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한 문정현 신부.오마이뉴스 박수원
과연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자진출두 했던 김지태 위원장 석방을 촉구하며 6일부터 평택 경찰서 앞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그러나 단식농성도 허사였다. 김지태 위원장은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국 구속됐다. 벌써 평택 사건으로 구속된 사람이 17명이다. 더 이상 평택 경찰서 앞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오두희 평택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과 활동가 몇 명과 함께 8일 서울 청와대 앞으로 왔다.낮 12시에 청와대 앞 분수대에 왔는데, 경비대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1시간쯤 후에 경비대에서 눈치를 채고 연락을 했는지, 종로 경찰서 소속 경찰이 "신부님이 여기 웬일이십니까"라고 아는 척을 해왔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병력을 배치하고 바리케이트를 쳤다. 항의를 하자 겨우 바리케이트를 치웠다.
그 사이 분수대 뒤편 벤치에 자리를 깔았다.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펼침막도 걸었다.그러나 경찰은 준비해온 침낭을 압수했다.
오후4시쯤 목요 집회를 마친 민주화실천 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소속 어머니들 15명이 분수대 뒤편 벤치로 찾아왔다.
임기란 전 상임의장은 "대추리가 어디 다른 나라냐. 속상해 죽겠다"면서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실에 전화를 걸어 "날씨도 쌀쌀한데 침낭은 왜 빼앗아가느냐"면서 침낭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물 값'이라며 민가협 어머니들이 봉투까지 건네고 가셨다. 어머니들을 보니 눈물이 났다.
무기한 단식 농성.
"까무러칠 때 까지 해보자"고 청와대에 왔지만 사실 내 몸 상태를 자신하기 힘들다. 칠십 노구를 끌고 여기까지 왔지만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그러나 김지태 이장을 비롯한 구속된 17명이 석방되고, 대추리 철조망 공사를 중단하고, 미군과 재협상을 하라는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이 자리를 떠날 수 없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인터뷰를 토대로 문정현 신부 입장에서 재구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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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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