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내부에 설치된 축구공 모양 스탠드.여성신문
2002년 4강 신화의 영광을 뒤로 한 채 맞은 독일월드컵. 이씨는 성적에 연연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을 꺼냈다. 빈부에 관계없이 누구나 그라운드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강팀이 지고 약팀이 이기는 스포츠의 묘미를 만끽하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반문한다. "토고한테 지는 건 자존심 문제라고 하는데 우리가 토고라는 나라를 언제 알았어요?"
그는 자신의 경험을 덧붙이며 "승리에만 목매는 게 축구 마니아는 아니다"고 꼬집었다. "2002년 월드컵이 끝난 직후 효창운동장에서 서울시 전국체전 고교대표 선발전(배재고-중앙고)이 있었는데, 관중은 저까지 딱 4명이었어요."
프로의 근간을 이루는 아마추어가 외면받고 있는 현실에서 월드컵에만 열광하는 분위기가 안타깝단다. 그래서 이씨가 국내 축구 살리기에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는 현재 서울시 시민구단 창단준비위원으로 있으면서 '서울 유나이티드' 창단 준비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진정으로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구단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그는 스포츠 전도사로서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스포츠 문외한인 아줌마들을 데리고 야구장에 다녔는데, 난생 처음 야구장을 가본 아줌마들은 "이렇게 재밌는 삶이 있다는 걸 알려줘서 고맙다"고 눈물까지 글썽거렸단다.
"오빠도 남편도 경기장에 안 데려갔다고 분개하더라고요."
본인도 신기한 체험을 했다. "제가 눈이 굉장히 나빠요. 어느 날 야구장을 운전하고 가는데 눈이 너무 잘 보이는 거예요." 심 봉사 눈뜨듯 눈을 뜬 것이다. 60개에 달하는 안경을 못 쓰게 됐지만 어디 그게 대수랴. "경기 보면서 수시로 눈 마사지를 하고 푸른 잔디를 보니까 눈이 맑아진 거죠."
'축구는 나의 운명'이라고 말하는 이씨의 꿈은 소박하다. "이 세상에 잠깐 소풍 나와서 기껏 70~80년 사는 건데, 사는 동안 좋은 축구 경기 많이 보고 싶고 또 그런 삶을 살 수 있어서 감사해요."
| | 축구는 남성만의 운동? 천만에! | | | '여성' 축구동호회 활발... 인터넷 동호회 80여개 | | | | 축구가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태극전사들의 장단점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해외 축구선수들의 프로필을 줄줄 꿰는 여성들이 즐비하다.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축구를 하는 여성들도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현재 여성 축구클럽은 등록이 확인된 팀만 150개(미등록 포함 180개). 소속 인원도 4000명에 이른다.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축구동호 카페만 1330개다. 이중 여성 축구동호회가 67개다. 네이버에서도 전체 302개의 축구동호회 중 여성 축구동호회는 6개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여성 축구클럽은 'FC 헤이데이'(cafe.daum.net/SWSclub)다. 2004년 1월 7일 출범한 이곳은 순수 아마추어 축구동아리다. 회원들의 연령대는 19~34세. 현재 회원 수는 800여 명에 이른다.
특히 2004년 4월 이래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단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운동장(용마초등학교)에 모여서 공을 찬단다. 한번 모이면 20~30명이 참가한다.
아직 실력은 걸음마 단계지만 교류전도 활발하다. 종로구여성축구회, 광진교회여성팀 등과 교류전을 열었고 오는 18일과 25일에도 미8군 여자축구팀(용산미군부대), 용문여성축구단(양평)과 시합이 잡혀 있다.
베스트 11 선정 기준은 출석률이 높은 순서. 남편과 남자친구의 응원도 대환영이란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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