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이겨내는 피해생존자 모습에서 힘 얻어"

등록 2006.06.12 14:15

수정 2006.06.12 14:15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은 흔히 생각하는 힘없는 '피해자'가 아니다. 자신이 겪은 성폭력 경험을 당당히 이겨 나가는 모습에서 오히려 상담원이 '힘'을 얻는다."

한국성폭력상담소(소장 이미경, 아래 상담소)에서 2년째 상담자원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장이향심(26)씨. 장씨는 지난 1일 열린 '상담소 15주년 기념 후원의 밤' 행사에서 "생존자들의 인권과 성폭력 없는 세상을 위해 정성을 쏟아왔다"며 상담소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10여 명의 상담원 중 한 명이다.

이름보다 '거북'이라는 활동가 별명이 더 익숙한 장씨는 매주 상담소에서 각각 하루씩 진행하는 전화 상담 및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 상담을 통해 피해 생존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있다.

장씨가 성폭력 상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03년 성균관대 총여학생회장을 맡는 등 총여학생회에서 학내 성폭력 사건을 지원하며 보다 체계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면서부터다. 장씨는 상담소에서 성폭력 전문상담원 교육을 받은 후 줄곧 피해 생존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상담 의뢰가 왔을 때 최대한 많은 내용을 들으면서 심리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장씨는 "성폭력 관련 언론 보도가 많을 땐 그와 관련된 피해로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전했다.

장씨는 "비디오 녹화진술 확대, 여경 조사 도입 등 수사기관이 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피해 생존자들이 변화를 충분히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인권이 보장된 수사과정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를 당하기 전엔 경찰서 출입조차 안 해 본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사건 해결을 위해 경찰서에 가는 것 자체를 무서워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수사 과정 중 '그 장소에 왜 갔느냐, 술은 왜 마셨느냐'와 같이 오히려 힐난하는 수사관의 말에 상처를 받았다는 피해 생존자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장씨는 "20, 30년 전 특히 친족에 의한 성폭력 경험을 이제라도 용기를 내 해결하려고 해도 비친고죄의 경우 공소시효가 7년으로 되어 있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데 좌절하기도 한다"며 "공소시효를 하루빨리 폐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상담원이란 피해 생존자들 스스로 삶을 치유하려는 노력이 힘에 부칠 때 거드는 역할을 할 뿐"이라며 피해 생존자들의 강한 의지를 강조한 그는 상담원에 도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상담 뿐 아니라 성폭력의 원인이 되는 가부장적인 남성문화를 바꿔보려는 관심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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