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9회

불행의 징조

등록 2006.05.16 17:24수정 2006.05.1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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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의 징조

7만 년 전 아프리카 동부


노란색 꽃이 지평선 끝까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광활한 초원위에서 수이는 꽃을 모으고 있었다. 수이의 손에 들려 있는 꽃은 들판을 가득히 메우고 있는 노란 꽃이 아니라 그 사이에 조금씩 섞여 있는 하얀 꽃이었다. 수이는 얼마 되지 않는 하얀 꽃을 찾고 또 찾았다. 멀리서 보면 노란색 꽃 일색인 들판에 흰색 꽃이 섞여있는 신비로움에 취해서 수이는 꽃을 고르는 데 열중하느라 옆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조차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우우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몸을 조심하라는 경고의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수이는 그다지 이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인근에서 남자들이 살이 잔뜩 오른 영양을 사냥하고 있었기에 이는 동료의 부주의를 우려한 소리임에 틀림없었다.

-우우

경고의 소리는 좀처럼 끊이지 않았다. 저래서야 사냥감들이 다 도망가 버릴 것이었고 결국에는 오늘 사냥도 글렀음이 틀림없겠다는 생각에 수이는 웃음이 나왔다. 수이는 괜히 허공에 발길질을 해대었다. 수이의 부족들은 손가락을 모두 꼽을 날 동안 토끼고기를 조금씩 나눠먹은 이후에는 줄곧 시큼하고 조그만 나무열매와 벌레만을 먹었을 뿐이었다. 수이는 고기보다는 과육이 풍부한 달콤한 과실을 무척이나 좋아했지만 그것조차 언제나 흔한 것은 아니었다.


-우우

수이는 소리가 점점 커지자 마침내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돌아보았다. 순간 수이는 손에 든 하얀 꽃을 내던지고 달려갔다. 수이의 뒤에서는 거대한 송곳니를 가진 검치호가 뒤뚱거리며 달려오고 있었다. 경고의 소리는 바로 수이를 향해 다가오는 검치호를 보고 누군가가 낸 소리였다.


수이를 쫓아오는 검치호는 수이가 알고 있는 녀석이었다. ‘이야이’라고 이름 붙여진 그 녀석은 거대한 송곳니의 두 끝이 모두 중간부분에서 부러진 늙은 녀석이었다. 젊은 검치호에게 밀려난 후 이 녀석은 가끔 홀로 떨어진 인간을 습격해 먹이로 삼곤 했다. 이야이는 꽃을 꺾는데 정신이 팔린 수이를 먹이로 확실히 점찍어 두고 있었다. 비록 방해꾼이 있었지만 인간은 그 수가 많지 않으면 별반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검치호 이야이는 알고 있었다. 재빨리 사냥감을 끝내버리면 그 것으로 며칠간은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었다. 수이는 꽃을 내던지고 달리기 시작했고 이야이는 둔하지만 맹렬한 기세로 그 뒤를 쫓기 시작했다.

-여기야! 여기!

주의를 분산시키는 인간의 소리 따위는 무시하던 이야이는 순간 등 쪽에 묵직한 통증을 느꼈다. 세차게 날아온 돌이 이야이의 등에 맞아 뒹굴었다. 쫓기던 수이는 숨을 헐떡이며 돌을 던진 솟의 품에 안겼다. 솟은 안탄 부락에서 가장 힘이 쌔고 빠른 젊은이였다. 그렇지만 아무리 솟이라고 해도 자신보다 두 배는 더 큰데다가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검치호 이야이를 상대하기에는 버거워 보였다. 이야이는 크게 포효하며 솟과 수이를 위협했다. 솟은 한 손에 돌을 움켜잡은 채 이야이를 노려보며 한 손으로는 수이를 떠다밀었다. 수이는 주춤거리며 달아나는 듯하다가 오히려 이야이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이 뜻밖의 행동에 솟과 검치호 이야이는 모두 당황했다. 이야이는 경험이 많았지만 오히려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인간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순간적으로 알 수 없었다. 이야이가 점찍은 인간들은 모두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거나 나무나 바위로 올라가서 몸을 피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이야이를 더욱 당황하게 하는 것은 솟의 다음 행동이었다.

-어흥!

솟은 이야이 쪽으로 달려가며 손에 든 돌을 이야이의 눈에 던져 정통으로 맞추었다. 이야이는 끔찍한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결국 몸을 돌려 달아날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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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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