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피란상황 기록된 책 발견

대전시향토사료관,- '임오유월일기'로 근대사 재조명 기대

등록 2006.07.06 17:03수정 2006.07.0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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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임오군란 당시 명성황후의 피란상황이 적힌 임오유월일기

임오군란 당시 명성황후의 피란상황이 적힌 임오유월일기 ⓒ 대전광역시 향토사료관

명성황후(明成皇后, 1851~1895), 본관은 여흥(驪興), 성은 민씨(閔氏)로, 1851년(철종 2년)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나 고종의 황후가 되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사주를 받은 주한 일본공사 미우라 고로의 지시로 1895년 10월 8일 궁중에 숨어들어온 일본 낭인에게 칼로 시해되었고, 시신은 궁궐 밖으로 운반 소각되었다.

이 을미사변(乙未事變)에 의해 비운의 삶을 마감한 국모, 명성황후는 죽기 전인 1882년 임오군란 때 궁궐을 탈출, 피신해 51일간 잠적해 있었다. 그 51일간의 행적이 그동안 전혀 알려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 51일간의 행적이 담긴 ‘임오유월일기’가 발견되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전시 향토사료관은 지난 5월 초 민응식의 후손이 기증한 유물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임오군란 때 충북 충주 등지로 피신한 명성황후의 행적이 담긴 ‘임오유월일기(壬午六月日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명성황후의 임오군란시 피난 행적은 왕명출납을 기록한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나 일성록(日省錄) 따위에 기록돼 있는데, 명성황후가 충주 민응식의 집으로 몸을 피했다는 내용이 있을 뿐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발견, 공개된 임오일기는 5월 초 대전시에 기증한 유물 191건, 279점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임오일기는 가로 14.7cm, 세로 20cm 크기의 8쪽짜리 일기로 한지에 한문으로 기록돼 있으며 일부는 부식 등으로 상한 상태여서 빠른 보존처리가 요구된다고 한다.

임오군란이 일어나 명성황후가 궁궐을 빠져나온 1882년 6월13일부터 궁으로 돌아왔던 8월1일까지의 피신생활 중 명성황후가 만난 사람, 식사 내용, 몸 상태, 이동경로 따위가 적혀 있다. 일기에는 다음과 같이 명성황후가 인후염과 다리 부스럼병을 앓았다는 기록도 있다.

“6월 17일. 맑고 더웠으며, 소나기가 왔다. 명성황후는 그대로 계셨다. 감길탕 한 첩, 박하탕에 용뇌를 타서 올리니 드셨다. 다리의 부스럼 난 곳에 고름이 생겨 고약을 붙여드렸다.”


또 청나라 군대가 조선에 들어왔을 때 한양에 붙인 방문(榜文)을 시종에게 베껴오도록 했다는 부분이 있어 명성황후가 피란 중에도 조정의 정치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흥선대원군과 대립해온 명성황후가 피란 중 청나라에 군사개입 요청을 했다는 지금까지의 학설을 뒤집는 내용이어서 관심을 끈다.

그뿐만 아니라 한곳에 머물렀다고 해왔던 이전의 학설과는 달리 7∼8군데로 거처를 옮기며 고통스러운 도피생활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임오일기를 쓴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명성황후가 궁궐을 빠져나온 직후인 1882년 6월 13일부터 기록한 점, 민씨 일가의 이름만 한지로 가렸던 점, 피난 중 명성황후가 다리 부스럼 증을 앓았고 그 처방전이 기록된 점 등으로 미뤄 명성황후를 직접 시종한, 민씨 일가 중 한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한다.

양승률 대전시향토사료관 학예연구사는 “임오군란 당시 명성황후에 대한 가장 상세한 기록으로 당시 상황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사료이며, 100여 년 전의 끊어진 근대사를 재조명할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임오일기는 보존처리 뒤 일반에게 공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대전광역시 향토사료관 http://museum.metro.daejeon.kr/new/

※ 이 기사는 <시골아이>, <대자보>에도 송고됩니다.

덧붙이는 글 대전광역시 향토사료관 http://museum.metro.daejeon.kr/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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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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