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탄 정몽구 "머리가 아픕니다"

속행 공판서 검찰 추궁에 '모르쇠'... 재판부 보석허가 한달째 유보

등록 2006.06.26 17:04수정 2006.06.2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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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6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대한 세번째 공판이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사진은 정 회장이 지난 4월 2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1차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는 모습.

26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대한 세번째 공판이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사진은 정 회장이 지난 4월 2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1차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는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피고인 따로 할말 있습니까?"(김동오 부장판사)
"머리가 좀 아픕니다."(정몽구 회장)


1000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구속기소된 정몽구(68) 현대차그룹 회장이 세 번째로 열린 자신의 공판에서 선처를 호소했지만 법원은 보석허가를 또 다시 유보했다.

정 회장은 26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동오)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직접 "머리가 아프다"고 말하는 등 법원의 선처를 호소했다. 변호인들 역시 강남성모병원과 신촌세브란스 병원의 진단서를 첨부하며 "정 회장이 구속 이후 폐결절과 심낭 이상, 고혈압, 동맥경화 증상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또 "뇌경색 발병 확률이 정상인보다 20배 이상 높다"며 "즉시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이날 푸른색 줄무늬 수의를 입고 휠체어를 탄 채 법정에 나왔으며, 피고인석에 앉을 때도 주변의 부축을 받아야 했다. 정 회장의 검은 얼굴빛 역시 몹시 지치고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1시간 20여분 가량의 공판 동안 10분간 휴정했을 뿐 보석허가 여부에 대해서는 결정짓지 않았다. 앞서 정 회장 변호인단은 지난 5월 26일 건강을 이유로 법원에 보석을 신청했다. 그러나 지난 2003년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구속 7개월 만에야 보석 허가된 전례를 비춰 볼 때 정 회장의 보석도 쉽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정 회장 "실무자들이 한 일, 기억나지 않는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정 회장을 날카롭게 추궁했다. 검찰은 시가 100만원대의 본텍 주식을 주당 5000원에 정의선 기아차 사장 등에 넘긴 혐의와 현대그룹 계열사들로 하여금 역외펀드를 이용해 현대강관에 출자하도록 혐의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하지만 정 회장은 대부분 답변을 '모르쇠'로 일관했다. 정 회장은 검찰의 질문에 "실무자들이 한 일이라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요지의 답변만을 되풀이했다.

다만 정 회장은 이따금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변호인단이 "실무선에서 한 일이라 잘 생각나지 않는다는 말이냐"고 묻자 "그렇다"며 "실무자들이 구체적으로 잘못한게 있다면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정 회장의 변호인단은 2차 공판과 마찬가지로 "피고인이 잘못을 깊이 뉘우치는 만큼 선처를 호소한다"며 "자금조성 부분은 과거 경영여건상 불가피한 관행이었음을 이해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는 현대차그룹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추가 기소된 김동진 현대차 총괄부회장과 이정대 재경사업본부장도 출석해 첫 재판을 받았다. 김 부회장은 법정에서 모두 진술을 통해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며 "앞으로 성실하게 재판을 받겠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 역시 "과거의 잘못을 시정하지 못한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승년 구매총괄본부장도 이날 추가 기소돼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모친상으로 출석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내달 10일 4차 공판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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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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