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망가져서 아이들이 행복하다면...

국립무용단의 어린이 무용감수성 저변 넓히기...<짱구가 보여주는 요절복통>

등록 2006.04.30 15:27수정 2006.04.30 15:54
0
원고료로 응원
a 소고를 치며 '곰 세 마리'를 부르는 어린이들. 누가 배우고 누가 관객인지 구분은 이미 사라졌다. 함께 잘 놀면 그만.

소고를 치며 '곰 세 마리'를 부르는 어린이들. 누가 배우고 누가 관객인지 구분은 이미 사라졌다. 함께 잘 놀면 그만. ⓒ 김기

세월이 아무리 바뀌어도 코미디에서는 여전히 바보 배우가 등장해서 관객을 웃기고, 인기도 얻는다. 그러나 딱히 바보 같은 연기는 아니더라도 평소 우아한 모습만 보여주던 인기스타가 아주 조금 엉뚱한 모습을 보여줘도 화제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평소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국립무용단 무용수들이 무더기로 우스꽝스러운 동작에 거침없이 몸을 내던졌다. 국립무용단(예술감독 배정혜)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선남선녀들의 곱고 매혹적인 동작들이 떠오른다.


시쳇말로 망가진 모습으로 변해 '이런 모습 처음이야'를 연발하는 무용수 스스로의 말을 빌지 않아도 될 일이다. 늘씬하고 아리따운 국립무용단 무용수들이 기꺼이 망가지기로 자청한 곳은 5월 어린이달 맞이에 나선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그곳에서는 지난 29일부터 오는 5월 7일까지 어린이 현장 체험 무용극 <짱구가 보여주는 요절복통>이 열리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TV만화 주인공으로 친숙한 캐릭터 이름이기도 한 짱구. 국립무용단의 짱구는 그 짱구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세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는 이 작품은 국립무용단의 안무가 박영애, 여미도, 이지영씨 등의 안무를 이어가는 구도에 스스로 짱구로 등장하기도 하는 정길만씨가 연출을 했다.

a 엉덩이를 까보이는 짱구. 대책없는 장난꾸러기 짱구의 좌충우돌, 요절복통이 이어진다.

엉덩이를 까보이는 짱구. 대책없는 장난꾸러기 짱구의 좌충우돌, 요절복통이 이어진다. ⓒ 김기

제목 그대로 짱구의 요절복통 엉뚱한 장난과 그 친구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놀이들을 보여준다. 고난도의 테크닉이 요구되는 정통무용이 아니라 어찌보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듯한 동작들이지만 정작 무용수들의 얼굴에는 비지땀이 흐른다.

또한 어린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꿈꿔 봤을 어른이 된 상상 속 장면도 보여줘 객석의 사내아이들은 옆 친구와 킥킥거리며 웃는 모습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렇게 세 가지 에피소드로 어린이들의 주목을 끈 이후 자연스럽게 어린이들을 무용과 우리 전통에 대한 체험으로 이끌어가는데 그 연결이 대단히 자연스럽고 부드럽다.

냄비 뚜껑, 음료수 병, 생수통 등 생활도구들을 이용한 타악 연주에 이어 무용수들이 꽹과리, 장구 등을 메고 머리에는 상모를 쓰고 나오자 어린이들 눈에는 그것이 교육이 아니라 조금 전까지 보던 친숙한 짱구와 친구들의 또 다른 장난으로 보였는지 재미있어 한다. 그리고는 객석에 앉은 모두에게 소고를 나눠주고 소고 배우기를 하니 객석은 기다렸다는 듯이 들썩였다.


a 어릴 적 누구나 한번을 꿈꾸는 어른이 되는 상상. 사내아이의 조숙한 상상 속에는 늘씬한 미인과의 가면무도회도 있을 법하다.

어릴 적 누구나 한번을 꿈꾸는 어른이 되는 상상. 사내아이의 조숙한 상상 속에는 늘씬한 미인과의 가면무도회도 있을 법하다. ⓒ 김기

이어서 어린이들과 함께 동요도 부르고 무대에서 전래놀이를 함께 즐김으로써 공연인지 놀이인지 구분할 수 없게 만들었다. 공연관람이 처음은 아닐 어린이들이 무용극을 관람할 때는 얌전히 있다가 이 체험시간에 들어서는 본색(?)을 드러내 한껏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국립무용단의 어린이 무용극 <짱구가 보여주는 요절복통>은 직접적으로는 어린이달을 맞은 기획이기도 하지만, 무용과 우리 리듬을 이용한 공연과 체험을 통해 어린이들의 무용 저변을 넓히고자 하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그렇다고 꼭 우리 것만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어른이 되는 짱구의 꿈속에서는 멋진 살사댄스를 선보이기도 한다. 선택은 결국 어린이들에게 맡긴다는 것이다.


이 작품이 공연되고 있는 별오름극장은 국립극장에서 가장 작은 공연장으로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여느 극장 같지 않고 배우의 모습을 코 앞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어린이들이 쉽게 극에 빠져들고 참여도 선뜻 이루어진다. 무대가 높고 먼 일반 극장에서라면 조금 무리가 될 수도 있었지만 손만 뻗으면 바로 무대와 객석이 이어지는 작은 무대는 오히려 장점이 된다.

5월을 맞아 다양한 어린이 대상 공연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는데, 최고의 무용수들이 자청해서 망가진, <짱구가 보여주는 요절복통>은 사실 짱구가 가르치는 무용과 리듬의 체험교육장이다. 그리고 어린이들도 그렇지만 땀 흘리며 연기한 무용수들이 더욱 즐거워하는 공연이기도 한 것.

a 소고치기에 신이 난 객석. 어린이들은 배우느라 조금 긴장한 모습이고 뒷자리의 할머니들이 더 신명이 난 모습이다.

소고치기에 신이 난 객석. 어린이들은 배우느라 조금 긴장한 모습이고 뒷자리의 할머니들이 더 신명이 난 모습이다. ⓒ 김기


a 짱구와 함께 소고를 치며 동요를 부르는 어린이들.

짱구와 함께 소고를 치며 동요를 부르는 어린이들. ⓒ 김기


a 짱구가 보여주는 요절복통 중 생활도구로 타악연주를 하는 국립무용단 단원들

짱구가 보여주는 요절복통 중 생활도구로 타악연주를 하는 국립무용단 단원들 ⓒ 김기


a 국립무용단은 마지막에 어린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후 홈페이지를 통해 이 날의 추억을 다운로드 받게 한다고 한다. 그것을 위한 기념촬영.

국립무용단은 마지막에 어린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후 홈페이지를 통해 이 날의 추억을 다운로드 받게 한다고 한다. 그것을 위한 기념촬영. ⓒ 김기

덧붙이는 글 | ● 장  소: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 일  시: 2006년 4월 29일(토)~5월 7일(일)   
          별오름극장(평일:오후3시 / 주말,공휴일:오후2시, 4시30분) 
          ※ 월요일 공연 쉼 
         ※단체관람 평일 오전 11시 가능 ※만4세 이상의 어린이부터 입장 가능 
● 관람료: 전석 2만원(단체할인 30%) 
● 예매처: 02-2280-4115~6 (국립극장 고객지원센터/ www.ntok.go.kr)

덧붙이는 글 ● 장  소: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 일  시: 2006년 4월 29일(토)~5월 7일(일)   
          별오름극장(평일:오후3시 / 주말,공휴일:오후2시, 4시30분) 
          ※ 월요일 공연 쉼 
         ※단체관람 평일 오전 11시 가능 ※만4세 이상의 어린이부터 입장 가능 
● 관람료: 전석 2만원(단체할인 30%) 
● 예매처: 02-2280-4115~6 (국립극장 고객지원센터/ www.ntok.go.kr)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3. 3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