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문제 해결 온 나라가 나서야”

[인터뷰] 최영희 국가청소년위원회 위원장

등록 2006.05.03 15:34수정 2006.05.0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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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희 국가청소년위원회 위원장
최영희 국가청소년위원회 위원장여성신문
"지역사회별로 전문인력들과 자원봉사자들을 하나로 묶어 위기 청소년 안전망을 탄탄히 구축해야 한다. 힐러리 클린턴이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해 지은 책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나선다>(It Takes a Village)처럼 우리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온 나라가 나서야 한다. 아무리 내 아이를 잘 키운다 해도 문 밖에 문제가 많으면 감자를 깨끗이 씻어 도로 흙탕물에 넣는 꼴 아닌가.”

4월 27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최영희(56) 국가청소년위원회 위원장의 소회는 “(청소년 문제)는 부모 입장이 되어 보면 할 일이 너무나 많다. 다른 부처에서도 청소년 문제를 다룰 수 있겠지만, 주 업무가 아니면 언제 그 일이 될지 알 수 없으니까 조바심이 나서 빨리 관심 갖고 정책을 수립해 달라는 의미로 이런 저런 시범사업을 보여주고자 한다”는 다소 다급한 변이었다.

최 위원장은 아동성폭력을 비롯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청소년 관련 사건들을 오랫동안 현장에서 접해본 활동가((사)청소년을위한내일여성센터 회장, 학교폭력대책국민협의회 상임대표 등)의 체험을 바탕으로 역동적으로 일을 벌이고 있다.

70년대 남편(장명국 내일신문 사장)과 함께 노동운동에 전념했던 최 위원장은 87년 한명숙 현 국무총리와 공동으로 한국여성민우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한 총리는 주부의식화 운동, 최 위원장은 여성노동 운동 쪽이었다.

청소년 문제로 물꼬를 튼 것은 일하는 여성들의 문제의 종착점은 결국 자녀문제였고, 청소년 문제를 바로 “모든 것이 여성 중심인 데서 남녀 함께 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30여 년을 현장 운동가로 살아온 그이기에 그가 맡은 위원회 역시 말 그대로 다이내믹한 변화를 겪고 있다.

우선 국무총리 소속 청소년보호위원회와 문화관광부 청소년국을 통합해 청소년정책 전담 중앙행정기구로 출범한 청소년위원회의 명칭이 ‘국가청소년위원회’로 최근 변경됐다. 그간 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전면 개정해 친고죄 폐지와 피해자가 만 24세가 될 때까지 공소시효를 ‘정지’시켜 언제든지 가해자 처벌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표하고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최 위원장의 말을 빌리자면 “(아동청소년의 보호를 위해) 집어넣을 것은 최대한 집어넣었는데, 국회를 통과하면서 얼마만큼 잘려나갈지 그것이 결국 문제”다.


사실 이젠 연착륙한 청소년 성폭행범에 대한 신상공개는 최 위원장이 활동가 시절부터, 청소년보호위원회 출범 때부터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오랫동안 집착해온 노력의 결실이다. 신상공개법은 인터넷 여론조사와 공청회로 확신을 얻은 후 1인 거리 시위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에 대한 낙천, 낙선 압박 등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시킨 법이다. 최근 미국에서 신상공개 된 성폭행범들이 살해당한 것과 관련해 신상공개에 대해 다시 이는 논란에 대해선 그는 “우리 사회에서 신상공개 외의 다른 대안이 있는가”란 단호한 입장.

또 한 가지 최 위원장의 부임 이후 크게 달라진 점은 그동안 청소년 성범죄의 예방과 처벌에 집중된 인상을 주었던 위원회가 전반적으로 폭넓게 청소년 문제에 손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일례로 인터넷 중독 청소년의 임상치료와 재활모델을 개발해 보급하고, 탄산음료 거부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탈북 청소년의 사회 적응을 위한 ‘무지개청소년센터’를 개소했다.


전문가의 초기 개입으로 청소년의 탈선을 예방하는 ‘동반자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확대 시행하는가 하면, 올해 100곳 개설을 목표로 다양한 체험학습을 시도하는 ‘방과 후 아카데미’를 정착시키기 위해 방과 후 프로그램법 제정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한마디로 청소년의 육성·보호·복지 세 가지 문제를 동시 다발적·효율적으로 처리하고자 시도하고 있는 것.

“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주목하는 부분은 바로 우리 청소년들의 역량 강화다. 어떤 환경에 처하더라도 극복해낼 수 있는 강한 정신력, 꿈, 의지를 가질 수 있고, 그래서 스스로 독립적으로 살아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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