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고이즈미, 또다시 불거지는 8·15 참배 논란

자민당 총재 선거구도에는 별다른 영향 미치지 못할 듯

등록 2006.06.29 11:42수정 2006.06.29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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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퇴임을 앞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오는 9월 퇴임을 앞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일본 총리대신관저 홈페이지
최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8·15 야스쿠니신사 참배 여부를 둘러싸고 또다시 국제적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고이즈미 총리는 28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가진 수행기자 간담회에서 "몇 번을 참배하든 개인의 자유"라는 입장을 다시 한번 피력했다. 오는 9월 퇴임을 앞둔 고이즈미 총리의 8·15 참배 가능 여부와 관련하여 다음 3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야스쿠니 바람' 속에서도 아베 신조 여전히 독주

첫째, 현재까지의 자민당 총재 선거구도로 볼 때, 고이즈미 총리가 8·15 참배를 강행한다 하더라도 이것이 선거 판도에 결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2005년 하반기 이래 일본 정계에서 야스쿠니 참배 논란이 본격적으로 격화되었지만, 아베 신조 관방장관을 선두로 한 '포스트 고이즈미' 대결 구도에는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보면, 아베 관방의 독주를 막을 만한 뚜렷한 대항마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는 야스쿠니 논란이 선거 판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야스쿠니 참배 논란을 배경으로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의 인기가 2006년 3월부터 급상승하기는 했지만, 그의 인기는 이번 6월부터 다시 수그러드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야스쿠니 참배 논란이 격화될수록 온건파인 후쿠다 전 관방의 인기가 상승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와 동시에 아베 관방의 인기도 약간은 동반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야스쿠니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베 관방의 지지율이 40%대를 전후하여 안정적인 기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고이즈미 총리가 8·15 참배를 강행하더라도 이번 총재 선거에는 결정적 변화가 초래되지 않을 것임을 보여 주는 것이다.


8·15 참배 여부는 향후 일본 외교의 시금석

둘째, 자민당 총재 선거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더라도, 고이즈미 총리의 8.15 참배 성사 여부는 향후 일본 외교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야스쿠니 참배와 관련하여 일본이 안고 있는 딜레마의 하나는 대외관계에 있다. 총리의 참배로 인해 한·중 양국은 물론 미국과의 관계에도 마찰이 생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일본 우익 입장에서는 국민을 군국주의적으로 통합하는 데에 있어서 그것만큼 '비용'이 값싼 것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야스쿠니 참배로 인한 외교관계 악화와 관련하여,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에서는 한국·중국·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데 최근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야스쿠니 참배로 인해 대북 압박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강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했다가 일본의 고립을 초래함으로써 공연히 북한만 도와주는 게 아니냐 하는 염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야스쿠니 참배로 인해 일본 외교가 이처럼 곤경을 겪고 있기 때문에, 고이즈미 총리의 8·15 참배 성사 여부는 향후 일본 외교의 방향을 가늠하게 할 수 있는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

참배에 대해 신중론을 취하는 온건파들이 고이즈미 총리의 8·15 참배를 막지 못한다면, 이것은 온건파의 역량이 강경파의 역량을 아직은 능가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한창 기세가 오른 온건파들이 퇴임하는 총리도 저지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온건파의 역량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고이즈미 총리의 8·15 참배가 성사된 뒤에 아베 관방이 차기 총리에 오르는 상황까지 벌어지면, 향후 일본 우익은 야스쿠니 문제와 관련하여 보다 더 강경하고 자신감 있는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참배 논란만으로도 소정의 성과

셋째, 고이즈미 총리 입장에서는 8·15 참배가 실제 성사되지 않더라도, 총리의 신사 참배라는 불씨만큼은 계속해서 살려둘 필요가 있다. 최근 그의 발언은 이런 점에서 의미를 갖는 것이다.

그가 만약 대외관계나 총재 선거 등을 의식하여 야스쿠니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마지막 8·15'를 그냥 넘어간다면, 이는 스스로 강경파의 기를 꺾는 '악수'가 될 수도 있다. 또 이것은 온건파나 한·중 양국에게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총리가 취임하면,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라는 불씨를 제대로 살리기 힘들 것이다. 8.15 참배 여부를 둘러싼 향후 일본 정계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실립니다.

덧붙이는 글 <뉴스 615>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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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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