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행 행운? 차라리 강북이 폼난다

[재무설계로 재테크 뛰어넘기③] 강남 아파트 유지할 돈이면...

등록 2006.06.26 19:22수정 2006.06.2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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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서울 강남지역 고층 아파트 단지

서울 강남지역 고층 아파트 단지 ⓒ 오마이뉴스 권우성

[사례] 맞벌이인 강씨 부부는 2년 전 우연히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에 당첨되었다. 처음에는 경쟁률이 워낙 세기 때문에 기대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장 큰 계기가 아니면 집을 살 계획도 없고 혹시 당첨되면 분양권을 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다소 단순한 생각에 청약하게 되었다고 한다.

당첨이 너무 기뻤지만 자세히 알아보니 이것저것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일단 분양권은 등기 전에는 매매가 안된다고 하고 등기 이후에도 바로 팔아서는 양도소득세를 50%나 부담하게 생긴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주변 사람들은 하나 둘씩 참견하기 시작했다.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하는 강남, 그것도 대치동 한복판에 새 아파트가 생겼는데 무리를 해서라도 그냥 사는 것이 최고가 아닐까 하는 유혹이 많은 것이다. 어차피 양도소득세를 물 바에는 차라리 먼 장래 아이들을 위해서는 강남에 그냥 눌러 사는 것이 낫다는 조언들이다. 강씨 부부는 둘의 월급 통장과 예·적금 통장을 들여다 보며 고민에 빠졌다.

우리가 지금 강남 살 형편이야?

그나마 갖고 있는 통장을 들고 상담을 요청한 강씨 부부는 굉장히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들이다. 웬만하면 당장 현실은 잊고 행운에 들떠있을 만한 상황임에도 과연 우리가 강남에서 살 형편인가를 제대로 따져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강씨 부부는 양도소득세를 물고서라도 강남 아파트는 등기 후 처분하고, 차익과 분양잔금을 치르기 위해 준비한 목돈으로 강북으로 주거를 옮기는 것이 낫다. 그 판단은 바로 강씨 부부의 소득과 라이프사이클의 흐름에서 비롯된 것이다.

① 더 높은 비용 내면서까지 강남 고집할 필요있나?

강씨 부부가 강남에서 살게 되면 아파트 분양잔금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 일으킨 부채를 고스란히 떠안고 가야 한다. 대략 3억의 부채를 부담해야 하는데 절반은 금융기관을 통해서 일으켜야 하고 나머지 절반은 부모님께 빌리기로 했다.


금융부채는 장기 대출로 원리금을 갚아나가고 부모님께 빌리는 돈도 조금씩 장기 상환을 한다는 가정을 하면 불가능한 것은 분명히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무리해서 강남에서 살게 되면 금융기관에 지불해야 하는 원리금만, 20년 정도 상환을 계획했을 때 거의 매월 100여만원이 된다.

더불어 부모님께 이자는 차치하고 원금만 갚아나간다 해도 은퇴하신 부모님의 생활비 보조금 정도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것도 대략 100여만원을 잡아야 한다. 그런데 강씨 부부의 현 소득은 매월 450만원 가량이다. 즉 절반이 빚 상환에 따른 지출이 되는 것이다.


더불어 현재 분양받은 아파트는 현재 시세가 애초 분양가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뛰면서 종부세 대상이 되었다. 연간 세금만 400만원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거기에 강남에서 살면서 더 부담이 늘어날 것이 예상되는 아이들 사교육비와 생활비까지 하면 현재의 소득으로는 생활이 대단히 가난해질 것이 분명하다.

그보다는 강남의 아파트를 과감히 팔고 강북으로 옮긴다면 부채 없이 내 집에서 사는 것이 가능해진다. 부채 없이 강북에서 살게 되면 당연히 생활의 여유는 크게 늘어난다.

부채상환에 들어가는 돈은 대부분 미래를 위한 투자나 저축이 여유있게 가능해지고 종부세 등 강남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투자할 수가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강남 부자동네에서 가까스로 유지되는 가난한 삶보다는 강북에서의 여유있는 삶을 택하는 것이 훨씬 지혜롭다는 결론이다.

② 아이들 강남친구나 만들어주고 이사하면 되지 않을까?

강씨 부부가 가장 크게 마음이 흔들린 대목이 바로 이것이다. 부부의 용돈이나 생활은 다소 가난하게 유지하더라도 아이들을 위해서는 어릴 때 먼 미래 엘리트가 될 수 있는 친구들을 많이 만들어 주면 좋지 않겠느냐는 주변의 이야기에 잠시 혼란스러웠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당장은 가능할지 모르나 머지않은 시간에 가족을 오히려 더욱 힘들게 만들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강씨 부부의 소득은 맞벌이인데 부인의 경우 앞으로 10년까지가 최대한 지금 소득이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시 말해 10년 후에는 장기 부채도 다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득이 줄어들 위험이 있는 것이다.

물론 그때 가서 강북으로 이전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강남생활 유지를 위해 지불할 비용은 다 지불하고 모아놓은 돈도 없고 부채도 절반 이상 남긴 채 강북으로 쫓겨나는 기분으로 이전해야 하는 것이다.

가족의 미래를 위해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은 겨우 강남·북 집값 차익 하나뿐인데 어릴 적 강남친구를 만들어 주어서 아이들 장래에 약간의 보탬이 되게 하겠다는 기대와 비교한다면 너무 엄청난 비용이다.

그 비용을 오히려 저축으로 돌려 지금부터 저축 여력이 충분한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다. 즉 지금부터 10년간 강남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부채를 끌어안고 가느니 그 10년을 저축을 최대로 해서 미래를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훨씬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것이 강남의 엘리트 친구를 만드는 것보다 아이들에게도 더욱 교육의 기회를 많이 주는 것이 될 수 있다.

③ 양도소득세 아끼려면 3년은 살아야?

그 외 강씨 부부의 이번 행운 같은 청약 건으로 인한 고민은 양도소득세 비과세 면세시점인 3년 후까지만이라도 거주했다가 다시 강북으로 이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것도 있었으나 과감히 세금 내고 바로 이주를 하기로 했다.

일단 아이 양육을 부모님께서 도움을 주고 계시는데 그렇게 2, 3년간 부부가 강남에서 거주할 경우 아이와 주 중에는 떨어져 지내거나 별도의 보모 비용까지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가뜩이나 버블 7지역으로 집값이 떨어지느니 마느니 논란이 많은데 3년간 집값 변동 때마다 괜히 불안하게 지낼 것이 뻔했다.

양도소득세는 어차피 비용 다 제하고 차익에서 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은 과감히 지불하고 하루라도 빨리 부채를 상환하고 아이와 더불어 부담없는 내 집에서 생활할 것을 선택하기로 한 것이다.

종합부동산세 시행으로 강남에서 자기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 중 소득은 없는데 세금부담만 커졌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다. 그러나 어차피 모든 정책이 개별 문제를 풀어주지는 못한다. 가격상승으로 비용이 증가한 것은 소득이 있고 없고 자산가치가 그만큼 늘어난 것에 대한 당연한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생각으로 소득에 맞춰 보유자산을 줄여서 현금흐름을 개선하는데 노력해야 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것이 아닐까.

강남에 거주하는 것을 유지하면서 들어가는 비용은 정책과 무관하게 이미 너무나 서민적이지 않다. 일부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서민의 강남 진입의 꿈은 강남 집값이 폭락할 때나 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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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짧은 기간 동안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가계발 금융부실이 크게 우려된다. 채무자 보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수많은 채무자들을 빚독촉의 고통으로 내몰고 있다. 채무자들 스스로도 이제 국가를 향해 의무만 강요받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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