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삶과 환경'에서 음식 폐기물 수거를 담당하고 있는 최은식씨는 골목 구석구석을 샅샅이 훑으면서 운반차량에 폐기물을 모은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청주시로부터 음식물쓰레기 수거 운반을 위탁받아 일하고 있는 삶과 환경은 사회적 기업 가운데 가장 빨리 자리를 잡고,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창출한 곳이다.
불과 1년 만에 기초생활보호대상자와 신용불량자·차상위 계층 17명이 이 곳에서 자립의 틀을 잡았다. 월급도 170만원 수준으로 다른 사회적 기업에 높은 편이다.
삶과 환경은 사실 청주자활후견기관과 충북실업극복협의회·청주시 노인종합복지관·사회적 기업 미래자원(청원 소재) 등 4개 단체가 함께 저소득 주민을 위한 일자리 창출 방안을 고민하면서 2004년 9월 만들어졌다. 어떤 업종을 선택할까 고심하던 중 주목한 것이 바로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삶과 환경이 단기간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음식물류 폐기물 직매립 금지'라는 제도가 자리하고 있다.
이 제도는 음식물쓰레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2005년 1월 1일부터 특별시와 광역시 또는 시 지역에서 발생하는 음식물류 폐기물을 바로 매립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지자체에서는 음식물폐기물 수거와 운반을 민간에 위탁하게 됐고, 삶과 환경은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어려움도 많았다. 무엇보다 초기 자본금 5억원을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 삶과 환경 김경락(33)대표는 아는 인맥을 총동원해 돈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결국 실업극복국민재단과 지역자활후견기관 등 비영리기관과 주변의 도움을 얻어 자본금을 만들어내고, 사업권도 따낼 수 있었다.
사업권을 따낸 이후에는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무엇보다 "더러운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의 자존감을 극복하는 게 과제였다. 김경락 대표의 설명이다.
"처음엔 아파트는 낮, 단독주택은 밤에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했어요. 당연히 낮에 일하겠다는 분이 많을 줄 알았는데 아닌 거예요. 아차 싶었죠.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하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교육도 하고 전직원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총회나 운영위원회를 만들어나갔지요."
거기다 음식물쓰레기 수거 경험이 없던 초보자들이 하는 일이라 사고도 많았다. 지금이야 민원이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사업 초창기에는 "왜 우리집 음식물쓰레기는 안 치워갔느냐"고 민원이 빗발쳤다.
그도 그럴 것이 음식물쓰레기를 자기 집 앞에 내놓는 문전 수거 방식에서는 골목골목 지리에 밝아야 한다. 더구나 작업이 밤에 이루어지는 탓에 자칫 잘못해서 골목 하나를 그냥 지나치면 낭패를 보기 쉽다. 그 때문에 초기에는 지도를 가져다 놓고 세밀히 살피고, 낮에 직접 가서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 수거 방식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작업자들끼리 경험도 공유했다.
올해부터 삶과 환경은 새로운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모든 지역에서 음식물쓰레기 수거가 가능할 수 있도록 4개조 16명의 순환근무 시스템을 도입했다.
수거작업도 수월한 동네가 있고 그렇지 않은 동네가 있는 만큼 작업의 형평성을 맞추고, 혹시 생길지 모르는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매번 똑같은 지역에서만 작업을 할 경우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작업자가 빠지면 구멍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역단체와 함께 자원순환포럼... 우린 환경 개선의 감시자
▲사회적기업 '삶과 환경' 김경락 대표오마이뉴스 남소연
삶과 환경은 월 평균 7천만원 가량 수입을 올리고 있다. 위탁기간이 2007년까지고 보호된 시장에서 활동하는 만큼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안주하는 순간 위기가 올 수밖에 없다는 게 김경락 대표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수익에 연연하지 않고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시스템은 음식물쓰레기통을 돈통으로 만드는 구조죠. 음식물을 수거하는 양에 따라 돈을 지급하니까. 지역 환경단체와 함께 자원순환포럼을 만들어 제도 개선에 힘쓰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려면 수거량이 아니라 처리 세대 수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바뀌어야 합니다."
삶과 환경은 직원들이 "더럽고 힘든 일을 한다"는 생각 대신 환경을 개선하는 감시자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수거작업을 하면서 이렇게 외칠 날이 멀지 않도록 말이다.
"음식물쓰레기 꼭 반으로 줄입시다."
| | 사회적 기업이 청주·청원에 많은 이유 | | | | 삶과 환경, 미래자원, 미래상사, 미가건축.
유난히 충북 청주와 청원에 사회적 기업이 많다. 청원 역시 청주 생활권역임을 감안할 때 같은 지역에 사회적 기업이 몰려 있는 셈이다. 취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
"사회적 기업이 왜 이 동네에 많은 걸까?" 답은 '조직'과 '사람'이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사직1 265-28번지 3층에는 실업극복연대·행동하는복지연합·삶과 환경이 함께 공간을 나눠 쓰고 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보니 일이 한결 수월했다. 쉽게 말해 이 곳은 사회적 기업 생산의 아지트다.
재활용업체 가운데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인 미래자원도 사업장은 청원에 있지만 수시로 만나 의견을 나눈다.
청주와 청원에서 사회적기업을 만든 주축들은 대부분 이 지역 대학에서 학생회 활동을 했던 '운동권'들. 이들은 졸업 후에도 지역에 뿌리내리면서 새로운 운동 영역을 개척해 냈다.
이런 밑바탕은 지역 사회적 기업과 관련 단체들이 연대를 통해 의미도 살리고 경제성도 확보하는 터전을 만들어냈다. 청주환경운동연합과 실업극복연대, 삶과 환경, 미래자원이 함께 자원순환포럼을 출범시켜 지자체에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고, 사업영역을 발굴하는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자활후견기관협회 내에 있는 전국의 재활용사업을 묶어 재활용사회적기업연합회를 추진하는 것도 이 지역에서 주축으로 움직이고 있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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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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