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듬이에도 날개에도 빗물 주렁주렁

[사진] 폭우가 쏟아지면 곤충도 힘들답니다

등록 2006.07.22 14:39수정 2006.07.2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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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쏟아지고 물난리나면 수해입은 이웃들의 애절한 사연들이 가슴을 울립니다.


큰소리 한 번 쳐본 적도 없이 "땅만큼 정직한 게 없는 법"이라며 살아온 농민들입니다. 그토록 정직하게 길러온 곡식이며 가축이 한 순간에 사라져버렸습니다.

대궐같이 넓은 집도 아니고 높다란 담장에 둘러싸인 집도 아닌,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시내가 흐르는 시골 산자락 끝에 집지어 살던 사람들이 산사태로 가족과 집을 함께 잃기도 했습니다.

그 절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수해로 신음하는 지역에 가서 골프채 휘두른 이들도 있답니다. 그 사람들의 마음에 수재민은 없었나 봅니다. 어디 가서 큰 소리 쳐본 경험도 많고 산자락 끝에 집 짓고 살지도 않아서 그런가요? 골프장 늘어나는 살기 좋은 세상에 수재민이다 뭐다 골치 아프게 신경 쓸 일 없어서 그랬나요?

그런데요. 물난리 나면 없는 사람들만 힘든 게 아닙니다. 가진 건 몸뚱이 하나 비 피할 집조차 없는 생명체들도 많습니다. 우당탕 퉁탕 흙탕물 쏟아지는 개울가 제방 위에 서서 보면 풀잎에 매달려 떨고있는 곤충들이 있습니다.

a 풀잎에 매달린 팥중이(왼쪽)와 아직 날개도 돋지 않은 어린 방아깨비.

풀잎에 매달린 팥중이(왼쪽)와 아직 날개도 돋지 않은 어린 방아깨비. ⓒ 이기원

풀잎에 매달린 팥중이가 보입니다. 이제 그만 와도 좋으련만 계속 비는 내립니다. 풀잎에 매달려 떠는 일 말고는 달리 비 피할 방법을 알지 못하는 이 녀석은 비에 젖은 채로 속절없이 떨고 있을 뿐입니다. 더듬이에도 이마에도 날개에도 빗물을 주렁주렁 매단 채 매달려 있습니다.


아직 날개도 돋지 않은 어린 방아깨비도 비를 피해 풀줄기에 매달려 있습니다. 어려움 함께 나눌 동료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비 그쳐 환한 햇살 비출 날을 기다리며 살고 있습니다. 이 어려운 시절 잘 극복하면 날개 달고 풀잎 박차고 허공을 향해 날 수 있을 거란 희망 하나 간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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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원

잠자리도 보입니다. 빗줄기 속에서도 비에 젖은 추한 모습 보여주지 않는 재주가 용한 녀석입니다.


풀잎에 앉은 잠자리보다는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유유자적 날아다니는 잠자리가 보기 좋습니다. 그래도 지금 날 수는 없습니다. 조금 쏟아지는 정도가 아니라 물 폭탄이라 불릴 정도의 험한 날씨이기 때문입니다.

이 곳에는 수많은 녀석들이 여기저기 숨어 있습니다. 카메라 들이대면 재빨리 몸을 숨기는 눈치빠른 녀석들도 있습니다. 카메라를 들이대건 말건 무작정 매달린 녀석들도 물론 있습니다.

몇 마리나 숨어 있을까요? 한번 세어 보세요. '숨은 곤충 찾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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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원

녀석들은 빗줄기 속에서 떨며 무슨 생각을 할까요? 사람들을 향해 비 피할 집 있어서 좋겠다며 부러워하지 않을까요?

가진 게 넉넉하지 않은 이들은 험한 장마철을 이겨내기 힘겹습니다. 힘겨운 이웃에게 힘이 되어주는 일을 찾을 때입니다.

성금 몇 푼 던져주는 형식적인 도움이 아니라 마음으로 함께 나눌 수 있는 도움이 필요합니다. 작아서 힘겹지만 아름답게 사는 이들에게 희망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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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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