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 왔다고 다 행복할까?

책 <웰컴 투 코리아 - 북조선 사람들의 남한살이>

등록 2006.06.19 14:17수정 2006.06.1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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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속의 북한 이탈주민을 찍은 윤수연 사진작가의 다큐멘터리 연작 중 '추옥희(가명)'. 혼란한 서울에서 갈 곳을 잊은 채 멍하게 응시하는 모습이 여성 탈북자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서울 속의 북한 이탈주민을 찍은 윤수연 사진작가의 다큐멘터리 연작 중 '추옥희(가명)'. 혼란한 서울에서 갈 곳을 잊은 채 멍하게 응시하는 모습이 여성 탈북자들의 심정을 대변한다.여성신문
한양대학교 출판부
[임영현 기자] 원산 출신의 탈북 청소년 김철(19·가명)군은 남한에 온 지 1년 반만에 오토바이 사고로 '자살 같은 죽음'을 맞았다.

남한 사회는 철이에게 13평 임대아파트, 컬러 TV, 오토바이를 가질 수 있게 해줬지만, 철이는 함께 탈북한 사촌 형제와 부산과 제주에서 떨어져 살아야했고 북한 최종 학력에 맞춰 초등학교 6학년에서 공부하며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려야 했다.


현재 북한을 떠나 남한에 정착한 북한 이탈주민은 8000여명이 넘는다.

정병호 한양대 문화인류학 교수, 전우택 연세대 정신의학 교수, 정진경 충북대 심리학 교수 등 28명의 관련 연구물 29편을 엮어 모은 <웰컴 투 코리아- 북조선 사람들의 남한살이>(한양대 출판부)는 이들 모두가 '장밋빛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북한 이탈주민의 남한생활을 인류학, 심리학, 교육학, 정신의학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분석한 이 책은 특히 어린이, 청소년, 여성들의 적응 과정에 주목한다.

그런데 제목이 왜 '웰컴 투 코리아'일까? '웰컴 투 코리아(Welcome to Korea)'는 바로 북한 이탈주민들이 공항에 도착할 때 처음 보게 되는 글귀. 저자들은 "'조선'이라 불리는 'Korea'에서 영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영어 간판이 넘쳐나는 '한국'이란 또 다른 'Korea'에서 느끼는 문화적 충격과 이들이 겪을 '만만치 않을' 적응 과정을 예고하는 것"이라 얘기한다.

북한 여성은 남성보다 남한 사회에 잘 적응한다고 평가되지만, 남한 남성과 결혼한 한 북한여성은 "남한 남자들은 여자를 존중하는 줄 알았는데 호기심에서 착하고 순진한 북한 여성들을 만나다가 곧 수준 차이를 느낀다"고 토로한다.


부부가 함께 탈북한 경우엔 기존의 남존여비 관념이 확고한 북한 남편이 아내에게 가부장적인 순종을 강요하면서 부부 불화가 생긴다.

저자들은 북한 이탈주민들의 남한 사회 적응문제를 남과 북이 함께 살게 되었을 때 얼마나 잘 융화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주목한다.


또한 탈북 난민 인권 보호를 위해서는 중국 및 북한 당국과의 직접 협상과 탈 정치적인 국제적 인도기구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입국 초기 3개월간을 보내는 '하나원' 내에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특별 교육 프로그램을 상설 운영할 것을 주장하는 등 해법도 제시했다.

덧붙이는 글 | 정병호·전우택·정진경 엮음/한양대학교 출판부/2만8000원

덧붙이는 글 정병호·전우택·정진경 엮음/한양대학교 출판부/2만8000원

웰컴 투 코리아 북조선 사람들의 남한살이

정병호 지음,
한양대학교출판부,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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