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몽이 어떻게 '홀로 서기'를 하는가 보라

[서평] 이채윤의 역사소설〈주몽>

등록 2006.06.25 19:22수정 2006.06.2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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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졸본 땅은 예로부터 구려(句麗)라고 불려왔습니다. 구려라는 말은 아름답다는 뜻이기도 하고 '으뜸가는 고을'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신(臣)의 소견으로는 새 나라의 이름으로 진정한 으뜸이라는 뜻으로 고구려(高句麗)라 부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는 이채윤이 쓴 역사소설 〈주몽〉(현문미디어·2006)에 나오는 토막말이다.


이른바 이 책은 금와 왕의 일곱 아들로부터 시기와 위협을 받은 스무 살 된 주몽이 동부여를 탈출하여 엄체수를 건너 졸본 땅에 들어가고, 그곳의 모둔곡(毛屯谷)에서 재사와 무골, 그리고 묵거라는 현인과 함께 고구려를 세워 비류국과 행인국, 북옥저와 말갈족까지 복속시키는 정복 전쟁사를 보여 준다.

다른 역사소설 같으면 태어나는 배경을 신비롭게 그리는 게 보통이다. 알을 부수고 태어난다든지, 하늘이 내린 정기를 받아서 태어난다든지…. 그렇게 신화적인 요소를 밑그림으로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주몽이 태어나는 배경을 남다르게 그리지 않고 있다. 보통 사람들처럼 똑같이 태어난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철기문화를 거느린 부여의 왕 해모수와 졸본 땅 하백의 여식인 유화 부인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 바로 주몽이다. 물론 주몽이 태어날 때에는 해모수가 죽은 뒤고, 유화 부인마저도 부여를 장악한 금와 왕의 후처로 들어간 상태이다.

당연히 금와 왕의 일곱 아들들은 주몽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마치 굴러 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기라도 하듯, 주몽과 유화 부인은 그만큼 금와 왕의 총애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형들과 경쟁이 되는 것 자체를 막기 위해 유화 부인은 주몽을 '마구간지기'로 일하게 한다. 그곳에서 1년 넘게 일한 주몽은 드디어 형들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잊게 할 수 있었고, 대신 어떤 말이 좋은 말인지 고를 수 있는 안목도 키우게 된다.

그리고 때가 되었을 때 주몽은 오이, 마리, 협보 세 사람과 함께 40마리의 말을 이끌고 부여 땅을 탈출하여 유화 부인의 고국인 졸본 땅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재사와 무골, 그리고 묵거와 함께 고구려를 세우고, 점차 졸본 땅 내의 5부족까지 통합하게 된다.


그 당시 졸본 땅에는 소노부, 절노부, 순노부, 관노부, 계루부 등 5부족이 다스리고 있었다. 그런데 주몽이 고구려를 세울 때만 해도 계루부 출신의 연타발 왕이 소노부와 손을 맞잡고 왕권을 잡고 있는 터였다. 그 중 관노부 부족은 가장 약한 부족으로 전락한 상태였다.

그 모든 부족들의 동맹관계를 파악한 주몽은 그래서 관노부 부족의 지원을 끌어들인다. 그리곤 연타발 왕의 여식인 소서노까지 아내로 맞아들인다. 이른바 피를 흘리지 않고 졸본 땅을 정복하기 위해서 어린 자식이 딸린 소서노와 정략 혼인을 한 것이다.

그때부터 주몽은 비류국과 행인국, 북옥저와 멀리 두만강을 건너 말갈족까지 차례차례 정복해 나간다. 그런데 그들을 정복하면서 투석기와 각종 철제 무기를 이용하여 피를 흘리는 전쟁도 불사하지만, 때론 무력이 아닌 회유책과 온건정책, 그리고 유화정책과 같은 꾀를 내어 정복한 모습도 그려주고 있다.


"주몽은 새로이 편입된 말갈족들도 고구려의 백성으로 차별하지 않고 대했다. 주몽은 이들에게 농토를 떼어주고 고구려와 북옥저의 여인들과 결혼시켜 주면서 고구려 백성으로 동화시켜 나갔다. 그러자 모든 북옥저 백성들은 태평가를 부르며 생업에 열중할 수 있었고, 귀화한 말갈족들도 고구려 백성으로 기쁘게 생활했다."(174쪽)

현재까지 텔레비전 드라마 <주몽>에서는 해모수와 그의 아들 주몽이 금와 왕의 여러 아들로부터 쫓겨다니는 모습을 그려주고 있다. 앞으로도 주몽이 해모수의 직 간접적인 도움을 받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면을 조금도 엿볼 수 없다. 단지 해모수는 이미 죽은 상태로서 천제(天帝)의 아들이란 이름만 남길 뿐, 모든 역경은 주몽 혼자서 싸워 나가는 것으로 엮어나가고 있다.

더욱이 그가 고구려의 왕이 되어 무력을 동원하든 유화정책을 쓰든 모든 정복 전쟁을 해 나갈 때에도, 다른 재사(才士)나 책사(策士)들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그 모든 주도면밀한 정복 계획과 실전은 모두 주몽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그리고 있다.

그만큼 이 책은 텔레비전 방송의 <주몽>이나 다른 책들과는 달리 주몽의 인간적인 면과 '홀로 서기'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주몽의 인간적인 면을 바탕으로, 어떻게 그가 홀로 서기를 해 나가는지 좀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길 원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주몽 - 나라를 일으켜 천하를 다스리다

이채윤 지음,
현문미디어,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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