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자 투쟁승리와 경찰폭력 규탄 민주노총 영남노동자대회'가 19일 오후 경북 포항 오광장 네거리에서 열리고 있다. 몇일전 집회의 경찰진압과정에서 한 노동자가 머리를 다쳐 중태에 빠진 가운데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머리 보호를 위해 안전모를 착용한 채 집회에 참석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4800개 검은 헬멧과 맞선 4000개 흰 헬맷.
19일 오후 포항 포스코 단지가 내다보이는 포항 남구 형산로터리는 마치 바둑판 같았다.
흰색 헬멧을 쓴 노동자 4000여명은 포항 건설노동자들이 점거 농성중인 포스코 본사를 향하려 했고, 이들과 맞선 경찰 4800여명은 검은 헬멧을 쓴 채 노동자들의 행진을 막았다. 서로 다른 색깔을 한 이들 사이에는 간간이 경찰 살수차가 뿌리는 물대포와 세를 과시하려는 듯 두 세력의 함성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날 건설산업연맹 소속 노동자 4000여명은 포항 남구 5호광장에서 영남노동자대회를 연 뒤 포스코를 향해 행진했다. 그러나 행진은 30분여분만에 형산로터리에서 기다리고 있던 경찰 병력과 마주했다.
전국에서 모인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은 지난 13일부터 포스코 본사를 점거한 동료들을 응원하기 위해 이날 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하루 8시간 근무보장 ▲토요 유급휴무 ▲농성중인 포항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 중단 등을 촉구했다.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와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의 격려사와 투쟁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을 예상한 듯 헬멧과 손수건, 마스크 등을 챙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환자가 생길 것을 우려해 출동한 의무반의 한 관계자는 "핸드폰을 꼭 비닐로 싸서 보관하라"고 노동자들에게 지시했다. 경찰이 쏘아대는 물대포 때문이다.
실제로 노동자들이 포스코 본관을 향해 걸어오자 경찰은 물대포로 이들의 행진을 막았고, 행진은 30분만에 마무리 집회로 이어졌다.
시위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노가다'라 불리는 것도 서러운데, 인간적 대접도 받지 못해 억울하다"며 공통된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현장에서 만나본 이들은 대부분 40∼50대 남성으로 자녀 교육을 걱정하는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자식 교육비를 위해 열심히 일한만큼 대우해달라는 것이다.
또한 집회나 시위를 보도하는 언론에 강한 불신을 품고 있었다. 기자의 질문에 "똑바로 사실보도 하라"는 볼멘소리가 돌아왔다. 헬멧으로 무장한 이들은 "우리는 평화시위를 원하지만 경찰에서 먼저 치고 들어오니 도리 없다"고 쇠파이프를 손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