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일본 가고시마역 앞.조태용
미풍에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강아지풀을 뽑아 입에 물고 걷는 것을 좋아했다. 강아지풀 하나를 잎에 물고 아무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할 때면 내가 마치 아마존을 탐험하는 탐험가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첫 도보여행은 그렇게 추억되어 있는데 그 때 생긴 버릇이 혼자말하기다. 지나가는 풀과 새 그리고 바람에게 혼자서 말을 걸었다. 손으로 풀을 쓰다듬으면 안녕하고 말하면 풀도 고개를 숙이거나 머리를 흔들며 대답하는 것 같았다. 새는 무심히 날아갔지만 바쁜 일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나 친구는 바람이었다. 앞에서 불면 부는 대로 뒤에서 불면 부는 대로 바람은 내가 길을 걷고 있는 동안 항상 함께 했다. 도보 여행자에게 바람은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줄 수 있다. 거센 바람은 성질 사나운 친구를 만났다고 생각하면 된다.
도보여행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나 시작할 수 있다. 평소에 걷던 길을 다른 복장으로 걷는 것만으로 시작할 수 있는데 여행자의 모습으로 평소에 걷던 길을 걸어보면 또 다른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동네 숲길을 걷는 것도 여행의 시작이 될 수 있다.
2004년 일본에서 잠시 머물렀던 적이 있는데 휴일에는 장거리 마라톤 여행을 하기도 했다. 한 번은 매일 달리던 길을 벗어나서 지칠 때까지 달렸는데 어느 호숫가에 도착한 적도 있었다.
그 호숫가에는 나처럼 달리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래서 그들과 호숫가 주변을 달리다가 다시 달려온 길로 되돌아온 적도 있었다. 5시간 정도 되는 짧은 마라톤 여행이었지만 좋은 추억을 남겨 주었다. 호숫가에 불어오던 바람과 운동화를 통해 전해지던 부드러운 흙길의 느낌들 그리고, 달리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눈빛들 그리고, 생소했던 풍경들은 지금도 눈에 보이는 듯하다. 몸으로 직접 느낀 것은 오래가기 마련이다.
아. 그리고 보니 여행의 동반자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신발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신발을 찾기 시작했다. 여행의 동반자인 신발의 상태를 살폈다. 도보여행을 떠나려고 한다면 200년 전의 여행자가 그랬듯이 먼저 신발을 살펴야 한다. 신발은 무엇을 신어도 좋다. 걷는 동안 자신의 발을 편안하게 해주고 보호해준다면 말이다.
하지만 운동화를 신는다면 쿠션이 3cm 이상 되는 신발을 권한다. 걷기에 좋은 운동화는 가벼운 운동화가 아닌 쿠션이 좋은 운동화기 때문이다.
충분한 쿠션과 편안한 신발을 선택했다면 복장을 살펴보기 바란다. 땀이 많이 흐를지도 모르니 땀 흡수와 건조가 잘되는 옷이 있다면 좋겠다. 일반적인 등산복 정도면 걷기 여행준비는 다 된 것이다. 그렇다고 꼭 등산복이 없는데 구입 할 필요는 없다. 어떤 옷을 준비하기 위해 여행을 미루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지금 떠나고 싶다면 지금 입고 있는 복장 그대로 떠나면 된다. 새로운 옷을 구입하기 위해 시장을 가는 동안 당신에게 다른 일이 생겨 여행을 떠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옷이 아니라 도보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마음이다. 그 마음이 옷보다 중요하다. 이제 모둔 준비가 되었다면 신발을 신고 문을 열고 세상을 향해 걸으면 된다. 그렇게 지리산 도보여행도 시작되었다.
덧붙이는 글 | 우리 농산물을 구입할 땐 참거래 농민장터(www.farmmate.com)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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