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작전명은 "타버린 트로이 목마"

[오마이뉴스 취재수첩] 본회의장 밖, 급박했던 30분

등록 2006.05.02 20:14수정 2006.05.0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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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개회전 한나라당이 긴급의총을 위해 본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개회전 한나라당이 긴급의총을 위해 본회의장을 나가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5월 2일. 본회의장 안만큼 긴박했던 바깥 풍경을 기록한 <오마이뉴스> 기자들의 취재수첩을 공개한다.

▲ [오후 2시] 한나라당은 철수, 열린우리·민주노동은 입장

- 안경률 한나라당 원내 수석부대표가 본회의장 안의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전원 퇴장'을 제안. 안 부대표은 본회의 시작에 앞서 재석 의원수를 맞춰줘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한나라당 의원들을 일단 철수시킴.

- 본회의가 끝난 뒤 열린 이재오 원내대표의 기자간담회에서 밝혀진 한나라당의 애초 작전은 "(회의장 밖으로 나와) 개별적으로 본회의장을 찾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몸으로 막겠다는 전략이었다"며 한나라당의 '재치'를 과시.

- 그러나 본회의 시작과 동시에 민주당 의원 6명이 들어와 버림. 또한 오후 1시 30분께 본회의장 문이 열리면서 보좌진의 보호 아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이미 입장을 완료한 상태였음.

▲ [오후 2시 10분 전후] 손발 안맞는 한나라당

의사 진행 발언을 하는 손봉숙 민주당 의원. 민주당의 '돌발' 참석에 한나라당 지도부는 '망연자실'
의사 진행 발언을 하는 손봉숙 민주당 의원. 민주당의 '돌발' 참석에 한나라당 지도부는 '망연자실'오마이뉴스 이종호
- 엉겹결에 본회의장을 나선 한나라당 의원들, 어리둥절. "(안경률 부대표가) 정족수를 채워주면 안 된다기에…"


- 안경률 부대표, 몰려든 취재진에 화들짝 놀라며 "반대하는 법안을 처리하는 데 앉아있을 수 없었다, 의사진행에 협조할 필요 없지 않냐"고 항변.

- "열린우리당+민노당으로 의결정족수 된다"는 기자들의 반박에, 식은 땀을 흘리는 안 부대표. "잠시만 정족수 확인 좀 해보겠다"며 보좌관의 도움을 요청했지만, 누가 알리오. 분명한 것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공조로 이미 본회의는 시작됐다는 것.


- 이때부터 안절부절 못하는 한나라당. 한 쪽에서 안 부대표가 "하여튼 오늘 본회의는 전원 보이콧이다"고 말하던 도중 이재오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의원 20여명은 본회의장으로 돌진. "법안 통과된다는데 이러고 있을 수 없다!".

- 취재 기자들도 술렁이기는 마찬가지. "정족수가 얼마였는데?" "민주당은 왜 갑자기 들어갔대?" 자문자답 중.

- 민주당의 '돌발' 참석에 망연자실한 한나라당 지도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이규택 최고위원. "현재 심정으로는 6월 국회도, 원 구성도 받아들일 수 없다. 의원 생활 몇 년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잽싸게 움직인 민주당에 탄식.

- 본회의장 맞은편 예결위회의장 문을 지키던 안 부대표, 한나라당의 애초 작전을 말한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먼저 본회의장에 들어가 잠복하고 있다가 문이 열릴 때 나머지 의원들이 쏟아져 들어가는, 일명 '트로이의 목마' 작전을 쓰려고 했다".

- 하지만 수적 열세에 부딪혀 어쩔 수 없었다는 것. 안 의원의 힘없는 한마디. "트로이의 목마가 다 타버렸네".

▲ [2시 30분] 본회의장의 의사봉 소리, 그리고 한숨소리

본회의 개회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이재오 원내대표, 이방호 정책위의장, 안경률 수석부대표(맨오른쪽) 등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본회의 개회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이재오 원내대표, 이방호 정책위의장, 안경률 수석부대표(맨오른쪽) 등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순식간에 법안 6개를 통과시키고 본회의장을 퇴장. 본회의장 문 앞에서는 보좌관들이 두 줄로 서서 박수로 의원들을 맞음. "수고하셨다" "박수 받을 만 하다"며 대만족.

- 본회의장에 남아있던 한나라당 의원들 맞은편 예결위회의장으로 직진. 박형준 의원의 넋두리. "열린우리당, 날치기당이 돼버렸다".

- 상기된 한나라당 의원들로 예결위회의장은 침울. 의원들 곳곳에서 "서있는데 꼬집혔다"는 토로에서 "OOO 열린우리당 의원 봤나, 나를 때리더라, 어이가 없다"는 울먹임까지.

- 예결위회의장을 지키고 있던 박근혜 대표. "다 끝난 것인데, 민주당은 참여 않는다고 했는데…"라며 말을 아낌.

▲ [2시 40분] 의원총회, 곧바로 비공개로 전환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개회전 한나라당이 `정족수를 채워줄 필요없다`며 긴급의총을 위해 본회의장을 나간뒤,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이 의원 출석판을 디지털카메라로 찍고 있다.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개회전 한나라당이 `정족수를 채워줄 필요없다`며 긴급의총을 위해 본회의장을 나간뒤,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이 의원 출석판을 디지털카메라로 찍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 [2시 45분] 5분만에 끝난 한나라당 의총

- 박 대표의 퇴장과 함께 곧바로 문이 열리며 의총이 끝나버림. 이 원내대표가 "차후 논의하자"며 일단 봉합.

- 감정 조절 들어간 한나라당 의원들. 이규택 최고위원 "초선들 뭐했냐, 몸으로 좀 막았어야지". 김충환 의원 "오늘같은 날 이야기를 하면 감정적으로 나올까봐 이만 마친 것 같다".

- 의총을 마치고 국회를 나서는 동료 의원들을 바라보는 또 한 무리의 한나라당 의원들. 전날(1일)부터 한남동 총리공관을 사수했던 한선교, 김정부 의원들의 복귀.

▲ [오후 4시] 이재오 원내대표, 기자간담회로 상황 마무리

본회의가 산회된뒤,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허탈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본회의가 산회된뒤,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허탈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 지도부를 향한 당내 불만 여부를 묻자 "사람들이 왜 말이 없겠나, 그러나 대세를 이루기에는… 글쎄요, 모르겠다"고. "내가 한 점 부끄럼없이 했다"고 강조.

- "사학법 재개정은 물론 해야 한다. 지방선거가 있는 5월 임시국회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6월 국회로 넘기겠다".

- "기자 여러분들, 어제 밤부터 이런 꼴 보느라 고생 많이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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