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기 국회의장이 3·30 부동산 후속 대책 법안 등 4개 민생법안에 대해 직권상정을 해서라도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1일 저녁 국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진입을 막기 위해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보좌관 등이 회의장 앞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국회 본회의장 앞 대리석 바닥에 은색 돗자리가 깔렸다. 체면 몰수하고 팔배개를 한 채 바닥에 누운 여당 의원도 있었다. 샌드위치로 한 끼 식사를 때우며 기자들 출입도 막은 채 회의장에 늘어져 있는 야당 의원들도 있었다.
2일 새벽을 맞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체면은 말이 아니었다. 본회의장 '문지기'를 자처하며 밤잠을 설치고 있는 것. 지도부의 최종 지침만을 기다리며 언제 끝날지 모를 '사학법 재개정' 대치 전선에 보초를 서고 있다.
열린우리당 "하필 내일이야?"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당직자 등 80여 명은 2일 본회의에서 3·30 부동산 후속 대책 법안 등 4개 민생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로 차가운 회의장 바닥에 주저 앉았다. 본회의장 문이 열리면 김원기 국회의장이 사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나라당의 의장석 점거를 막겠다는 속셈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사학법 재개정 없으면 본회의도 없다"고 주장하며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잠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방호 의원(정책위의장)은 여당을 향해 "물대포를 쏴서라도 들어가겠다"며 호락호락하지 않을 태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한 의원은 쉰 목소리로 "오늘 몸이 아픈데도 나왔다"며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도부를 향해 불만을 드러냈다.
현재 한나라당 의원 30, 40여명은 본회의장 맞은 편의 예결회의장에서 지도부의 최종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자정에 김근태 최고위원이 나타나자 악수를 나눈 뒤 전열을 정비했다. 한쪽에서는 의원들의 출석 상황을 체크하는 소리도 들렸다. 하지만 자정을 넘기면서 한나라당을 향해 부릅뜨던 눈꺼풀도 내려앉았다. 경황없이 달려오느라 저녁 식사도 챙겨먹지 못한 의원들도 있었다. 윤원호 의원은 "김밥으로 저녁을 때웠다"고 말했다. 야식으로 약식을 챙겨먹는 의원도 눈에 띄었다.
임종인 의원은 잠시나마 차가운 바닥에서 눈을 붙이기 위해 몸을 뉘였고, 남자 의원들은 양복 윗도리를 벗은 채 삼삼오오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한나라당이 자리를 뜨면 우리도 뜨겠다"며 본회의장 사수 의지를 보였다.
예결회의장을 망연자실 바라보던 오영식 의원은 다른 의원들보다 걱정이 두 배였다. 2일 오후 잠실 펜싱경기장에서 열리는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또한 오 의원에겐 '결전의 날'이기 때문이다. 오 의원은 강 후보의 대변인이다.
오 의원은 "경선에 의원들이 가야 하는데…, 당원들 사기 문제도 있고"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경선이 본회의가 열리는 같은 시각(오후 2시)에 열리는 터라 "장소도 가깝지 않아 더 걱정"이라며 말한 뒤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