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지는 건 꼭 끌어안는 거야"

[서평] 가족을 책임진다는 것은 무엇일까...김란주의 <꼭 끌어안기>

등록 2006.07.08 16:49수정 2006.07.0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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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꼭 끌어안기> 글:김란주 그림:문구선

<꼭 끌어안기> 글:김란주 그림:문구선 ⓒ 문공사

얼마 전, 열아홉 살의 엄마 아빠와 아이의 이야기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너무 어릴 때 낳은 아이와 엄마 아빠로서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버릇없이 자란 아이를 보여주는 방송을 보며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아? 아이가 아이를 낳았군’ 뭐 이런 반응을 보였을 것 같다. 시골에 갔다가 우연히 그 프로그램을 보고 필자 또한 준비되지 않은 부모와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생각했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어리지만 책임지는 두 어린 부모가 대견하고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쩌다 잘못된 관계로 아이를 가지지 말아야 할 때에 아이를 가진 경우 대부분 그 아이를 세상 밖으로 내팽개치는 경우가 허다함을 볼 수 있다.

아니, 정상적인 관계로 아이를 낳은 사람도 부모로서의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귀찮고 살기 힘들다는 이유 하나로 자식을 버리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가. 또 함께 울타리를 이루고 살고 있지만 사랑받기 보다는 천덕꾸러기로 팽개쳐지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런 면에서 너무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았지만 사랑으로 아이를 키우려는 그 어린 엄마 아빠는 얼마나 대견하고 예쁜가.

책임을 진다는 것,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느끼고 진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뜻하지 않은 무거운 것이 자신의 앞에 닥쳤을 땐 더욱 그렇다. 그때 누군가가 붙잡아 주지 않으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버리고 도망치기 쉽다. 이때 붙잡아 주는 것, 이게 바로 사랑이다.

김란주의 동화 <꼭 끌어안기>는 제목에서 암시하듯 그 사랑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동화의 주인공 유찬이는 엄마의 얼굴을 모른다. 아빠의 얼굴도 자주 볼 수 없다. 정상적인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가 아니다.

유찬이의 엄마 아빠는 고등학생 때 유찬이를 낳았다. 그래서 엄마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어린 아빠는 방황하다가 군대에 가고, 할머니와 삼촌의 손에서 자라게 된다. 그렇지만 유찬이는 언제나 밝고 착한 모습으로 자란다. 할머니와 삼촌의 따뜻한 사랑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유찬이 앞에 군복을 입은 아빠가 나타난다. 그리고 떠나기 전에 유찬이와 하나의 약속을 한다.


"유찬아, 아빠는 나라를 지키러 돌아가야 해…. 하지만 약속할게. 제대하면 그때부턴 평생 유찬이를 지키기로."

제대하고 평생 책임지겠다는 아빠의 말에 유찬이는 그동안 섭섭했던 마음이 조금은 풀리지만 자기와 함께 하지 않고 다시 떠난 아빠에 대한 미움과 그리움을 어찌하지 못하고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리곤 잠자리에서 삼촌에게 묻는다. 책임을 진다는 게 뭐냐고. 그런 유찬일 삼촌은 조용히 바라본다.


"음……, 사랑하는 건 책임을 지는 건데……, 근데 그 책임은 굉장히 어려운 것이거든."
"내가 산솔새를 지키느라 힘들었던 것처럼? 아니, 그것보다도 더?"

이렇게 말하고 삼촌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유찬일 갑자기 삼촌이 꼭 끌어안는다.

"그래, 유찬아. 책임지는 건 이렇게 꼭 끌어안는 거야. 두 팔이 절대 풀리지 않도록!"

삼촌의 말을 듣고 유찬이는 생각한다. 아빠가 아직은 어려 힘들어하지만 언젠가는 자신을 책임질 수 있을 때가 되면 할머니가, 삼촌이 자신을 안아준 것처럼 꼭 안아 줄 거라고. 그리고 자신도 두 팔이 풀리지 않도록 아빠를 끌어안아 줄 거라고. 그리곤 잠이 든다.

그리고 다음 날 학교 유리창을 받아 기절한 산솔새를 날려준다. 그 산솔새는 유찬이가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를 해주고 밤새 정성껏 돌보았던 새이다. 그 산솔새를 숲으로 날려 보내며 유찬이는 이렇게 소리친다.

"산솔새야, 꼭 가족을 만나야 해!"

산솔새를 날려 보내며 가족을 만나길 기원하는 유찬이의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자신도 아빠 엄마를 만나고 싶은 소망을 산솔새를 통해 이야기 하고 싶은 건 아닐까? 그런 유찬이의 마음을 안 삼촌과 할머니는 군대에 있는 유찬이 아빠를 찾아간다. 아빠를 찾아간 유찬일 번쩍 안으며 이렇게 말한다.

"아빠, 내일 모레면 집으로 갈 거야. 유찬이에게 한 약속 지키러!"

아빠의 말을 들은 유찬이의 얼굴은 햇살처럼 환하게 퍼진다. 그런 유찬일 아빠는 더 안는다. 유찬이도 아빠를 힘껏 껴안는다. 두 팔이 풀리지 않도록….

모든 사람은 사랑 받을 권리를 가지고 태어났다. 어떻게, 어떤 환경에서 태어난 것에 상관없이 태어난 것 자체로 사랑받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유찬이의 비정상적인 출생은 유찬이 잘못이 아니다. 그러데 우리는 그런 유찬이를 바라보고 손가락질 하거나 쑥덕댄다. 사람을 보는 게 아니라 그 환경을 보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엔 알게 모르게 마음고생하며 남몰래 눈물 흘리는 친구들이 많다. 그런 친구를 우리는 '꼭 끌어안기'보다는 뒤에서 놀리지는 않은지 한 번 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따뜻한 사랑이 무언지 전해주는 김란주의 <꼭 끌어안기>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읽어야 할 책이라 할 수 있다.

꼭 끌어안기

김란주 지음,
문공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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