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희 "예의로 간 2차, 분위기도 좋았고..."

[현장] 강제추행 혐의 첫 공판... 변호인 "최 의원 한때 자살 생각도"

등록 2006.06.14 13:15수정 2006.06.1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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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여기자를 성추행한 이후 잠적했던 최연희(전 한나라당 사무총장) 의원은 지난 3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 사과했지만, 의원직은 계속 유지할 의사를 밝혔다.
<동아일보> 여기자를 성추행한 이후 잠적했던 최연희(전 한나라당 사무총장) 의원은 지난 3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 사과했지만, 의원직은 계속 유지할 의사를 밝혔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답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기자들, 이제 그만 좀 하세요. 참…."

지난 2월 술자리 강제추행사건 이후 '6분짜리 기자회견'을 연 뒤 잠적했던 최연희(전 한나라당 사무총장) 의원이 14일 오전 첫 공판 직후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버럭 화를 냈다. 잠적 이후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낸 최 의원을 향해 기자들이 여러 질문을 쏟아냈지만 굳게 다문 그의 입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최 의원은 평상시에 늘 가슴 왼쪽에 달고 다녔던 의원 배지를 뗀 채로, 기자들의 취재공세에 대비해 경호원, 보좌관 등을 대동하고 법정에 나타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6부(재판장 황현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최 의원은 약 20여분간 고개를 숙였지만 판사의 질문에는 또렷이 답했다.

"상황 기억나지 않지만 부인할 생각은 없다"

이날 공판에서 최 의원은 "(사건 당시) 긴장이 많이 풀려 있었다"며 "상황이 잘 기억나지 않고, 부인이나 부정을 할 생각은 없다"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전에도 몇 차례 언론사와 비슷한 만남을 한 일이 있다. (동아일보와의 술자리) 당시 초반에는 몸이 괜찮았는데…. 원래 2차를 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이규택 (최고위원) 선배가 '사무총장이 매번 도망간다'고 해서 마지막 예의라고 생각하고 (2차 자리로) 갔다. 분위기도 좋았고, 다음날이 토요일이라서 긴장이 많이 풀려 있었다."


법정에서 최 의원은 당시 소주 5잔, 스트레이트 양주 7∼8잔, 폭탄주 7∼8잔 정도 마셨다고 진술했다. 그는 "기자들과 어울리다 보면 기자들이 젊고 체력이 좋아서 거기 따라가려면 술을 많이 먹게 된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최 의원 측 변호인은 그가 이 문제로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 한때 자살을 생각했으며, 현재는 우울증 등으로 전문의 상담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이날 피해자진술조서, 참고인진술조서, 피의자신문조서 등을 증거로 채택했다. 또한 최 의원의 평소 주량을 확인하기 위해 의료기관에 그의 신체감정 의뢰여부를 검토한 뒤 이에 따라 변론 기일을 조정하기로 했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5일 오전 11시 30분 재개될 예정이다.

한편 최 의원에 대한 재판은 단독 재판부가 아닌 성폭력 전담 합의부로 재배당됐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데다 신중하고 정확한 판단을 위해 최 의원 사건을 성폭력 사건 전담 재판부로 옮긴 것.

이에 앞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지난 4월 전체회의를 열어 최 의원이 국회의원 윤리강령을 위반했다고 의결했다. 윤리특위는 이 사실을 최 의원에게 통보하고 윤리심사 의결내용을 본회의에 보고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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