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질풍노도 담양의 누정(樓亭)문화

강학소였던 풍암정사, 죽림재, 수남 학구당을 둘러보고

등록 2006.05.01 12:07수정 2006.05.0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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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원효계곡을 따라 내려온 정자들은 조선시대 한국 문학의 꽃을 피울 환경을 마련해주었다. 선인들이 정자를 지을 때는 물과 돌과 수려한 자연이 어우러진 곳에 중점을 두었을 것이다. 담양에는 많은 정자가 있는데, 이번에는 강학소(講學所)를 중심으로 둘러보았다.

풍암정사 현판
풍암정사 현판고병하
광주호를 지나 무등산 충장사 방향으로 가다보면 왼쪽에 '풍암정'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비포장 도로를 잠시 달리다보면 계곡에 자리잡고 있는 풍암정을 만나게된다. 휴일을 즐기려는 시민들이 가족단위로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계곡의 돌과 물, 그리고 빽빽이 자란 소나무들이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냈다.

풍암정사 전경
풍암정사 전경고병하
정사(精舍)는 선생과 학생들이 모여 강학하는 방 또는 건물을 의미한다. 풍암정사는 무등산 원효계곡 계곡의 하류에 자리잡고 있다. 선조, 인조 대에 활동하였던 풍암 김덕보(1517∼1627)가 선조 대에 지은 정자다. 풍암정사는 임란때에 큰형 덕홍이 금산싸움에서 순절하고, 중형 덕령이 의병장으로 크게 활약하다가 억울한 죽음을 당하자 가계의 수난사를 잊고 산림에 은거하며 후학을 기르기 위한 정자였다.

죽림재 현판
죽림재 현판고병하
여러 채 모여져 있는 집이 눈에 들어온다. 무등산 줄기인 향백산 아래에 있는 분향리 잣정(亭)마을이다. 이곳에 위치한 죽림재는 창녕조씨들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자손들의 공동 강학소였다.

죽림재 전경
죽림재 전경고병하
죽림재는 창녕 조씨 문중의 글방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수련장으로 죽림 조수문이 창건했다고 한다. 초창기 건물은 임진왜란 때 귀중한 책들과 함께 불에 타버렸고, 인조 원년(1623)에 6대손인 삼청당 조부에 의해서 다시 세워졌다. 그 후 죽림선생과 선생의 아들인 운곡 조호의 행적을 추모하기 위하여 1708년에 문인과 후손들에 의해 죽림사가 건립되었다. 고종 5년(1868) 흥선대원군의 명령으로 한때 철폐되었다가 1948년 복원되었다. 이 건물은 정면 2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옆에서 볼 때 '八'자 모양)이다.

죽림재 입구에 있는 반달 모양의 연못
죽림재 입구에 있는 반달 모양의 연못고병하

죽림재
죽림재고병하
죽림재는 인근에 있는 소쇄원, 식영정, 송강정 등에 가려서 찾는 이가 없었다. 하지만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이중계단식 반달 모양의 연못이 아주 특이했다. 그리고 죽림재 내부는 목련과 철쭉 등 온갖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고 잘 정돈된 모습이었다. 그곳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 여유로움을 느껴보기도 했다.

수남 학구당 전경
수남 학구당 전경고병하
당(堂)은 살아있는 일반인들의 집으로 주로 상류계층 집들의 명칭이었다. 수남 학구당은 고려시대에 '향적사'라는 절이었는데, 조선조 억불숭유 정책에 의해 폐사가 되었다. 환학당이라는 스님이 흩어진 승려들을 모아서 강학을 하였고, 그후에 제자들이 학구당이라 칭하였다. 조선 선조 3년에 창평에 살고 있는 25개 성씨가 돈과 토지를 십시일반 모아서 학구당을 운영했다. 현재는 18개의 성씨가 운영하고 있다.

학구당 관리소는 누구든지 앉아서 쉴 수 있는곳이다
학구당 관리소는 누구든지 앉아서 쉴 수 있는곳이다고병하
조선시대 문화활동의 산실이었던 담양에서 문인들은 학문을 비롯해 세상일을 논하는 토론의 장을 만들었던 것이다. 원효계곡을 따라 풍암정, 소쇄원, 취가정, 식영정, 죽림재, 학구당으로 내려오는 길목에서 당시 많은 교류가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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