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가쓰라-테프트 밀약'이 걱정된다"

[인터뷰] 이해학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한국위원회 상임대표

등록 2006.07.19 11:28수정 2006.07.1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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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사람의 위패까지 합사해 한국·대만 등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

야스쿠니 신사가 최근 국제적 이슈로 떠오르게 된 것은 2001년 일본 고이즈미 총리가 여론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참배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야스쿠니 논란에 직접적인 불을 당긴 사건은 지난 1978년 도조 히테키를 비롯한 A급 전범 14명의 위패를 합사한 일이다.

야스쿠니는 일본 내 8만여개에 달하는 신사 중 하나다. 다만 메이지유신 이후 막부와 싸우다 사망한 군인들을 모셔 호국의 신으로 추앙하는 것이 다른 신사와 다르다. 그런 것이 일본 천황의 참배 등으로 2차 세계대전 때는 군국주의 의식을 고취시키는 상징으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과거 일본 젊은이들은 '야스쿠니에서 만나자'는 말로 죽음을 뛰어넘는 군국주의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기도 했다.

1985년 나카소네가 총리로서는 최초 참배했고 그후 15년이 지난 2000년에 도교도지사가 공식 참배를 하여 논란이 일었으며 이후 2001년 고이즈미 현 일본 총리의 참배 시작으로 지금까지 국제적 비난을 받아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야스쿠니에 억울하게 징용된 한국·대만인 5만여명의 위패가 강제로 모셔져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스쿠니의 야만성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 산 사람의 위패까지 합사한 사실은 대단히 충격적이다.

일본서 촛불집회 열 예정인 '야스쿠니 반대공동행동'

a 야스쿠니단대공동행동 한국위원회 상임대표 이해학 목사.

야스쿠니단대공동행동 한국위원회 상임대표 이해학 목사. ⓒ 김기

올해는 광복 61주년이 되는 해이다. 일제피해자규명위가 실질적 성과 없이 3년의 세월을 보낸 반면, 한국·대만·일본 등 국제적으로 일본의 야만적 야스쿠니 참배에 반대하는 연대행동은 오는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 대대적인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그것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이 오는 20일과 21일, 양일간 명동 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오는 8월 15일엔 총선거의 승리를 노린 고이즈미 총리의 전략적 야스쿠니 참배가 예상되고 있어 야스쿠니 반대공동행동의 국제합동시위는 일본 내 극우보수세력과의 충돌도 우려된다. 그러나 어떠한 희생이 있더라도 일본 보수세력의 야만성과 더불어 이미 군사대국화 된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지를 불사르는 한국위원회 이해학(성남주민교회) 목사를, 지난 15일 서울 혜화동에 위치한 짚풀생활사 박물관에서 만났다.

다음은 이해학 목사와의 인터뷰 전문.


- 8·15 야스쿠니 반대 국제합동집회 준비는 잘 돼 가는가?
"어려움이 많다. 한·일 대항 축구가 열린다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이 있을 듯한데 60년의 세월은 우리 국민 모두를 망각의 강으로 몰아간 것 같다. 그러나 끝까지 일본의 야만적 군국주의에 반대하고, 저항할 우리 민족혼을 믿는다. 야스쿠니에 불법부당하게 합사된 한국과 대만의 억울한 징용자들의 넋과 살아있으면서도 강제로 합사된 분들의 분노한 정신이 한국과 대만 국민들을 일으켜 세울 것이다."

- 8·15 야스쿠니 원정에 앞서 심포지엄이 열린다는데, 어떤 행사인가?
"이번 심포지엄은 야스쿠니의 본질이 무엇이고 국제사회는 그것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그런 인식을 통해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우리 민족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 야스쿠니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정서나 인식은 어떻다고 보는가?
"야스쿠니에 대해서는 일본 국민들보다 우리 국민들의 관심이 적다고 판단된다. 야스쿠니에 숨겨져 있는 일본 극우보수세력의 야심을 안다면 우리는 이대로 방관만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그들은 야스쿠니를 통해 아시아를 피로 물들였던 태평양전쟁을 다시 일으키려 하고 있다. 그것을 위해 평화헌법과 교육법을 고치려 하고 있다.

"제2의 가쓰라-테프트 밀약이 염려되는 상황"

a "한·일 축구전에는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는가." 야스쿠니 반대는 축구보다 더 중요하다고 개탄하는 이해학 목사.

"한·일 축구전에는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는가." 야스쿠니 반대는 축구보다 더 중요하다고 개탄하는 이해학 목사. ⓒ 김기

- 교육법이 군국주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쉽게 말해서 애국교육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하자면 일본의 대륙침략에 대한 정당성을 고취하는 것이다. 야스쿠니 옆 기념관에는 실제로 아시아 침략전쟁을 정당화시키는 자료와 도표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미 일본은 미국 다음으로 막강한 군사력과 또한 경제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미국과 각별한 우의를 과시하고 있는데 제2의 가쓰라-테프트 밀약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 그 발언은 좀 민감한 듯하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미국의 기간산업인 무기산업은 안정적인 판매처가 필요하다. 일본 극우보수세력도 막강한 군사무기의 보유가 절실하다. 서로 일치하는 필요성에 의해 미국과 일본은 1905년보다 더 밀접하게 가까워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과거와 똑같지는 않다 하더라도 미·일의 군사적 행동에는 은밀하고 또 무서운 내막이 있다고 본다. 이번 평화헌법 개정을 막지 못한다면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은 일본의 경제·정치, 특히 군사적 파고를 감당할 수 없다. 특히 분단국가인 우리는 더욱 위험한 일이다."

- 야스쿠니에는 240만이 넘는 위패가 존재한다. 한국·대만의 위패 5만은 어떤 의미인가?
"말이 좋아 합사란 말을 쓸 뿐이다. 강제된 숭앙을 통해 전신(戰神)을 부추기는 전쟁광들의 미신행위에 불과하다. 전쟁을 위해서, 당시 그들 스스로는 인간대접도 하지 않은 징용자들의 위패조차 모셔놓고 절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것을 통해 징용이 아닌 자발적인 동참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도취에 젖는 것이다."

- 야스쿠니에 대한 우리정부의 외교 노력을 평가한다면?
"한 마디로 어처구니없다. (한국 정부는)유족들이 개인적으로 일본을 왕래하며 외롭게 투쟁할 때도 애써 외면했다. 보상 이전에 야스쿠니 합사자 명단만이라도 달라고 끈질기게 항의하자 일본정부는 91년 이것을 한국정부로 넘겨줬다. 그러나 그것이 유족들에게 확인된 것은 6년이 지난 97년에 가서야 가능했었다. 대통령이 간혹 야스쿠니에 대한 강경발언을 한다. 그러나 그 발언이 진정한 힘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 내 야스쿠니 전담부서가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는 아무리 강경한 발언이라 할지라도 단지 엄포에 불과하다."

"고이즈미 8·15 참배, 일본 내 극우세력 총궐기 될 것"

- 이번 8·15 야스쿠니 원정집회는 어떻게 계획하는가?
"이번 집회는 일본 내 최초의 국제시위가 될 것이다. 한국, 대만을 비롯해서 일본 내 양심세력들까지 수천명이 모이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와 관련 일본측은 한국경찰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들었다."

- 왜 이번 8·15를 선택했는가?
"그동안 야스쿠니에 대한 대내외적인 비판도 있었거니와 명목상 그곳이 종교시설이기에 야스쿠니 내에서는 일체의 정치적 행사를 금지해왔다. 그러나 이번엔 고이즈미의 참배와 더불어 극우보수세력의 행사가 열릴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번 고이즈미 8·15 참배는 일본 내 극우보수세력들의 총궐기가 될 것이란 이야기다."

- 그렇다면 집회참가자와 일본 극우보수세력과의 물리적 충돌도 염려되는데...
"그렇다. 그것이 고민이다. 희생이 두렵다면 싸움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 다만 우리측 참가자들이 부상당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다. 사실 야스쿠니 한국 징용자 합사반대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무능함을 떠나 무관심한 현 정부의 태도는 스스로 의무를 방기한 무책임하고 자격 없는 모습이다."

- 한국 집회참가자들은 배편과 비행기로 나눠서 간다고 들었다. 어떻게 가는가?
"젊은이들은 과거 조선통신사들이 오간 길을 따라서 일본으로 향한다. 부산에서 부관페리 두 척으로 출발해서 시모노세키로 향한다. 시모노세키에서 배편을 이용, 다시 오사카 이동한 후 교토로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전쟁에 관련된 역사현장을 답사하게 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동경으로 진입한다. 비행기는 13일 출발해서 미리 도착한 참가자들과 합류해서 당일 저녁부터 촛불집회를 시작한다."

- 원정 집회인 만큼 비용도 만만치 않을 텐데...
"배편으로 참가하는 사람은 대략 60만원, 비행기편은 80만원 정도가 든다. 그러나 이 비용은 개인이 전액 부담하기에는 대단히 많은 금액이다. 현재 참가자들의 경비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조만간 좋은 방법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 동경 원정집회 외에 야스쿠니 반대행동의 계획을 말해 달라.
"이번 일본 집회에 여야 국회의원 몇 명도 동참해 일본 의원들과 만나 의원외교를 벌일 것이다. 그를 통해 야스쿠니 불법합사에 대한 요구안을 전달할 것이다. 아울러 반대행동은 이 일을 유엔인권위원회에 제소해 반인권, 반문명적 야스쿠니의 폭거를 국제적인 이슈로 제기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달 20~21일 열릴 예정인 야스쿠니 신사 심포지움 및 8·15 일본 원정집회 관련 문의-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한국위원회 02-969-0226, 홈페이지 (www.anti-yasukuni.org).

덧붙이는 글 이달 20~21일 열릴 예정인 야스쿠니 신사 심포지움 및 8·15 일본 원정집회 관련 문의-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한국위원회 02-969-0226, 홈페이지 (www.anti-yasukun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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