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예술인들과 함께 하는 대동 한마당

경남 합천 원경고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어

등록 2006.06.17 15:41수정 2006.06.1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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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거야, 모두 함께 경의선 타고
평양 지나 신의주 저 넓은 광야로
올 거야, 모두 함께 경의선 타고
보고 싶은 내 형제 온 세상 사람들
오고 가는 경의선 사랑이 피고
오고 가는 경의선 평화가 넘쳐
반 백년 분단의 장벽을 걷고
통일의 새 날을 여네.

<김정환 작사, 윤민석 작곡 /'경의선 타고' 부분>


지리산 종주 등반과 모내기 체험학습을 무사히 끝낸 경남 합천 적중면 대안학교, 원경고등학교가 6월 16일 한국예총 합천지부가 주최하고 한국음악협회 합천지부가 주관한 '찾아가는 음악회'를 개최했습니다.

특히 6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고 6·15 남북 공동선언 기념일이 있는 달이라 '찾아가는 음악회'의 주제를 '통일'로 정해 아이들에게 통일을 생각해보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더구나 이번 '찾아가는 음악회'는 합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 문화 예술인들을 초청하여 이루어진 것이라 더욱 의미가 컸습니다. 대체로 그 동안에는 중앙의 예술인이나 타 지역의 예술 단체에서 문화소외 지역을 순회하며 예술 공연을 하였던 데 비해, 합천에서 직장을 가지고 있거나 살림을 하고 있는 분들이 모여서 구성한 여러 예술 단체가 '찾아옴'으로써 훨씬 더 친근하고 다정한 무대가 되었습니다.

a 합천 지역 예술인 테너 박찬 씨가 통일을 염원하며 '그리운 금강산'을 열창하고 있습니다. 그 위의 일원상은 마치 음파가 울려퍼지는 듯 하나의 세계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합천 지역 예술인 테너 박찬 씨가 통일을 염원하며 '그리운 금강산'을 열창하고 있습니다. 그 위의 일원상은 마치 음파가 울려퍼지는 듯 하나의 세계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 정일관

이번에 참가한 합천 지역 예술 단체는 성악 모임인 '한음회'와 '여성 합창단' 그리고 금관 5중주 '윈드 오케스트라'와 통기타 모임인 '음악 여행'으로 참가한 숫자만 하더라도 40명이 넘었습니다. 여기에 원경고등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모여 강당은 더욱 뜨거웠죠.

또한 학교에서는 이런 소중한 무대를 학생들에게만 보여주는 것이 아까워 면사무소의 도움으로 학교 주변 4개 마을에 연락하여 마을 분들도 볼 수 있도록 떡과 음료수를 준비하여 초청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즈음이 농번기이고 클래식 음악이 마을 분에게는 맞지 않아 많이 오시지 않았고 오셨다 하더라도 노래 한 곡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가버려서 아쉬웠습니다.


a 혼성 중창. 남녀가 함께 어우러진 무대는 역시 풍부하고 힘이 있었습니다.

혼성 중창. 남녀가 함께 어우러진 무대는 역시 풍부하고 힘이 있었습니다. ⓒ 정일관

'한음회' 김성환 씨의 진행으로 이루어진 '찾아가는 음악회'의 첫 무대는 테너 박찬 씨의 독창이었습니다. 박씨는 '보리밭'과 '그리운 금강산'을 혼신의 힘을 다해 열창하며 무대를 열었습니다. 이어서 다섯 명의 남성 중창과 열 명의 혼성 중창이 무대에 올라 '소나무', '가는 길', '밀양 아리랑' 등 여섯 곡을 불렀는데, 혼성 중창은 가창력도 매우 뛰어났고, 힘이 있어 시선을 끌었습니다.

a '음악 여행'의 기타 중창. '갈거야, 모두 함께 경의선 타고, 평양 지나 신의주 저 넓은 광야로...'

'음악 여행'의 기타 중창. '갈거야, 모두 함께 경의선 타고, 평양 지나 신의주 저 넓은 광야로...' ⓒ 정일관

'한음회'공연이 끝나고 통기타 노래 모임인 '음악 여행'이 무대를 이어 받았습니다. '음악 여행'은 주제에 맞는 노래인 '경의선 타고'를 첫 곡으로 불러 통일의 희망과 기쁨을 노래하였고, 김민기가 쓰고 곡을 붙인 '철망 앞에서'를 열창하여 장내를 숙연하게 하였습니다.


a 아이들이 금관 5중주 공연을 감상하고 있습니다. 연주하기 전에 재미있게 덧붙이는 해설이 좋았습니다.

아이들이 금관 5중주 공연을 감상하고 있습니다. 연주하기 전에 재미있게 덧붙이는 해설이 좋았습니다. ⓒ 정일관

트럼펫과 호른, 트럼본과 튜바로 구성된 금관 5중주도 아이들의 정서에 맞는 빠르고 신나는 곡을 연주하였고 연주할 곡마다 튜바의 신석봉 씨가 재미있는 곡을 소개하고 악기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 지루하지 않은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관악 합주를 특성화 교과목으로 운영하고 있는 원경고등학교의 학생들이어서 특히 관심 있게 지켜보았습니다.

a 공연을 감상하고 있는 원경고등학교 아이들입니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좋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공연을 감상하고 있는 원경고등학교 아이들입니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좋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 정일관

끝 무대는 20명으로 구성된 '여성 합창단'의 공연이었습니다. 화려하지 않고 수수하게 차려입고 올라와 소박하고 차분한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는 '여성 합창단' 단원들은 모두 우리 이웃이었습니다. 모두가 살림 일을 하다가 금세 모여 노래를 부르고, 노래가 끝나면 다시 금세 일상으로 돌아가 살림살이를 할 것 같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분들이었습니다.

a '여성 합창단'의 수수하고 차분한 모습입니다.

'여성 합창단'의 수수하고 차분한 모습입니다. ⓒ 정일관

그런 분들이 모여 구성한 무대여서인지 참 편안하고 친숙한 느낌을 던져 주었습니다. 꾸미지 않고 과장되지 않으며, 그 가운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여성 합창단'의 매력이었습니다. 어떤 분은 어린 딸아이를 데리고 와서 함께 무대에 올랐는데, 그 모습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웠습니다. 오직 지역 예술인들이 그 지역 학교의 학생들에게 베푸는 무대여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a 평범해 보이는 지역 예술인들의 모습에서 지역과 삶과 예술이 분리되지 않는 건강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지역 예술인들의 모습에서 지역과 삶과 예술이 분리되지 않는 건강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 정일관

'여성 합창단'은 '티리둠바', '어머니', '닐리리 맘보'등을 불렀는데 특히 '닐리리 맘보'는 독창적으로 편곡하여 가볍지 않으면서 신나게 박수치며 부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여성 합창단'과 '윈드 오케스트라'가 함께 월드컵 응원가를 아이들과 함께 부르며 '대-한민국'을 연호했습니다.

a 엄마를 따라온 어린 아이도 함께 합창단 속에 서 있습니다. 전혀 어색하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또다른 재미를 줍니다.

엄마를 따라온 어린 아이도 함께 합창단 속에 서 있습니다. 전혀 어색하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또다른 재미를 줍니다. ⓒ 정일관

3학년 김혜란 학생은 이번 음악회를 보고 "클래식 음악 공연이라 따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무대에서 들으니 참 좋았고 청소년들의 정서에 맞게 공연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좋았다"라고 말했습니다.

a 금관 5중주 '윈드 오케스트라'와 '여성 합창단'의 협연입니다. 월드컵 응원가를 아이들과 함께 불렀습니다.

금관 5중주 '윈드 오케스트라'와 '여성 합창단'의 협연입니다. 월드컵 응원가를 아이들과 함께 불렀습니다. ⓒ 정일관

원경고등학교는 음악회에 참가해준 지역 예술인들을 위해 떡과 음료수를 공양하였습니다. 중앙이나 대도시에 비해서 문화 예술의 수준이 그렇게 높다고는 볼 수 없지만 이 척박한 지역에서 문화 예술을 갈고 닦으며 지역과 삶과 예술이 만나는 텃밭을 일구고 있는 분들이 매우 귀중하였습니다.

이렇게 지역, 삶, 예술이 분리되지 않고 일구어낸 건강하고 아름다운 선율들은 자라는 우리 꿈나무들의 내면에 조용한 파문을 일으킬 것이라 믿습니다.

a 지역 예술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지역 예술의 텃밭을 잘 일구어 나가기를 기원합니다.

지역 예술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지역 예술의 텃밭을 잘 일구어 나가기를 기원합니다. ⓒ 정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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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의 작은 대안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시집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내일을 여는 책), <너를 놓치다>(푸른사상사)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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