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몽> 인기몰이에 여성영웅도 뜬다

고구려사 드라마 줄줄이 대기 중... '여걸들의 재발견'

등록 2006.06.26 18:10수정 2006.06.2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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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수 기자] 최근 고구려사를 소재로 한 역사드라마가 붐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남성 영웅의 역사에 가려져 있던 우리 건국사의 여성 주역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시도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이전의 역사드라마들에서 여성들이 질투의 화신이거나 순종의 여인상으로 그려진 것과 달리 이들 드라마 속 여성들은 남성 못지않은, 때로는 남성을 압도하고 리드하는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다.

시청률 30% 이상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MBC 드라마 <주몽>의 소서노가 대표적인 사례. SBS <연개소문>에서 연개소문의 여동생으로 등장하는 연소정은 당의 침략 봉쇄에 앞장섰던 당대 최고의 검객으로 소개된다.

이에 대해 여성 사학자들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짐에 따라 남성 중심 역사에서 소외됐던 역사 속 여성들의 리더십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남성역사에 묻힌 여걸 소서소, <주몽>에서 부활

소서노’ 역의 한혜진.
소서노’ 역의 한혜진.
남성 영웅의 역사에 가려졌던 우리 역사의 여성 영웅 소서노가 드라마를 통해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MBC 드라마 <주몽>(극본 최완규·정형수, 연출 이주환·김근홍)의 인기 비결은 새롭게 읽어낸 소서노의 매력에 있다.

소서노는 우리 역사에서 나라를 두 개나 건국했던 한민족 최초의 여황제. 부여에서 쫓겨난 주몽을 도와 고구려를 세우고 주몽의 친아들이 찾아와 태자에 책봉되자 아들인 비류와 온조를 데리고 남하해 백제 건국을 실질적으로 지휘한 인물이다.


궁중 여성들의 암투를 그리며 역사 속 여성들을 질투의 화신으로 묘사했던 기존의 사극과 달리 <주몽>의 여주인공 소서노(한혜진)는 남장에 투구를 쓰고 말을 달리며 남성 못지않은 무술 실력을 지닌 당당한 여전사로 그려진다.

대상인인 아버지를 이어 어린 나이에 행수를 맡아 상단을 이끌고 해외 무역을 다니는 소서노는 그 시대의 '전문직 여성'인 셈. 거래에서 상대방이 약속을 어기자 "신뢰는 목숨보다 중하다. 모두 죽이라"는 대사를 서슴지 않는 등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남자들을 이끈다.

늪에 빠진 주몽(송일국)을 직접 구출하는가 하면 적에게 잡혀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 주몽이 도우려 하자 "네 놈이 아니어도 난 어차피 구출된다"며 도도하게 쏘아붙인다.


당당한 소서노의 모습 때문에 <주몽>은 '사극=남성드라마'라는 공식을 깨고 여성들에게까지 어필하고 있다.

제작사인 '초록뱀 미디어'의 김문수 제작PD는 "주몽과 함께 고구려를 건국하는 최초의 국모 소서노의 드라마틱한 삶에 주목했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는 "남성적, 중성적 이미지를 보인 소서노가 주몽을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앞으로 여성적인 모습도 많이 그려질 것이지만 두 나라 건국의 실질적인 주역이라는 소서노의 역할이 있는 만큼 당당하고 성공한 여성의 모습은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실제 소서노의 이미지가 드라마 속에서 왜곡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차배옥덕 소서노기념사업회 회장은 "실제의 소서노는 주몽의 연인이자 스승이자 후원자였던 인물로 부여에서 아무것도 없이 도망쳐 나온 주몽의 잠재력을 간파하고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인적 자원을 동원해 고구려 건국주로 만든 인물"이라면서 "극적 전개를 위해 주몽과 소서노의 로맨스를 부각시키면서 소서노의 역할이 연인으로 한정될 우려가 있다"고 평했다.

드라마 <주몽>은 방송 8회만에 시청률 32.3%(TNS미디어코리아)를 기록하고 월드컵으로 인한 결방 후에도 29.4%를 유지하며 월화드라마의 강자로 자리 잡았다. 고구려 건국사를 다룬 최초의 드라마, 300억 원의 제작비, 4만5000평 규모의 나주세트 등 수많은 화제를 뿌리고 있다.

이어지는 '고구려사 열기'... 여주인공들 '눈길'

<태왕사신기> 중 연소정 역의 황인영.
<태왕사신기> 중 연소정 역의 황인영.
올해 방영을 앞두고 있는 TV 사극의 키워드는 단연 고구려 역사다. 그 중에서도 한반도 건국에 지대한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될 여걸들의 모습이 극의 재미와 완성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SBS <연개소문>(극본 이환경, 연출 이종환), MBC <태왕사신기>(극본 송지나, 연출 김종학), KBS <대조영>(원작 유현종, 극본 장영철, 연출 김종선·윤성식) 등이 방영을 기다리고 있다.

5월 방영 예정이었다가 월드컵을 피해 7월 초로 방영을 늦춘 SBS의 <연개소문>에서 연개소문의 여동생으로 등장하는 연소정(황인영)은 당대 최고의 검객으로 인정받는 여걸이자 당나라의 침략을 봉쇄하는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연소정은 드라마 속에서 유일한 여성 주인공으로 "<연개소문>은 정통 남성 사극이며 여성 배역을 강화하지 않겠다"는 이환경 작가의 선언에 연개소문(유동근)의 부인으로 출연을 약속했던 전인화가 출연을 거부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10월 방송을 앞두고 있는 MBC <태왕사신기>에서 광개토대왕의 상대역인 서기하(문소리)는 광개토대왕을 사랑하지만 그와 대립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인물. 단군신화에서 웅녀가 된 곰과 달리 호랑이로 남은 호녀족의 피를 이어받은 그는 웅녀족에게 왕의 여인 자리를 양보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타고난다.

고구려를 견제하는 나라인 대화천회에 포섭돼 고구려에 첩자로 파견된 뒤 광개토대왕과 맞서는 강하고 전투적인 여인상으로 그려질 예정이다.

8월 초 방영 예정인 KBS <대조영>은 고구려 유민들이 건설한 나라 발해와 발해의 시조 대조영을 그린 대하드라마.

대조영의 첫사랑인 비련의 여인 초린(박예진)과 정실부인이면서 희생을 통해 사랑을 보여주는 숙영(홍수현)이 주요 여성 캐릭터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은 기존 사극의 여주인공 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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