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수입 가운데 '외상'을 제외한 6달러한나영
“엄마. 이거 봐. 1달러 짜리가 모두 6개야.”
학교에서 돌아온 딸이 상기된 표정으로 달러 뭉치(?)를 내 놓는다. 아이의 첫 펀드레이징(fund raising·모금활동)에 마음을 졸였던 나는 눈앞의 달러와 딸의 표정에서 일단 '성공'을 읽어내고 안도했다.
“아이고, 신통해라. 우리 딸이 달러를 벌어왔네. 어떻게 팔았어? 반응은 어땠어? 아이들은 뭐라고 해? 안 비싸대? 누가 사줬어?”
궁금한 게 많은 나는 딸이 대답할 새도 없이 따발총을 쏘듯 잇딴 질문을 쏟아냈다.
“엄마, 맨 처음에 키슬링 선생님이 쿠키를 사 주셨어. 이게 바로 선생님 돈이야.”
헌 돈이든 새 돈이든 돈의 가치는 같으련만 아이는 빳빳한 돈 1달러를 내보이며 선생님 돈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키슬링 선생님은 담임이 없는 미국 학교에서 담임과 같은 역할을 하는 분이다.
처음 펀드레이징을 계획할 때 딸아이는 먼저 키슬링 선생님에게 찾아가 의논을 하고 조언을 구했을 만큼 딸이 신뢰하고 좋아하는 선생님이다. 그런데 키슬링 선생님이 더욱 고마웠던 건 딸의 다음 말을 들었을 때였다.
“엄마, 선생님이 쿠키가 너무 맛있대. 내일도 가져오라고 하셨어. 내 쿠키가 선생님 아침이래. 내일 갖다 드릴 거 챙겨놔야 해.”
난생 처음 해 본 어설픈 솜씨로, 그것도 '쿠키믹스'로 만든 것인데 사실 무슨 맛이 그리 있겠는가. 하지만 선생님은 맛있다고 격려를 해 주고, 새 돈 1달러를 주고, 또 먹을 테니 쿠키를 가져오라고 했다니 나로서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딸아이는 키슬링 선생님 외에도 밴드 활동을 함께 하는 친구들에게도 쿠키를 팔았다고 한다.
“엄마, 우리 밴드에 엔젤이라는 애가 있어. 나랑 가끔 이야기를 하는 친군데 전에 쿠키 펀드레이징을 할 거라고 말했거든. 그런데 오늘 학교에서 엔젤에게 쿠키를 줬더니 맛있대. 그 애가 다른 애들한테 쿠키가 맛있다고 막 떠들고 다녔어. 그 바람에 여기 저기서 애들이 달라고 했어. 어떤 애는 돈이 없다고 먼저 쿠키부터 가져가겠다고 해서 내일 받기로 했어.”
그러고 보니 아침에 가져갔던 쿠키 7 묶음 가운데 6달러만 가져왔던 건 바로 ‘외상’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없어서 못 팔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