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사람은 희생자가 아니다"

팔레스타인시인 2명의 그림전시회

등록 2006.07.24 15:04수정 2006.07.2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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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죽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죽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의 삶이 중요하듯이 나의 삶도 중요합니다."

흐느끼면서, 어눌하게 영어로 떠듬떠듬 말하던 김선일씨를 기억하십니까? 한 때는 두 주먹에 땀을 흘리며 걱정했던 그 순간. '힘의 논리에 지배되는 이 세상에 우리는 겁먹어서 살 궁리를 마련하는 토끼와 같아'라며 묵인해야했던 그 어디에선가 벌어지고 있던 전쟁들. 불타서 거리에 흩어지는 주검들과 집 없는 사람들, 헐벗은 채 거리를 뛰어다니는 아이들, 그 정중앙에 서있는 탱크와 살벌한 사막의 회오리바람, 건조함, 그리고 낯섦.


맞습니다. 지금,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그리고 이스라엘에서는 잔인한 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불공평한 살상이 자행되고 있는 이 순간에 우리는 아마도 우리의 일이 아니기에 혹은 할 수 있는 일이 없기에 무관심한 척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나에게 분노는 남아있는가, 정의감은 있는가, 아니면 현실과 사회를 들여다보려는 관심은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 때도 있겠지요. 그리고 이따금씩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혁명가 체 게바라의 말들이 생각날 때가 있지요.

a 전시회 안내

전시회 안내 ⓒ 김솔지

a 전시회 주인공 키파, 바쉬르씨와 작가 오수연씨

전시회 주인공 키파, 바쉬르씨와 작가 오수연씨 ⓒ 김솔지

a 그림들

그림들 ⓒ 김솔지

"무엇보다도 세계 어디에서든 불의가 저질러지면 그것에 깊이 분노 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어떤 불의이건 어떤 사람에게 저질러진 불의이건 상관없이. 이게 혁명가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자질이란다." - 아이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1965년

"그래서 만일 우리가 낭만주의자라고 해도 구제할 수 없는 이상주의자라고, 우리는 불가능한 것을 생각한다고 말한다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맞는 말이다. 우리는 그렇다고 해야 할 것이다. - 아바나에서 1962년


혁명가가 아니더라도 낭만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이 시대에 몸담고 있는 젊은 피와 영혼을 가진 인간이라면 행동을 취할 수는 없을 지라도 관심과 분노정도는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도움이 될 만한 전시회가 하나있습니다. 'Kifah Fanni, Bashir Shalash'. 키파와 바쉬르씨의 그림 전시회가 그것입니다. 7월22일에 시작되어 8월10일에 끝나는 이 전시회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몽환이라는 곳에서 합니다.


a 특별하고 싶다면 일반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마라

특별하고 싶다면 일반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마라 ⓒ 김솔지

a 시를 낭송하겠습니다. 바쉬르씨

시를 낭송하겠습니다. 바쉬르씨 ⓒ 김솔지

a 즉석에서 시를 쓰겠습니다. 키파씨

즉석에서 시를 쓰겠습니다. 키파씨 ⓒ 김솔지

키파씨는 "우리는 희생자가 아니다. 우리는 살아 숨 쉬는 보통 사람들이다. 당신들은 팔레스타인사람들을 초라하게 바라보고 연민을 느낄지 모르지만. 우리도 사랑을 하고 이별도 하고 주위를 둘러싼 것들에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팔레스타인의 수도 람말라에서 오신 것인가요?"라는 질문에 키파씨는 "람말라가 수도냐고 물어보는 것은 아주 예민한 질문이야. 우리가 예루살렘에서 쫓겨났기 때문이지. 그 신성한곳이 우리의 수도이기도 해"라고 답합니다.


이어 그는 "그래 맞아. 나는 정치적이고 기능적인 팔레스타인의 수도 람말라에서 왔지. 하지만 우리의 정신적 수도는 예루살렘이야"라고 말하며 평화를 되찾길 바랐습니다.

키파씨와 바쉬르씨는 광주와 서울에서 진행 중인 'Asian writers exchange programme'(2006년 5월~10월)에서 한국과 국제 작가들과 교류하기 위해서 내한했습니다.

아니, 작가들이 어떻게 그림을 전시할까? 재능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그림 안에 있는 수많은 아랍어글귀들을 볼 때, 그들은 분노와 답답함을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알리고 싶어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과 얼마동안의 대화를 나눴습니다.

"유대교나 이슬람교는 같은 신을 믿지 않습니까?"
"그래. 사람들은 이 문제를 결국 종교로 결속시키지만 사실 전쟁의 핵심은 이익이며 군수물자나 오일이 그들의 관심사야. 사실은 말이지, 우리는 우리의 땅을 되찾자는 것이 아니야. 예루살렘은 종교적 요충지야. 누구도 이 땅의 원조가 될 수 없어. 누구나 살 수 있는 곳이어 야해. 원래 우리가 살 때도 이곳에는 튀니지인 그리스인 할 것 없이 다 와서 살 수 있었어. 심지어는 이스라엘인들이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그들이 정착할 수 있게 가장 많이 도와준 것도 바로 우리 팔레스타인 사람들이야. 그런데 왜 우리가 지금 선을 그어놓고 으르렁대며 아까운 목숨들을 희생해야하는 것이지?"

a 형제들이여 불의에 분노합시다

형제들이여 불의에 분노합시다 ⓒ 김솔지

a 우리는 형제입니다.

우리는 형제입니다. ⓒ 김솔지

a 팔레스타인을 잇는다리

팔레스타인을 잇는다리 ⓒ 김솔지

그래 맞다. 왜 누구나 살 수 있어야 하는 땅에 제3자인 미국까지 끼어들어서 이렇게 저렇게 선을 그어야하며, 애꿎은 민간인들이 희생되어야하는 걸까요. 22일 저녁, 전시회 오프닝을 축하하기위해 온 이라크인 살람(Salam. H. gadhban )씨는 말씀하십니다. 이분은 이라크에서 CWB('Children Without Border'라는 비정부기구)에서 일하셨습니다.

"제가 이곳에 온 것은 형제로서 응원하기 위해서입니다. '알라살리꿈'이라는 아랍어의 의미는 '당신에게 평화를!'이란 뜻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곳에서 아주 먼 팔레스타인에서 그리고 레바논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십시오. 그리고 지금 이라크를 보십시오. 비록 후세인이 저의 두 형제를 죽였다하더라도 저는 감히 이렇게 말합니다. 'Today is better than Tomorrow(오늘이 내일보다 낫다!)'라고요. 내일은 또 어떤 굶주림이 기다리고 있을지 걱정될 뿐입니다. 더욱더 걱정인 것은 나날이 이라크는 힘들어지고 있음에도 국제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의 신문 구석에 한줄 기사조차 보도되지 않는 게 실정입니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전쟁이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에서 또 일어나고 있음에도 세계가 고개를 돌리고 있는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전시회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이 두 명의 팔레스타인 시인들의 그림뿐입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어 두려움도 없지만 잠재울 수 없는 분노를 표출해야겠기에 한국이라는 먼 곳까지 온 두 사람. 이들의 열정이 담겨있는 그림들이 이 전시회에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자세한 문의 : TheBridgeToPalestine@gmail.com)

덧붙이는 글 자세한 문의 : TheBridgeToPalesti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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