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다리는 손으로 잡고 먹으라고 있는 거야"

딸 새연이의 '닭다리 진화론'... '특명' 펄펄 살아 움직이는 닭을 찾아라

등록 2006.05.26 14:36수정 2006.05.26 15:10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2년전 모습입니다.

2년전 모습입니다. ⓒ 황방열

닭다리는 왜 있을까요. 5살인 제 큰 딸 새연이의 답은 이렇습니다.

며칠 전 아침입니다. 아내로부터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새연이가 유치원 겸 다니고 있는 미술학원 가면서 엄마에게 물었답니다.

새연 "엄마, 닭은 왜 다리가 있어?"
엄마 "새연이 너는 왜 다리가 있니?"
새연 "걸어다닐려고…."
새연 (엄마를 쳐다보며) "손으로 잡고 먹으라고 있는 거야."


녀석은 어젯밤 늦은 저녁으로 닭도리탕을 먹고 있던 제게 "아빠, 닭고기 뜯어먹고 싶다"고 은근히 말을 걸어왔습니다. 먹성 좋은 딸을 말리는 엄마를 피해 닭다리를 건네줬더니, 꼭 할머니 폼새로 '맛나게' 뜯어 먹더군요. 미술학원 가는 길에 그 닭다리가 생각났을 겁니다. 아이는 할머니를 흉내내는 것인지, 닭고기는 꼭 손으로 잡고 먹으려고 합니다.

후배에게 이 얘기를 해줬습니다. 한참 웃던 후배가 중요한 얘기를 해줬습니다.

"선배, 애가 살아 있는 닭을 본 적이 없는 거 아니에요? 뛰어다니는 닭은 못 보고, 통닭, 삶은 닭 그런 것만 보니까, 그렇게 생각하죠."

꽤 날카롭죠. 그럴 듯합니다. 동물원이나 대공원을 가서도 뛰어다니는 닭을 보지는 못했을 겁니다. 아이에게 닭은 생명체가 아니라 먹을거리였을 뿐이었나 봅니다. 사실 제게도 마찬가지지만요. 게으른 아빠의 의무감이 발동하는 순간입니다.

a 이런 닭들을 찾아야겠지요?

이런 닭들을 찾아야겠지요? ⓒ 박병춘

그런데 고민이네요. 저희는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고, 새연이 친가와 외가 모두 도시생활을 하고 있어 '산 닭'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만 해도 이런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저는 어려서 서울 변두리에 살았는데, 뒤뜰이 넓어서 어머니가 닭도 치고, 호박도 길렀습니다. 아침마다 따끈따끈한 계란을 꺼내오는 일은 제 몫이었습니다. 물론 손님 왔을 때 가차 없이 닭의 목을 내리치는 어머니의 무시무시한 팔을 지켜보는 것도 많은 경우 막내인 제 몫이었습니다.

어쨌든 '산 닭'을 찾아 움직여야겠네요. 마당을 뛰어다니며(때로는 날아다니면서) 먹이를 찾아 다니는 닭을, 엄마 닭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병아리들을 보여줘야겠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2. 2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3. 3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4. 4 결혼-육아로 경력단절, 배우 김금순의 시간은 이제 시작이다 결혼-육아로 경력단절, 배우 김금순의 시간은 이제 시작이다
  5. 5 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