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현대비자금 150억 '무죄' 1억 '유죄'로 법정구속

파기환송심 재판... 대검 중수부의 무리한 '기획수사 책임론' 제기될 듯

등록 2006.05.25 11:06수정 2006.05.2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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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자료사진).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2003년 6월 17일 구속 이후 3년을 끌어온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 현대 비자금 150억원 수수의혹 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 그러나 25일 재판부는 SK 등으로부터 받은 1억원에 대해서는 징역 3년형을 선고하며 박씨를 법정구속했다.

박지원 전 장관에 대한 파기환송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이재환 부장판사)는 현대비자금 150억원 수수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박씨가 받은 사실을 인정한 1억원과 대북송금 부분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했다.

박씨는 대북송금에 관여한 혐의(남북교류협력법·외국환관리법 위반, 권리남용 등)로 2003년 6월 17일에 구속돼 특가법상 뇌물·알선수재 혐의가 병합되었다가 대법원의 무죄취지 파기환송 직후인 2004년 11월 16일 보석으로 출소할 때까지 1년 5개월 동안 수형생활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1억원 부분에 유죄를 선고하면서 박씨를 법정구속했다.

이에 따라 박씨는 '누명'을 벗고 정치적으로도 '복권'되었다. 대북송금 부분은 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 다른 관련자들이 이미 사면복권을 받은 데다 1억원 수수혐의는 현대비자금 150억원에 대한 계좌추적을 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나온 '곁가지'여서 이른바 '박지원 사건'의 본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대로 김영완·이익치씨 진술 증거능력 부인

재판부는 박씨 사건을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의 판결 취지와 마찬가지로 이 사건 관련 핵심 증인인 김영완씨(해외도피중)가 해외에서 작성한 진술서와 박 전 장관에게 무기명 양도성예금증서(CD)로 150억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진술에 대한 증거 능력을 부인했다.

이에 앞서 대법원 2부(주심 유지담 전 대법관)는 2004년 11월 12일 150억원 수수혐의에 대해 무죄취지로 서울고법에 파기환송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한 판결문에서 "김영완의 경우 신변 위협 등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귀국을 거부하고, 진술서의 작성 동기나 목적 등이 석연치 않는 등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또 대법원은 이익치씨의 진술과 관련해서도 "CD의 전달사실을 시인한 이후 다른 사항에 대해 자세하게 진술하면서도 그 전달 날짜에 대해서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면서 "전달 날짜를 의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검 중수부는 "박지원씨의 150억원 수수가 사실이라는 것은 확신하고 있다"면서 "파기환송된 고법에서 이익치 전 회장의 진술 신빙성을 높일 수 있게 보완하겠다"고 밝혔으나 파기환송 이후 1년반 동안의 공판에서 김영완·이익치씨 진술(서)의 증거능력을 보강하는 데 실패했다.

검찰은 특히 박지원씨 주변 인물들에 대한 철저한 계좌추적을 통해 김영완씨가 '정몽헌 비자금 관리인'이 아니라 사실상 '박지원 비자금 관리인'이었음을 입증하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이 박씨로부터 수표를 받은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법정에 소환한 증인(언론인)들 대부분이 "박씨가 아닌 김영완 씨로부터 수표를 받았다"고 진술함에 따라 오히려 박씨가 김영완씨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음을 입증한 셈이 되었다.

대검 중수부의 '무리한 기획수사'와 재판부의 '정치권 눈치보기'

결과적으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에 이은 서울고법의 이번 판결로 박지원씨 현대비자금 150억 원 수수의혹 사건은 대검 중수부의 '무리한 기획수사'의 결과였음이 드러나게 되었다.

특히 이번 판결로 검찰이 처음부터 박 전 장관을 김대중 정부의 대북송금과 비리혐의의 상징인물로 상정하고 박씨를 사법처리하기 위해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익치 씨 등과 '면죄부'를 대가로 한 '거래'(플리 바기닝)를 했다는 의혹이 가설의 신빙성이 더 커졌다.

구속 이후 3년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이 사건이 대법원의 파기환송 이후에도 1년반만에 종결된 데는 일부 재판부의 '정치권 눈치보기'도 한몫을 했다. 전임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8개월여 동안 이 사건을 끄는 통에 그 사이에 재판부가 바뀌어 그 때문에 또 재판이 지연되었다.

그런데 이번 재판부도 박지원 피고인이 이미 3년 여 동안 재판을 받으면서 1년 넘게 수형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알선수재 부분에 대해 3년형의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해 아쉬움을 남겼다.

박씨에 대한 법정구속으로 6월 하순으로 예정된 김 전 대통령의 방북에도 차질을 빚게 되었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박지원 씨가 대북송금 특검에 구속된 직후인 2003년 7월부터 지난 4월까지 두 차례의 집중취재 연재보도를 포함해 30회에 걸쳐 검찰수사의 문제점과 1, 2심 재판부의 오심(誤審)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오마이뉴스>는 특히 지난 2004년 10월 "150억원 김영완·이익치 빼돌린 것/이씨가 핵심... 돈세탁 증거도 있다" 제하의 기사를 통해 검찰의 공소사실과 달리 문제의 CD 150억 원은 해외도피중인 김영완 씨와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공모해 고(故) 정몽헌 회장으로부터 빼돌린 것이라는 김씨 측근의 믿을만한 증언을 단독보도해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을 이끌어내는 데 일조했다.

김씨의 측근인사인 재미교포 O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제의 150억원은 김영완씨와 이익치씨가 공모해서 정몽헌 회장의 비자금을 빼돌린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박지원씨는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한 바 있다.

또 <오마이뉴스>는 대법원의 무죄취지 파기환송 결정이 난 뒤에도 O씨가 "이익치씨는 (박지원씨뿐만 아니라) 권노갑씨의 돈 수수 내용에 관해서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LA의 한미은행에 이씨 아들 이름으로 개설된 계좌를 통해 이씨가 빼돌린 정몽헌 회장의 돈이 세탁된 증거도 가지고 있지만 공개하기엔 너무 파장이 클 것 같아 망설여진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덧붙이는 글 | * 김당 기자의 블로그(http://blog.ohmynews.com/dangk/124360)를 방문하면 지난 3년 동안의 박지원 씨 사건에 대한 집중취재 기사와 특종기를 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김당 기자의 블로그(http://blog.ohmynews.com/dangk/124360)를 방문하면 지난 3년 동안의 박지원 씨 사건에 대한 집중취재 기사와 특종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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