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의 월드컵 '올인' 방송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MBC, KBS, SBS(왼쪽부터) 건물 앞에서 월드컵 방송의 자제를 요구하며 1인시위에 나서기도 했다.민주언론시민연합
정희준 위원장은 "방송은 사회적 공기로서 사회의 의제를 선정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데, 이번 월드컵에서 방송은 시청률과 광고 이익에만 매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2006년 한국의 6월은 만만하게 볼 기간이 아니다"라며 "한미FTA 2차 협상이 곧 시작되고, 평택 대추리 주민들은 강제 퇴거 위기에 몰려있는 등 공영방송이 파헤치고 고발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고 밝혔다.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은 "한국이 16강에 탈락했는데 오늘 기자회견을 해야할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어제 방송을 보고 그런 의문이 없어졌다"면서 "방송사들이 여전히 특집 방송을 통해 월드컵을 오래도 우려 먹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자회견이 KBS 앞에서 열린 만큼 공영방송의 월드컵 '올인' 편성이 집중적으로 비난받았다.
이들이 발표한 각국 공영방송의 편성표에 따르면, 영국 BBC 1TV는 24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경기 생중계를 비롯해 총 5개의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을 편성했고, BBC 2TV는 아예 관련 프로그램을 찾아볼 수 없었다. BBC 3TV는 오전 7시와 자정께 'World Cup Outtake'라는 프로그램을 30분씩 내보낸 것이 전부였다.
반면 KBS 1TV의 경우, 같은 시간 동안 2개 프로그램을 방영했고, 한국의 16강 진출을 대비해 <스위스전 녹화중계>, <독일 월드컵 입체분석> 등을 준비했다. KBS 2TV는 오전 6시 40분 <굿모닝 월드컵>을 시작으로 오후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의 경기 생중계까지 총 8개의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특히 < VJ 특공대 >, <해피 선데이> 등은 월드컵 특집으로 꾸몄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일본은 지상파의 경우 '재팬 콘소시움'을 통해 40개 경기 중계를 합리적으로 조절해 NHK가 24개 경기를 중계하고, 후지TV와 아사히TV 등 5개 민방사들이 3∼4개씩 16게임을 배분해 중계했다"며 국내 방송사들의 ▲중복 중계 ▲특별 편성 등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KBS의 월드컵 관련 편성은 다른 상업 방송사들과 크게 다를 것 없는 과잉 편성이었다"며 "KBS 1TV는 '월드컵 프리존'으로 만드는 등 중계권 협상 및 중계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마지막에는 월드컵 관련 소식을 집중 편성한 메인 뉴스를 풍자하는 퍼포먼스가 있었다. 뉴스 진행자로 분한 이들은 월드컵 관련 소식이 절반을 넘는 편성을 열거한 뒤 "한국 방송인지, 한국 월드컵 방송인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