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민정당' '영남 본색' 한나라당 전당대회 이후 쏟아지는 비난이다. 이 가운데 언론이 간과하고 있는 게 '정보기관 통'들이라는 점이다. 과거 안기부, 중정 출신들이 한나라당을 장악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진은 맨위 왼쪽부터 강재섭, 김기춘, 최연희, (아래 오른쪽부터)정형근, 권영세, 김용갑 의원이다.오마이뉴스
'도로 민정당' '영남본색' '보수일색 수구정당'.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한 한나라당 전당대회 결과로 더욱 강화된 한나라당 이미지이다. 여기에다 언론이 놓치고 있는 '본색'이 하나 있다. 바로 '정보기관 본색'이다. 정보기관 본색에 대한 설명은 뒤로 미루고 일단 다른 본색부터 살펴보자.
검사 출신의 강재섭 대표최고위원은 1988년 민정당 전국구(13대)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육사(25기) 출신의 강창희 최고위원 역시 민정당 조직국장을 거쳐 11대 민정당 의원으로 국회에 들어왔다. 두 강씨의 한나라당 지도부 진입으로 '도로 민정당' 이미지가 강화된 셈이다.
5위 턱걸이로 지도부에 합류한 정형근 의원은 검사 출신이지만 특이하게도 국가안전기획부에서 잔뼈가 굵은 전략정보통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 대표적인 'DJ 저격수'였던 그는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남북간의 긴장을 중재하기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이 필요하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지만 대표적인 보수강경파로 꼽힌다.
비례대표 초선 의원임에도 당당히 4위로 지도부에 입성한 전여옥 최고위원 역시 일부에서 '여자 정형근'이라고 부를 만큼 독설과 배짱이 두둑한 보수강경파로 꼽힌다. 전씨는 대표·최고위원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제 팔에는 열당(열린우리당)의 가당찮은 것들이 찌른 그 주먹과 싸움으로 여기 멍들고 여기 다쳤다"면서 "친북 좌파세력을 용서하지 말고 결단코 처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보수일색 이미지 강화된 한나라당
지도의 출신지역을 보면, 강재섭 대표는 경북 의성 출신이다. 박근혜와 이명박으로 대표되는 당내 유력한 대선주자가 TK(대구경북) 출신인데 대선 경쟁을 관리할 당 대표까지 TK이다. 여기에 13일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형오 의원은 부산 출신이다. 당과 원내 사령탑이 모두 영남 일색이다.
반면에 민주화운동 경력을 가진 이재오 최고위원은 민심(여론조사)에서는 강재섭 대표를 앞섰으나 '당심'에서 뒤져 당 대표 경쟁에서 밀렸다. 소장·중도파 의원 57명이 참여한 '미래모임'이 경선을 통해 대표주자로 내세운 권영세 의원은 6위에 머물러 지도부 진출에 실패했다.
이처럼 새 지도부가 영남·민정계·보수 일색으로 채워지다보니 당내에서마저 "한나라당이 과거로 회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가 (보수일색의) 이런 지도부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하고 '잠수'를 탄 이재오 최고위원은 이틀째 지도부 회의에 불참했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과거 회귀'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키는 것은 '정보기관 본색'이다. 즉, 국가안전기획부와 그 전신인 중앙정보부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지도부와 주요 당직을 '장악'했다는 사실이다.
강재섭 대표와 정형근 최고위원 그리고 강 대표가 소장·중도파 몫 최고위원으로 지명할 가능성이 큰 권영세 의원이 안기부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다. 당의 나아갈 바를 제시하는 '두뇌'에 해당하는 여의도연구소를 관장하는 김기춘 여의도연구소장도 중앙정보부 출신이다. 여의도연구소장은 최고위원·주요당직자회의 고정 멤버이다. 이쯤되면 안기부가 한나라당 지도부를 '접수'했다고 표현해도 과장이 아니다.
중앙정보부·안기부 근무경력 한나라당 의원 현황 | | 성명(당직) | 출신학교 | 근무기간 | 주요보직(역할) | 강재섭 (대표최고위원) | 경북고·서울대 | 85. 5~88. 4 | 제2특보실 분석연구실장 (지휘부 법률지원) | 정형근 (최고위원) | 경남고·서울대 | 83. 3~95. 3 | 대공수사국장·1차장 (국내담당) | 김기춘 (여의도연구소장) | 경남고·서울대 | 74. 4~79. 2 | 대공수사국장 (대공수사 주무국장) | 김용갑 | 밀양농고·육사 | 71. 11~85. 2 | 기획조정실장 (인사 및 예산업무 총괄) | 박종근 (대구시당위원장) | 경북고·서울대 | 91. 7~93. 5 | 제2특보실 정책연구관 (정책연구·지원) | 권영세 | 배제고·서울대 | 94. 9~97. 8 | 특별보좌관실 정책연구관 (지휘부 법률지원) | 홍준표 | 영남고·고려대 | 94. 10~95. 9 | 특보실 정책연구관 (지휘부 법률지원) |
| ⓒ 김당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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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섭·정형근·권영세 의원 등, 안기부·중정 출신이 지도부 장악
이들은 어떻게 해서 정보기관과 '인연'을 맺은 것일까.
한국사회를 지탱하는 대표적 보수집단은 군과 검찰이다. 따라서 직업군인들과 검사들 모두에게 청와대와 국가정보기관 파견 근무는 대표적인 출세 코스였다. 특히 검사들에게 청와대와 국가정보기관 파견 근무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전형적인 출세 코스였다.
국가정보기관 파견 검사의 '원조'는 김기춘 여의도연구소장이다. 경남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김기춘 의원은 중앙정보부 시절인 74년 4월부터 79년 2월까지 5년 동안 대공수사국장 등으로 근무했다.
김 의원은 특히 중정 파견 수사검사 시절에 재일교포 문세광의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 수사를 직접 담당했다. 이후 청와대 법률비서관으로 근무한 김 의원은 검사장, 검찰총장, 법무장관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김 의원은 최근 최고위원·주요당직자회의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유린하고, 핵무기를 개발하고, 미사일을 개발하는 전체주의 독재국가에 대해 일방적으로 계속 지원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헌법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이적행위라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대북지원의 즉각 중단을 주장했다.
정형근 의원은 한나라당 내에서 국가정보원 인맥이 가장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자타가 공인하는 정보통이다. 김기춘 의원의 경남고·서울대 법대 후배인 정 의원은 김 의원과 비슷한 코스를 밟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으로 '시집'(파견) 갔다가 다시 '친정'(검찰)으로 돌아오는 다른 검사들과 달리, 정 의원은 친정(75년∼83년)에서보다 시집(83년∼95년)에서 더 오래 살았고 친정으로 돌아오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정 의원의 단출한 친정 경력과 대비되는 화려한 시집 경력에서도 재확인된다. 정 의원은 친정생활 8년동안 부산지검→춘천지검 강릉지청→서울지검→수원지검→서울지검을 전전하며 평검사로만 지냈다. 반면에 83년에 안기부 대공수사국 법률담당관으로 시작한 시집생활 12년 동안에는 제1차장실 법률담당 보좌관→대공수사국 수사2단장→대공수사국장→수사차장보→제1국장(기획판단국장)→제1차장(국내담당)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