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대화법도 배웁시다"

가족 대화법 강좌 뜬다

등록 2006.05.03 15:33수정 2006.05.0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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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화해요~" 과천시 '학교평화만들기' 네트워크의 '대화법' 강좌 수강생들.
"우리 대화해요~" 과천시 '학교평화만들기' 네트워크의 '대화법' 강좌 수강생들.여성신문
[김미량 기자]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듣자듣자 하니까 도저히 안 되겠네. 처음부터 끝까지 순 거짓말만 늘어놓고 있어."
"저는 항상 거짓말만 한다는 말인가요?"


두 명의 대화가 끝나자 곧 다른 의견이 쏟아졌다.

"거짓말이란 말을 반복하면 부정적 의미를 단정하기 때문에 안 좋은 것 같아요."
"오히려 '제 말을 믿지 못하시겠다는 말씀이시군요'라는 표현이 좋지 않을까요…."


상대방의 말을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는 '바꿔 말하기'. 말을 잘 듣고 있으며, 이해하고 있음을 표현하는 동시에 격한 감정으로 대화가 단절되는 것을 막는 방법이다.

최근 가족 간 대화 부재를 극복하고 '소통의 길'을 찾자는 움직임이 일면서 여성·시민단체, 종교단체, 학교를 중심으로 '가족 대화법' 강좌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청소년, 학부모, 교사 등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의 수강료는 1만∼2만 원에서 수십만 원까지 다양하다. 이들 강좌의 수강생은 대부분 주부와 청소년들. 같은 강좌를 두 번 이상 수강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호응도 좋아 입 소문을 타는 중이다.

매주 수요일 오전 9시 30분, 과천시 한 보습학원의 빈 강의실에는 주부 30여 명이 모여 대화법을 공부한다. 이들은 과천 학교평화만들기 네트워크가 마련한 '갈등 해결 평화교육 강사양성 과정'을 듣는 수강생들이다. '평화교육 강사'라니 거창하게 들리지만 사실 이들은 "남편과 또 아이들과 제대로 대화하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고 입을 모은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두 자녀를 둔 손금화(39)씨는 "아이가 어릴 때는 육아·교육 책도 열심히 읽었는데 학교에 입학하니 오히려 교육에 신경을 안 쓰고 있더라"며 "첫째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대화에 벽이 생기고, 아이가 이로 인해 상처받을까 걱정돼 강의를 듣는다"고 말했다.

'남편 입장 되어보기' 역할극을 통해 자신의 대화법을 살펴 보는 시간.
'남편 입장 되어보기' 역할극을 통해 자신의 대화법을 살펴 보는 시간.여성신문
매일 하는 말을 단어, 감정, 이해, 요구라는 과정으로 분석하며 '말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무엇보다 가정에서 꾸준한 실습(?)이 중요하지만 이는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허경행(42)씨는 "배운 대로 해볼라치면 남편은 무뚝뚝하게 '오늘 그거 배웠나?'라고 말해요"라며 "가까운 가족과 제대로 대화하는 게 더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허씨의 말에 대부분 수강생들은 "그래서 대화법 배우는 거는 가족에겐 비밀"이라며 공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남편과 아이 입장에서 느끼고 요구하는 방법 등 날마다 새로운 화법을 익히고 나면 수강생들은 "어제 남편이랑 싸우고 어떻게 푸나 고민했는데 오늘 방법을 알았다"거나 "집에 돌아가 남편과 아이들에게 어떻게 적용시키나 걱정부터 앞선다"는 반응까지 수업에 대한 느낌을 솔직하게 교환하고 서로 격려한다.

여혜숙 강사('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갈등해결센터 교육팀장)는 "내 행동이 무엇이 잘못이었나 깨닫는 순간 관계는 바뀌기 시작한다"며 "문제의 초점을 자신에게 맞추고 나를 이해하는 것에서 대화의 문은 열린다"고 강조했다.

대화법을 바꾸고 사춘기 딸과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있다는 만희(43)씨는 바로 '문제'를 자신에게서 먼저 찾은 경우다. "평소 딸과 대화를 많이 한다고 자부했는데 가만히 나를 살펴보니 딸의 조잘거림에 그저 '응, 응' 대답만 하더라"는 만씨는 "아이의 얘기에 질문 한 가지를 보태니 딸의 고민을 알게 되고 그만큼 믿게 되었다"고 말한다.

만씨의 딸 고마움(17·평촌고)양도 "엄마와 대화가 통하니 엄마의 인간적인 고민과 매력을 알게 되었다"며 "엄마는 비밀을 공유한 소중한 친구"라고 말한다. 고양은 엄마와의 관계 개선으로 친구관계도 무척 좋아졌다. "예전엔 친구와 싸우기 싫어 무조건 맞춰줬는데 지금은 친구가 기분 나쁘지 않게 내 의견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부모에겐 가정의 대화를 유지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하는 한영란 한정신건강연구소 소장은 "부모됨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 우선 자신을 이해하는 탐색의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가족대화법 교육·상담 프로그램
가족대화법 교육·상담 프로그램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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