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정통무협 단장기 439회

등록 2006.05.26 09:35수정 2006.05.2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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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백린과 비교해서 담천의가 유일하게 나은 것이 있다면 인내심뿐이었다. 인간으로서 참을 수 없는 그 어떠한 것도 참을 수 있는 강철같은 인내심뿐이었다. 피가 터져 나와 안개처럼 퍼지고 있어도 담천의는 오직 방백린의 눈을 볼뿐이었다.

그 광경을 보는 이들은 한결같이 한 가지 상상에 사로 잡혔다. 방백린의 몸에서 뿜어진 그물 같은 강기는 담천의의 몸을 마비시키고, 바닥에서 퉁겨 올라 무서운 속도로 담천의를 쏘아 가는 칼날들은 담천의의 몸을 난도질하고 고슴도치처럼 만들어 버리는 모습을.....


“.............!”

숨을 쉴 수 없었다. 주위에 한 치의 앞도 볼 수 없는 짙은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혼돈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아득한 어둠 속에서 온 몸이 마비되어 손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로 빠져든 듯 했다.

중중무진법계연기(重重無盡法界緣起)라! 일체의 사물은 다른 사물과 연관, 끝없는 연기(緣起)의 망 안에서 존재한다, 모든 것은 시작한 그곳으로 회귀하되 그것은 처음 아무 것도 없음이 아니라 이미 넘치도록 차 있는 상태.

모든 것은 다시 끊임없이 연관되어 변화하는 것. 있음과 없음은 상호연관이라는 끊기지 않는 망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어서, 어느 순간에 그들이 현현한다 하여도 실로 있는 것이 아니요. 어느 순간에 그들이 멸한다 하여도 실로 없는 것이 아니다.

시작도 끝도 없이 변하는 모든 만상(萬象)이 자신과 귀일(歸一)될 때 그 어떠한 것과도 동화될 수 있고,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스으으------

담천의의 무릎 위에 올려져 있던 검이 두둥실 허공에 떠올랐다. 그리고 담천의는 방백린을 향해 아주 느릿하게 수평으로 검을 그었다. 보는 사람들로서는 담천의가 검을 휘두르기도 어려운 것처럼 보였지만 막상 방백린은 달랐다. 자신의 공격에 미세한 틈이 벌어지는 것 같고, 갑자기 자신의 몸이 굳는 듯한 착각과 함께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검이 자신을 베어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그 검의 검로에 몸을 던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공간을 초월하는, 그래서 느린 것 같아도 무엇보다 빨리 목표에 도달하게 만검의 마지막 단계가 펼쳐진 것이다.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연기(緣起)의 망(網) 속에 갇혀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겁의 윤회에 빠져든 인간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검.

허나 방백린은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자였다. 그것은 일순일 뿐이었다. 이미 그는 담천의의 경지를 넘은 자였다. 그의 쌍수가 좌우로 벌어졌다. 느릿하게 방백린의 가슴을 갈라오던 담천의의 검이 퉁겨 나가는 듯 했다.

파파파팟-----!

헌데 그 순간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방백린을 떠받치고 있던 연화서품의 모양이 흔들렸다. 완벽한 형체를 갖춘 연화서품이 흩어지며 흐릿해졌다. 동시에 담천의를 향해 쏘아오던 칼날들이 돌연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헉.....!”

방백린의 입에서 헛바람 빠지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슈악----!

동시에 담천의의 검은 느릿하게 방백린의 가슴을 갈랐다. 피가 분수처럼 사방으로 뿜어졌다. 정말 일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방백린이 염화심력으로 칼날에 연결된 쇠사슬을 끊고 움직이기 시작한 그 때로부터 그의 가슴이 베어진 것까지는 숨 한 번 들이쉬고 내쉴 정도의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털썩---!

그의 몸이 허공에서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그의 두 눈은 아직 떠져 있었지만 더 이상 숨을 쉴 수는 없었다. 몸이 두 쪽 나지는 않았지만 이미 폐가 가로로 완전하게 갈라져 피가 꾸역꾸역 밀려나오는 상태에서 숨을 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렇게 어처구니없고 허무한 일이 있을까? 중원을 한 손에 쥐려던 방백린은 비명 한 번 제대로 내뱉지 못하고 죽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모든 이들은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이 돌발적인 사태에 아연해 했다. 누가 감히 연화서품의 경지에 오른 방백린을 벨 수 있단 말인가?

털썩----!

곧 이어 담천의의 몸 역시 통나무가 떨어져 내리듯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미 전신은 자신의 피와 함께 방백린의 가슴에서 뿜어진 피로 혈인(血人)이 되어 있는 상태. 그 역시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자신은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분명 바닥에서 퉁겨 오른 칼날들은 자신의 몸을 꿰뚫었어야 정상이었다.

마지막 깨달음으로 만검을 펼치기는 하였지만 상대를 벨 수 있으리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마치 철벽이 가로막은 듯한 느낌에 검로조차 찾지 못하는 상태였다. 헌데 칼날들이 힘을 잃었고, 막혀있던 자신은 검로를 찾았다. 자신도 모르는 가운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하지만 방백린과 담천의가 바닥에 떨어져 내리는 그 순간에 앉아있는 상태로 혼절한 또 한 인물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입가에 가는 선혈을 흘리며 누나의 손을 꼭 잡고 혼절해있는 청년. 바로 운령의 동생이었다.

정말 예상 못한 결과에 놀라 몸을 일으키던 운령은 자신의 손을 잡고 있었던 동생의 손이 힘없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급히 옆에 앉아있던 동생을 돌아다보았다. 그리고 동생의 모습에서 이 사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결정적인 역할은 동생이었다. 동생이 자신 있게 저 사람에게 단 한 번의 도움을 주겠다던 그 의미가 무엇인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동생은 염화심력과 같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염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특출난 능력은 바로 정신력이었고 그는 결정적인 순간에 방백린이 가진 모든 무공에 기초가 되는 염화심력을 뒤흔들었던 것이다. 방백린은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염력에 자신의 염화심력이 영향을 받게 되자 한 순간 대응할 사이도 없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귀곡의 마지막 안배. 귀곡자가 마지막 택한 안배가 바로 이것이었다. 천동의 비학 염화심력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같은 부류의 염력뿐이었다. 하지만 천동의 비전지기를 익힌 방백린을 능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귀곡자는 결정적인 순간에 단 한 번 방백린의 염화심력을 제어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던 잠시 간의 시간이 지나자 그제 서야 정신을 차린 듯 분분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섭장천 일행과 제마척사맹의 인물들은 담천의에게로, 천마곡과 천동의 인물들은 시체로 변한 방백린에게 다가들었다.

“...........!”

유항이 피에 잠긴 방백린의 시신을 끌어안았다. 비명도 없었고, 눈물도 흐르지 않았다. 너무나 큰 충격에 그녀는 방백린의 육신에서 빠져나가는 혼을 잡으려는 듯 힘껏 방백린의 상체를 끌어안을 뿐이었다.

“아악-----!”

단발마의 비명 같은 통곡성이 뒤늦게 유항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고 얼굴 전체가 땀과 눈물로 젖고 있었다. 가슴으로 눈물을 흘리는 여자는 또 하나 있었다.

(이건 아니야...... 이럴 수 없어...... 주인님..... 주인님은 돌아가실 수 없는 분이야.......)

당새아였다. 그녀는 차마 방백린의 시신이 있는 대 위로 올라가지도 못했다. 이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에게 있어 방백린은 신적인 존재였다. 그저 바라만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오르는 그런 존재였다. 그가 존재함으로서 자신이 살아갈 이유가 있는 그런 대상이었다.

아니야. 그 분은 죽지 않아. 절대 죽을 수 없어. 그녀의 선연한 교구가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볼을 타고 흐르는 피눈물은 섬뜩했다. 그러다 문득 그녀는 혼절한 동생을 보살피는 운령을 독살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본래 삼백안인 그녀의 눈에 눈동자가 사라지고 핏빛으로 물들었다.

(네 년 때문이야..... 네 년이 주인님을 도와주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진 거야..... 네 년은 죽어야 해.......)

사실 그녀만큼 많은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도 드물었다. 운령의 입을 대신해 백련교 내의 대소사를 알고, 주인인 방백린의 곁을 떠나지 않았던 그녀였다. 어쩔 수 없이 담천의와 승부를 볼 수밖에 없었던 것에는 분명 운령의 책임이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소매에서 요서보검을 뽑아 운령의 등에 박았다.

“흣.....!”

영문도 모르고 운령은 등에 느껴지는 화끈한 통증에 헛바람을 내뱉었다. 하지만 비명조차 흘러나오지 않는 그녀의 입에서 나온 헛바람은 유항의 단발마와 같은 통곡성에 묻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고통을 느낄 사이도 없이 운령은 동생의 몸 위로 쓰러졌다.

덧붙이는 글 | 소주 한 잔할 장소와 일시를 공고합니다. 
5월 마지막 주로 정하려 하다가 모두 바쁘실 것 같아 조금 앞당겼습니다. 미국에 있는 분 중 운 좋게 한국에 나오셔서 참석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계셨고, 다음날 부담도 없을 것 같아 금요일로 잡았습니다. 

일시 : 5월 26일(금) 오후 7:00시 
장소 : 광화문 뒷골목 밥상머리 2층(세종문화회관 뒷편 : TEL 02-723-0288) 

이십여 분 정도가 게시판에 글을 남기고 메일을 주셨습니다. 오히려 외국에 나가 계시는 분들이 메일주시며 참석하지 못해 서운하다고도 하셨습니다. 그 동안 저에게 메일을 주시며 격려하셨던 분들이나 댓글로 성원해 주셨던 분들, 날카롭게 비판하셨던 분들이 모두 참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 동안 조용히 그리고 꾸준하게 읽으셨던 분들도 이번 기회에 한 번 뵈었으면 합니다. 

편하게 나오셔서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자는 것 외에는 다른 일은 없습니다. 흉금 없이 제가 보지 못한 시각에서 본 <단장기>에 대한 평도 듣고 싶은 마음입니다. 물론 메일이나 답글을 주시지 않고 참석하셔도 무방합니다. 

비용은 그 동안 오마이뉴스에서 단장기를 연재하면서 받은 원고료와 여러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셔 주셨던 '좋은 기사 원고료'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의 참석을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소주 한 잔할 장소와 일시를 공고합니다. 
5월 마지막 주로 정하려 하다가 모두 바쁘실 것 같아 조금 앞당겼습니다. 미국에 있는 분 중 운 좋게 한국에 나오셔서 참석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계셨고, 다음날 부담도 없을 것 같아 금요일로 잡았습니다. 

일시 : 5월 26일(금) 오후 7:00시 
장소 : 광화문 뒷골목 밥상머리 2층(세종문화회관 뒷편 : TEL 02-723-0288) 

이십여 분 정도가 게시판에 글을 남기고 메일을 주셨습니다. 오히려 외국에 나가 계시는 분들이 메일주시며 참석하지 못해 서운하다고도 하셨습니다. 그 동안 저에게 메일을 주시며 격려하셨던 분들이나 댓글로 성원해 주셨던 분들, 날카롭게 비판하셨던 분들이 모두 참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 동안 조용히 그리고 꾸준하게 읽으셨던 분들도 이번 기회에 한 번 뵈었으면 합니다. 

편하게 나오셔서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자는 것 외에는 다른 일은 없습니다. 흉금 없이 제가 보지 못한 시각에서 본 <단장기>에 대한 평도 듣고 싶은 마음입니다. 물론 메일이나 답글을 주시지 않고 참석하셔도 무방합니다. 

비용은 그 동안 오마이뉴스에서 단장기를 연재하면서 받은 원고료와 여러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셔 주셨던 '좋은 기사 원고료'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의 참석을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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