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시민사회포럼 '소통과 대안' 주최로 진행된 한미 FTA토론회에 주제 발표자로 참석한 박병원 재경부 차관(가운데)오마이뉴스 박수원
근거 없는 낙관론이 때론 더 위험할 수 있다. 한미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정부의 모습이 그런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한미 FTA의 문제는 우리 기업과 정부, 국민이 자신감이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9일 오후 서울 플라자호텔 4층에서 진행된 시민사회포럼 '소통과 대안' 한미 FTA토론회에 주제 발표자로 참석한 박병원 재경부 차관은 자신감을 강조했다.
박병원 차관은 "어떻게 하면 농업과 서비스업에서 더 나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경쟁력을 높여서 제조업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느냐가 현재 한국 경제의 고민"이라면서 "그 때문에 한미 FTA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을 파트너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그는 "미국은 세계 최대의 시장이자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면서 "모든 역량을 결집해 한미 FTA를 대한민국의 경제, 사회, 시스템 전반을 선진화 시키는 계기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특히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농업 경쟁력에 대해 "향후 10년간 119조원을 투입해 정책 지원의 폭을 넓히고, 전략적 마케팅 개념에 집중하면 농업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면서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농업 피해? 크지 않을 것"
이와 함께 그는 "2003년부터 정부 내부의 검토, 전문가 연구를 통해 한미 FTA협상 출범을 위한 준비를 진행했다"면서 한미 FTA 졸속 추진 의혹을 반박했다.
그러나 토론자로 한림대 최태욱(국제관계학) 국제대학원 교수는 "FTA를 체결했을 때 기대효과도 크지만 위험효과 역시 다른 어느 나라에 비해서 높다"면서 "정부가 서비스 부분의 구조조정, 산업 양극화, 공공성 훼손 등 위험 요소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태욱 교수는 "정부는 갑자기 한미 FTA가 나온 게 아니라고 하지만, 2003년 이후 미국 등 거대경제권과의 FTA를 3년 이상의 기간을 가지고 중장기적으로 준비한다는 것이었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면서 "한일간 FTA 준비에 5년이 걸린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의 경우 준비기간이 너무 짧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김상조(한성대) 교수는 두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하나는 개방을 통한 인위적 개혁이 바람직한 것인지 여부와 한미 FTA가 몰고 올 제도의 변화와 그 파장이다.
김 교수는 "변호사 등 전문직이 내부적으로 개혁되기 어렵다고 해서 개방을 통한 외부 충격으로 개혁하겠다는 것이 맞는 전략인지 의문"이라면서 "FTA를 통해 특정 산업뿐 아니라 경제 전반이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상조 교수는 이어 "카드규제 완화가 400만명의 신용불량자를 양산한 데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정부의 감독기능과 사법기구의 능력은 믿지 못한 수준"이라면서 "FTA를 통한 제도 개선이 경제능력 제고보다는 사회의 안정성을 위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를 나타났다.
특히 그는 한미 FTA가 가진 대외적 위협요인뿐 아니라 제도가 국내에 반영되는 과정에서 노동자와 농민보다는 재벌 등 기득권층의 이해를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준비 완벽할 때까지 하지 말라는 건 무리"
이런 지적에 대해 박병원 차관은 "준비가 완벽하게 될 때까지 (한미 FTA를) 하지 말라는 것은 무리한 이야기"라면서 "농업과 서비스업은 시간을 이미 줬는데, 시험 안 보니까 공부를 안 하더라"면서 한미 FTA를 계획대로 추진할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녹색연합 관계자가 쇠고기 수입 절차, 물 민영화 등 한미 FTA과 관련된 식품 안전과 환경 주권에 대해 정부를 대책을 묻자 박 차관은 "160여명이 각 부분별로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대표자 몇 명이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고 답했다.
박병원 차관은 마지막으로 한미 FTA를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봐달라고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불치병 수준의 낙관주의라고 하는데, 축구와 야구도 세계 4강까지 가지 않았느냐. 해보는 게 중요하다."
한미 FTA를 관철시키겠다는 정부와 공론화를 통해 이해득실을 따지자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입장 차이를 새삼 확인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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