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한나라당 '절반의 권력' 장악

[정치 톺아보기 139] 한나라당 지도부-핵심 의원들의 안기부 인맥

등록 2006.07.13 18:58수정 2006.07.1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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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도로 민정당' '영남 본색' 한나라당 전당대회 이후 쏟아지는 비난이다.  이 가운데 언론이 간과하고 있는 게 '정보기관 통'들이라는 점이다. 과거 안기부, 중정 출신들이 한나라당을 장악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진은 맨위 왼쪽부터 강재섭, 김기춘, 최연희, (아래 오른쪽부터)정형근, 권영세, 김용갑 의원이다.

'도로 민정당' '영남 본색' 한나라당 전당대회 이후 쏟아지는 비난이다. 이 가운데 언론이 간과하고 있는 게 '정보기관 통'들이라는 점이다. 과거 안기부, 중정 출신들이 한나라당을 장악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진은 맨위 왼쪽부터 강재섭, 김기춘, 최연희, (아래 오른쪽부터)정형근, 권영세, 김용갑 의원이다. ⓒ 오마이뉴스


'도로 민정당' '영남본색' '보수일색 수구정당'.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한 한나라당 전당대회 결과로 더욱 강화된 한나라당 이미지이다. 여기에다 언론이 놓치고 있는 '본색'이 하나 있다. 바로 '정보기관 본색'이다. 정보기관 본색에 대한 설명은 뒤로 미루고 일단 다른 본색부터 살펴보자.

검사 출신의 강재섭 대표최고위원은 1988년 민정당 전국구(13대)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육사(25기) 출신의 강창희 최고위원 역시 민정당 조직국장을 거쳐 11대 민정당 의원으로 국회에 들어왔다. 두 강씨의 한나라당 지도부 진입으로 '도로 민정당' 이미지가 강화된 셈이다.

5위 턱걸이로 지도부에 합류한 정형근 의원은 검사 출신이지만 특이하게도 국가안전기획부에서 잔뼈가 굵은 전략정보통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 대표적인 'DJ 저격수'였던 그는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남북간의 긴장을 중재하기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이 필요하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지만 대표적인 보수강경파로 꼽힌다.

비례대표 초선 의원임에도 당당히 4위로 지도부에 입성한 전여옥 최고위원 역시 일부에서 '여자 정형근'이라고 부를 만큼 독설과 배짱이 두둑한 보수강경파로 꼽힌다. 전씨는 대표·최고위원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제 팔에는 열당(열린우리당)의 가당찮은 것들이 찌른 그 주먹과 싸움으로 여기 멍들고 여기 다쳤다"면서 "친북 좌파세력을 용서하지 말고 결단코 처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보수일색 이미지 강화된 한나라당

지도의 출신지역을 보면, 강재섭 대표는 경북 의성 출신이다. 박근혜와 이명박으로 대표되는 당내 유력한 대선주자가 TK(대구경북) 출신인데 대선 경쟁을 관리할 당 대표까지 TK이다. 여기에 13일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형오 의원은 부산 출신이다. 당과 원내 사령탑이 모두 영남 일색이다.


반면에 민주화운동 경력을 가진 이재오 최고위원은 민심(여론조사)에서는 강재섭 대표를 앞섰으나 '당심'에서 뒤져 당 대표 경쟁에서 밀렸다. 소장·중도파 의원 57명이 참여한 '미래모임'이 경선을 통해 대표주자로 내세운 권영세 의원은 6위에 머물러 지도부 진출에 실패했다.

이처럼 새 지도부가 영남·민정계·보수 일색으로 채워지다보니 당내에서마저 "한나라당이 과거로 회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가 (보수일색의) 이런 지도부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하고 '잠수'를 탄 이재오 최고위원은 이틀째 지도부 회의에 불참했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과거 회귀'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키는 것은 '정보기관 본색'이다. 즉, 국가안전기획부와 그 전신인 중앙정보부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지도부와 주요 당직을 '장악'했다는 사실이다.

강재섭 대표와 정형근 최고위원 그리고 강 대표가 소장·중도파 몫 최고위원으로 지명할 가능성이 큰 권영세 의원이 안기부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다. 당의 나아갈 바를 제시하는 '두뇌'에 해당하는 여의도연구소를 관장하는 김기춘 여의도연구소장도 중앙정보부 출신이다. 여의도연구소장은 최고위원·주요당직자회의 고정 멤버이다. 이쯤되면 안기부가 한나라당 지도부를 '접수'했다고 표현해도 과장이 아니다.

중앙정보부·안기부 근무경력 한나라당 의원 현황

성명(당직)출신학교근무기간주요보직(역할)

강재섭

(대표최고위원)

경북고·서울대

85. 5~88. 4

제2특보실 분석연구실장

(지휘부 법률지원)

정형근

(최고위원)

경남고·서울대

83. 3~95. 3

대공수사국장·1차장

(국내담당)

김기춘

(여의도연구소장)

경남고·서울대

74. 4~79. 2

대공수사국장

(대공수사 주무국장)

김용갑

밀양농고·육사

71. 11~85. 2

기획조정실장

(인사 및 예산업무 총괄)

박종근

(대구시당위원장)

경북고·서울대

91. 7~93. 5

제2특보실 정책연구관

(정책연구·지원)

권영세

배제고·서울대

94. 9~97. 8

특별보좌관실 정책연구관

(지휘부 법률지원)

홍준표

영남고·고려대

94. 10~95. 9

특보실 정책연구관

(지휘부 법률지원)

ⓒ 김당 기자

강재섭·정형근·권영세 의원 등, 안기부·중정 출신이 지도부 장악

이들은 어떻게 해서 정보기관과 '인연'을 맺은 것일까.

한국사회를 지탱하는 대표적 보수집단은 군과 검찰이다. 따라서 직업군인들과 검사들 모두에게 청와대와 국가정보기관 파견 근무는 대표적인 출세 코스였다. 특히 검사들에게 청와대와 국가정보기관 파견 근무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전형적인 출세 코스였다.

국가정보기관 파견 검사의 '원조'는 김기춘 여의도연구소장이다. 경남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김기춘 의원은 중앙정보부 시절인 74년 4월부터 79년 2월까지 5년 동안 대공수사국장 등으로 근무했다.

김 의원은 특히 중정 파견 수사검사 시절에 재일교포 문세광의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 수사를 직접 담당했다. 이후 청와대 법률비서관으로 근무한 김 의원은 검사장, 검찰총장, 법무장관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김 의원은 최근 최고위원·주요당직자회의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유린하고, 핵무기를 개발하고, 미사일을 개발하는 전체주의 독재국가에 대해 일방적으로 계속 지원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헌법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이적행위라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대북지원의 즉각 중단을 주장했다.

정형근 의원은 한나라당 내에서 국가정보원 인맥이 가장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자타가 공인하는 정보통이다. 김기춘 의원의 경남고·서울대 법대 후배인 정 의원은 김 의원과 비슷한 코스를 밟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으로 '시집'(파견) 갔다가 다시 '친정'(검찰)으로 돌아오는 다른 검사들과 달리, 정 의원은 친정(75년∼83년)에서보다 시집(83년∼95년)에서 더 오래 살았고 친정으로 돌아오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정 의원의 단출한 친정 경력과 대비되는 화려한 시집 경력에서도 재확인된다. 정 의원은 친정생활 8년동안 부산지검→춘천지검 강릉지청→서울지검→수원지검→서울지검을 전전하며 평검사로만 지냈다. 반면에 83년에 안기부 대공수사국 법률담당관으로 시작한 시집생활 12년 동안에는 제1차장실 법률담당 보좌관→대공수사국 수사2단장→대공수사국장→수사차장보→제1국장(기획판단국장)→제1차장(국내담당)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a 한나라당은 11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강재섭 의원을 새대표로 선출했다.   정형근, 이재오 최고위원, 강재섭 대표, 전여옥, 강창희 최고위원(사진 왼쪽부터)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11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강재섭 의원을 새대표로 선출했다. 정형근, 이재오 최고위원, 강재섭 대표, 전여옥, 강창희 최고위원(사진 왼쪽부터)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 '원조 보수' 김용갑 의원, 14년 동안 안기부 근무

김용갑 의원은 중앙정보부 시절인 71년부터 85년까지 14년 동안 안기부에서 근무했다. 밀양농잠고·육사(17기)를 졸업한 김 의원은 장교 임관 10년만에 중정 산하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겨 80년 신군부가 등장한 이후 국가안전기획부 감찰실장과 기조실장을 역임했다. 김 의원은 이후 5, 6공에 걸쳐 청와대 민정수석을 맡았다가 총무처 장관에 기용되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원조 보수파'로 꼽히는 김 의원은 지난 11일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청와대 홈페이지에 실린 글과 관련 반박 성명을 내고 "청와대와 이 정권이 북한의 나팔수를 자처하고 있다"며 "청와대 근무자들이 주석궁 근무자들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비난했다.

김 의원은 최근 <한겨레21> 설문조사에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위원 중에서 '용산기지 이전 청문회' 개최에 반대한 유일한 의원이었다.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85년 5월부터 88년 4월까지 3년 동안 안기부장 제2특보(법률담당)실에서 분석연구실장으로 근무했다. 분석연구실장이 하는 공식적인 역할은 안기부 지휘부에 대한 법률 지원이다.

그러나 분석연구실장 재직중 전국구 의원으로 발탁된 점이 석연찮다. 경북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강 의원은 경북고·서울법대 선배이자 '6공의 황태자'였던 박철언 전 의원과의 '인연'으로 안기부 및 청와대 파견근무를 함께 한 것으로 알려진다.

박종근 의원은 경제관료 출신임에도 특이하게 안기부 파견 근무를 했다. 경북고·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박 의원은 경제기획원 재직중인 91년 7월부터 93년 5월까지 안기부장 제2특보실 정책연구관(1급 경제정책실장)을 지냈다.

'성추행'사건으로 탈당한 최연희 의원도 '수사지도실장'으로 근무

홍준표 의원 또한 94년 10월부터 95년 9월까지 안기부장 특별보좌관실에서 정책연구관으로 근무했다. 영남고·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강력부 검사 시절에 이른바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세를 탔던 홍 의원은 우연히 만난 검찰·안기부 선배인 정형근 의원의 권유로 안기부 파견근무를 지원했다.

홍 의원은 안기부에서도 주로 마약·조직범죄 관련 업무를 맡았다. 솔직하고 소탈한 성격의 홍 의원은 자신의 짧은 안기부 경력을 숨기지 않는 편이다.

'성추행' 사건으로 한나라당을 탈당한 최연희 의원도 90년 1월부터 91년 8월까지 정형근 국장이 지휘하는 안기부 대공수사국에서 '수사지도실장'으로 대공수사 법률지원 역할을 했다. 그는 서울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1년7개월 동안의 안기부 근무를 마치고 청와대 사정·민정비서관을 거쳐 춘천지검 차장으로 친정에 복귀했다.

강재섭 대표는 12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소장·중도파를 대표한 권영세 후보를 배려해 지명직 최고위원이나 당직 임명 등을 통해 배려할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미래연대'에서 단일후보로 내세운 권 의원 또한 안기부 출신이다.

배재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검사 출신인 권영세 의원은 94년 9월부터 97년 8월까지 3년동안 안기부장 특별보좌관실 정책연구관 등으로 근무하며 안기부 지휘부에 대한 법률지원 역할을 수행했다. 권 의원은 국정원을 감독하는 국회 정보위원이기도 하다.

이처럼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안기부 시절까지 근무한 한나라당 의원 7명의 근무 연한을 결합하면 71년에 중정 근무를 시작한 김용갑 의원부터 97년 대선 직전에 안기부 근무를 마친 권영세 의원까지 26년 동안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연줄의 그물망이 촘촘이 짜여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각각 14년과 12년 동안 몸담은 김용갑 의원과 정형근 의원의 그물망이 연줄의 밀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a <중앙일보> 인물정보를 다루는 조인스 인물정보에 나온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의 경력사항이다. 여기에는 안기부 근무경력이 빠져 있다.

<중앙일보> 인물정보를 다루는 조인스 인물정보에 나온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의 경력사항이다. 여기에는 안기부 근무경력이 빠져 있다.


강재섭·권영세 의원, 경력에서 안기부 전력은 '증발' 혹은 '공백'

물론 한나라당 지도부의 정보기관 근무경력을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정보기관에서 체득한 투철한 국가관과 안보의식 그리고 균형잡힌 정보판단력 등은 정치 지도자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다만 당사자들이 정보기관에서 인권침해 및 정치공작에 관여했는지와 정보기관 경력을 '출세코스'로 활용했는지 등은 가려질 필요가 있겠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강재섭 대표와 권영세 의원 등이 정보기관 근무경력을 숨기고 있는 점이다. 강 대표와 권 의원의 경우, <중앙일보> '조인스 인물정보'나 '네이버 인물검색' 등에서 안기부의 '안'자도 찾을 수 없다.

이를테면 강재섭 대표의 경우, 조인스 인물정보를 검색하면 ▲1983-1987 법무부 검찰국 고등검찰관 ▲1987-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1988. 04- 제13대 국회의원(민정, 전국)라고 돼 있다. 안기부 경력은 '증발'돼 있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에 조회한 결과에 따르면, 강 대표는 85년 5월부터 총선에 출마하기 직전인 88년 4월까지도 안기부장 제2특보실 분석연구실장으로 근무했다.

권영세 의원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수원지검→춘천지검 강릉지청→독일 연방법무부 파견(독일 통일법령 연구)→법무부 특수법령과 검사(93-94년)→대검 검찰연구관(97-98년)→서울지검 부부장 검사 경력만 있고 94-97년 경력은 한때 공백으로 비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이른바 엘리트 검사의 '출세코스'를 밟았으면서 지금 와서는 그 '전력'을 숨기고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자신들의 '숨기고 싶은 과거'를 대선 승리를 위한 '떳떳한 미래'로 바꿔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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