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구내식당(카페테리아)에서 졸업 연주회를 하고 있다.한나영
돈을 어떻게 마련하지?
미국에 와서 아이들에게 생긴 변화 가운데 하나는 용돈을 달라고 무조건 손을 내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적은 돈이긴 하지만 두 아이 모두 얼마씩이라도 돈을 벌고 있어서겠지만…. (큰 딸은 교회에서 피아노반주를 하면서, 작은딸은 파워포인트 문서작업과 영상 작업을 하면서 매달 80달러와 20달러를 장학금으로 받고 있다.)
그리고 주변에서 보는 미국 아이들의 독립적인 태도를 보면서 우리 아이들도 그냥 돈을 달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런지라 작은딸 역시 밴드팀 활동에 드는 비용을 스스로 해결하려고 제 언니에게 물었던 것이다. 그런데 큰딸의 대답은 너무나 간단했다.
"너 그럼 '펀드 레이징(fund raising)' 해. 그러면 되잖아."
이곳에서는 돈이 필요하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기금을 모으는 펀드 레이징을 많이 한다. 펀드 레이징은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주로 물건이나 먹을 것을 팔기도 하고 세차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책이나 잡지 따위를 팔아 필요한 돈을 마련한다.
우리가 잘 아는 어떤 한인 여학생도 캠프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펀드 레이징을 했다. 그녀는 집집마다 다니며 펀드 레이징을 왜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다음 이웃 주민들로부터 주문을 받았다.
무슨 주문을 받았느냐고? 바로 싱싱한 캘리포니아산 오렌지 주문을 받은 것이었다. 오렌지를 사겠다는 이웃 주민의 이름과 주소를 확보한 뒤 캘리포니아에 있는 오렌지 농장과 직접 접촉을 해서 주민들에게 오렌지를 보내줬다고 한다. 물론 캠프 비용을 충분히 댈 만큼의 돈을 벌었고.
이와 같이 미국 학생들은 필요한 기금을 스스로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펀드 레이징에 나선다고 한다.
밴드 활동을 위한 펀드 레이징 프로젝트
작은딸은 제 언니와 머리를 맞대고 펀드 레이징을 위한 '프로젝트' 대책회의에 들어갔다. 방바닥에 벌렁 엎드린 채 펀드 레이징을 숙의하는 두 딸의 모습이 자못 진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