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움직이는 힘

[리뷰] 기자출신 작가가 들려주는 은은한 종소리 <배려>

등록 2006.06.09 12:11수정 2006.06.09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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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느끼는 이상하고 불쾌한 일 중의 하나는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다음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또 한 외국인은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버스가 오면 다른 사람들이 막 뛰어가서 타는 바람에 버스를 두 대나 놓치고서야 버스를 탈 수 있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이러한 것들은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모두 '타인을 위하는 마음' 즉, '배려심'이 부족해서 일어난 일들이다. 여기 배려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이 있다.


위는 하루종일 싱글벙글이다. 34살의 나이로 회사 창립이래 가장 빨리 차장이 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알고보니 조만간 없앨 예정인 팀의 차장으로 발령이 난 것이다. 자신을 잘 봐주는 상사가 팀을 없애기 위해 일종의 스파이로 심으려 한 것. 입사동기들로부터 그리고 부인으로부터도 어쩜 그렇게 사람이 자기밖에 모르냐는 소리를 들었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출세를 위해 달려온 위 차장은 프로젝트 1팀에 가면서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늘 자신의 얘기만 하고 남의 얘기를 듣지않던 그가 남의 말을 듣는 법을 알기 시작하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이 얼마나 일에 있어서도 효율적이고 능률적인 것인가를 알게 된다. 그러면서 프로젝트 1팀을 없애기 위해 들어왔지만, 결국 프로젝트 1팀을 같이 살리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불가능할 것만 같던 목표량을 달성함으로써 회사에서의 자신의 입지도 살리고, 아내와의 사랑도 성취하게 된다.

이 책은 서울경제신문과 이데일리 등에서 취재기자를 지낸 지은이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알게 된 사실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기자로서 단련된 문장력과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답게(<한국의 부자들1, 2> <벤처 뒤집기> 등) 글은 아주 술술 읽힌다. 캐릭터들도 살아있는 것 마냥 통통 튄다. 또한 이름 대신 그 특징을 담은 별명으로 각 캐릭터들의 성격을 표현한 것도 좋은 시도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밝혀지는 감동이 있는 반전 역시 좋았다. 늘 한결같은 아내의 사랑을 다시금 깨달은 위가 아내에게 달려가는 모습은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은 것은 '아~ 그래도 아직 세상은 살 만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도 더 배려해야겠구나'란 감화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마음이 정화되고 기분이 좋아지는, 그리 진하진 않지만 그윽한 향과 같은 책, 절간에서 들려오는 잔잔하면서도 은은한 풍경소리 같은 책이 바로 <배려>다.


올 1월에 출판되었음에도 지금까지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늘 5위권 안에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한국형 자기계발 우화'라는 작위적인 장르분류가 좀 거슬리긴 하지만, 귀여운 아이가 자기는 우비를 입고 우산을 어른에게 건네는 모습이 담긴 표지디자인 역시 맘에 든다.

2006. 6월 첫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

1.마시멜로 이야기(호아킴 데 포사다 외·한국경제신문사)
2.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이민규·더난출판)
3.다 빈치 코드(댄 브라운·대교베텔스만)
4.배려-마음을 움직이는 힘(한상복·위즈덤하우스)
5.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공지영·푸른숲)
6.한국의 젊은 부자들(박용석·토네이도)
7.여자생활백서(안은영·해냄)
8.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공지영·황금나침반)
9.섬기는 부모가 자녀를 큰 사람으로 키운다(전혜성·랜덤하우스중앙)
10.그 남자 그 여자(편집부·랜덤하우스중앙)

*한국출판인회의가 5월31일부터 이달 6일까지 교보문고, YES24 등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 10곳의 도서판매 부수에 근거해 집계한 6월 첫째 주 종합베스트셀러 순위.

지은이의 전작인 <한국의 부자들1, 2> 역시 재미있게 읽은 나로서는 앞으로 발간될 차기작이 더 기다려진다. 기다려지는 작가가 한 명 더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보물이 하나 생긴 것 마냥 기분 좋아지는 날이다.

배려 - 마음을 움직이는 힘

한상복 지음,
위즈덤하우스,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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