망대로 오르는 길에 펼쳐진 대형 바람개비의 위용이 떠오르는데, 이 밖에도 태백산, 제주도, 변산반도 그리고 이곳 영덕에 조성되어 있습니다. 일정상 풍력단지 위쪽으로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쉽긴 했지만 영덕에 왔다면 반드시 들려봐야 할 곳이라 생각합니다.

은은하게 피어난 복사꽃.
은은하게 피어난 복사꽃.문일식
다시 안동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34번 국도를 타고 영덕읍을 벗어나는가 싶으면 분홍색 일색인 복숭아나무가 지천입니다. 1959년에 엄청난 재해가 대한민국을 휩쓸었습니다. 바로 태풍 사라입니다. 기상관측이래 최고의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냈던 태풍 사라는 영덕을 포함한 경북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안겼습니다.

그 당시 이곳 지품면 일대도 폐허가 되다시피 했었는데, 그 이후 유실수를 심기로 결정하고 심은 것이 바로 복숭아나무입니다. 이제 40여년이 훨씬 지난 지금에는 그때의 절박하고 고통스런 기억이야 잊히지 않는다지만, 지나는 사람들로 하여금 발길을 머물게 하는 매력덩어리로 자리잡게 됨은 다행 중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무릉도원을 연상케하는 복숭아나무밭.
무릉도원을 연상케하는 복숭아나무밭.문일식
해마다 4월이면 분홍색의 꽃을 피워내고 가는 곳곳마다 장관을 이루는데 오십천을 따라가는 물가에도, 산자락과 평지에도 지천으로 피워내며 무릉도원을 만들어냅니다. 일행 중에 한 농장을 아는 분이 있어서 잠시 차를 멈추고 복사꽃 풍성한 밭길을 산책했습니다. 근래 변덕스런 날씨 덕에 아직 만개하지 않았다고 하기에 들여다보니 이제 막 꽃망울이 맺힌 곳도 상당했습니다.

지금도 이 정도인데 더 활짝 피어난다면 훨씬 더 아름다울 듯 합니다. 간간이 사과나무 밭도 보이는데, 사과나무꽃도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해서 복사꽃과 어우러지고 있었습니다.

대게로 입맛을 만족시킨 데다가 무릉도원을 연상시키는 흐드러진 복사꽃의 눈 맛은 영덕여행의 시너지효과를 업그레이드하고도 남았습니다. 영덕여행은 영덕대게의 예쁜 주황색과 복사꽃의 은은한 분홍색으로 부드럽게 각인 되었고, 부담스러운 가운데 머나먼 여정이지만 그런 부담감을 톡톡히 덜어낼 수 있는 멋진 여행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가는방법 :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34번국도

※ 영덕대게는 5월 2째주까지 난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는 내년을 위해서 잡지 못한다고 합니다.

덧붙이는 글 가는방법 :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34번국도

※ 영덕대게는 5월 2째주까지 난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는 내년을 위해서 잡지 못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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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글과 사진을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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