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독립기념일'에 뒤통수 맞은 미국

[해외리포트] 북 미사일 발사 충격... "즉각적 위협은 아니다"

등록 2006.07.05 12:48수정 2006.07.0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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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NN <래리 킹 쇼>에서 북한 미사일 시험 발사를 두고 긴급대담을 벌이고 있다.

CNN <래리 킹 쇼>에서 북한 미사일 시험 발사를 두고 긴급대담을 벌이고 있다. ⓒ 화면 촬영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감행한 사실이 미국에 속보로 알려진 것은 미국 동부 시간으로 저녁 무렵.

미국인들은 7월 4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느긋한 휴일을 보내고 있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낮에 동네 중심가에서 벌어지는 차량 퍼레이드를 보고 집에 돌아와 북한 미사일 소식을 접했다.

오후 6시 30분에 전국 뉴스를 내보내는 공중파 방송들이 일제히 이 소식을 헤드라인으로 보도했다. CNN은 속보와 심층 대담을 적절히 섞으며 북한 관계 특집을 저녁 내내 진행하는 중이다.

독립기념일은 미국의 생일이고, 전통적으로 축제날이다. 낮에는 크고작은 도시를 막론하고 동네 중심가에서 차 퍼레이드가 벌어지고 밤에는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그러니까 오늘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소식은 미국 생일잔치 행사들 사이에 충격적으로 끼어든 셈이다.

미 정부 "도발이지만 즉각적 위협은 아니다"

첫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알려진 시각으로부터 아직 6시간여밖에 지나지 않아 미국 정보부 쪽에서도 정확한 정보를 입수하고 분석하느라 몹시 분주한 모습이다. 미사일에 과연 무엇이 장착됐는지, 미사일의 최종 목표지는 어디였는지, 또 미사일 시험 발사의 의도가 대체 뭔지 등 아직도 확실히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도발 행위이나 즉각적 위협은 아니다(provocative but not an immediate threat)'로 요약된다. 그러나 위험 수위를 높게 보지 않으면서도 북한에 대한 따끔한 비난도 잊지 않고 곁들였다. 이번 사건은 '북한이 계속해서 자신을 고립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미 행정부는 외교적으로 북한 미사일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태도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차관보는 빠르면 당장 내일이라도 동북아로 떠날 예정이다. 또 부시 대통령의 국가안보 자문인 해들리는 한국 담당자와 내일 만난다.

이번 북한 미사일 시험 발사가 유리한 국면을 제공할 것이라 내다보는 미국 전문가들도 있다. 일본은 물론, 러시아·중국·한국 등 지역 이해 당사국들이 모두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보다는 미국에 더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예상이다.


미국에 관심 못 받은 북한의 질투인가

CNN에 출연한 고든 창은 중국에 대한 흥미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북한 핵 관련 책을 쓰기도 한 창은 "이번 북한의 계획을 중국이 몰랐을 리가 없다"고 추정하며 "미국이 중국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지금까지의 기대를 버리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연료 및 식량 등 많은 분야에서 북한에 절대적인 물자를 지원하고 있는 중국이 이번 북한의 행동을 모르고 있었을 리가 없다고 지적한 창은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이번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사전 인지하고도 막지 않았을 것"이라 추측했다. 중국이 이번 북한 행동을 지시(create)하지는 않았더라도 자국의 이익에 이용(exploit)은 했으리라는 것이다.

특히 창은 최근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을 근거로 들었다. 잘 알려진 대로 고이즈미와 부시의 관계는 '연인 사이'라는 농담을 들을 정도로 끈끈하다. 이번 고이즈미의 방문은 일본과 미국의 친밀한 관계를 다시 한번 여실히 드러냈다.

중국은 이번 북한의 도발 행위를 통해 미국에게 중국의 필요성(북한 문제에 지렛대 역할을 하는 중국)을 재인식시키는 계기로 삼고 싶어한다는 것이 창의 주장이다.

이는 북한의 의도에 대한 추측과도 맞물린다. 현재까지 미국 언론에서 일반적으로 북한에 대해 내놓는 해석은 '질투론'이다. 그동안 미국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존재로 이란은 물론 신예 차베스 등이 '화려하게' 떠오르는 사이 북한은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게 됐다.

북한의 입지를 좁히는 요소는 더 있었다. 6자회담은 교착 상태에 빠졌고 미국과 양자 회담을 하고 싶어하는 북한의 바람은 줄곧 외면당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위조 지폐 사건 후유증으로 경제적 압박도 받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북한이 자신의 '존재'를 다시 알리고 작년 6자 회담에서 모호하게 합의한 내용을 엎어버린 후 미국과 다시 처음부터 새로운 '판'을 짜고 싶어한다는 것이 미국측의 해석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이 이번 미사일 시험 발사에 얽힌 위기라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에 화약 사주는 것이 싸게 먹힌다"

2002년 연두교서에서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이란·북한을 지칭해 ‘악의 축’이란 유명한 말을 했다. 그 후 몇 년이 지난 지금, 이라크 후세인 정권은 무너졌지만 이란과 북한은 여전히 미국의 골치를 썩이고 있다. 마치 두 나라가 누가 더 미국의 골치거리인가 경쟁을 벌이는 듯하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소식이 전해진 후 CNN은 미국 시청자들에게 이란과 북한 중 누가 더 미국에 위협이 되는 지를 물었다. 그리고 소개한 시청자 이메일을 보면 '당연히 이란이다'와 '북한이 더 위험하다'부터 '미국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워싱턴(주: 부시 정부)'까지 다양했다.

그 중 CNN은 '톰'이라는 시청자에게서 온 다음과 같은 편지를 공개했다.

"'악의 축' 세 나라가 다 안보에 위협적이다. 그러나 미국 생일을 축하하고 있는 오늘, 북한도 우리와 함께 축하했다는데 고마움을 전한다. 하지만 (축하할 목적이라면) 중국이 북한에 불꽃놀이할 화약을 사주는 것이 더 싸게 먹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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