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여성주의자들의 글쓰기 방법에는 설득이 없다

'왜 남자는 밥을 얻어먹고 사는가'라는 기사의 문제점

등록 2006.07.24 17:38수정 2006.07.24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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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신문기사 및 매체를 통해 여성주의자들의 글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그 글들의 가장 큰 목적은 문제제기이며, 각 사안에 대하여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풀어나가게 된다. 필자도 그 문제제기에 대해서 대다수 공감한다. 하지만 몇몇 글들에 있어서 그 글쓰기가 가지는 방법의 문제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권혁란 기자님께는 죄송한 이야기이지만, '왜 남자는 밥을 얻어먹고 사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도 이러한 문제 있는 글쓰기 방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기사의 부제는 '제 밥상 잘 차려먹는 남자들이 가장 멋있다'이다. 이 부제를 다시 읽어 보면, 제 밥상, 즉 전통적으로 여성의 몫이라고 간주되어 왔던 가사를 남성이 하는 것은 감정적으로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긍정적이다. 하지만 멋있다는 표현은 부적절하다. 가사일, 생활에 있어서 필요한 노동은 그것이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멋있다 멋이 없다는 문제가 아니라, 그것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필요'다. 즉, 감정적인 문제가 아니며, 이런 표현은 글의 객관성을 상실하게 만든다.

이야기를 조금 더 확대해서 말하자면, 많은 여성주의자들이 문제제기를 위하여 쓰는 글들이 '설득'과 올바른 성차별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설득'과 '대한 제시'를 위한 글이 아니라, 감정적인 '토로'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것이 일반화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여성들의 대화' 혹은 '수다'라고 말해지는 대화의 방법은 상황적, 논리적 접근이 아닌, '공감'을 근거로 한다는 이야기를 몇 번 들었던 적이 있다. '공감'이라는 것은 '문제인식'을 위한 시작점이지 '문제제기'를 위한 시작점이 아니다.

권혁란 기자님이 '문제인식'이 아니라 남성들에게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다면 구태여 '가축'이라는 단어까지 동원해서 '문제제기'를 하지는 않았을 터이다. '남성'과 '가축'을 비교하는 내용으로 글을 쓴 것은, 남성들을 '설득' 하고자 함이 아닌, '여성'이 처한 비합리적인 상황을 '감정'적으로 '남성'들에게 응대한 것에 불과하다. 즉, 감정적 토로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글쓰기로 문제가 개선되거나 해결될 리 없다.

성차별적인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싶다면 '멋있다'라든가 "'가축'과 같다"라는 감정적 표현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킨다. 두 사람이 어떠한 문제의 옳고 그름을 논할 때 감정적인 표현의 토로는 문제의 토론을 '싸움'으로 전락시킨다.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설득'을 위한 글쓰기가 필요하다.


사실 성차별의 문제를 접근함에 있어서, 우리는 대부분을 감정적인 대응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가장 간단한 예가 남성의 군대문제와 여성의 출산 및 양육의 문제이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왜 이 두 문제가 서로 연관이 되어야 하는지 아직도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듯이, 국방의 의무를 진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국방을 위하여 세금이 아닌 군역(軍役)으로서 세(稅)를 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것은 공평한 과세(課稅)의 문제이다. 따라서 남성만이 군역의 의무를 지는 것은 부당하다. 즉, 적어도 현실적인 이유에 의하여 남성만이 군역의 의무를 져야한다면, 군필자에게는 그에 합당한 대가가 사회적으로 지불되어져야 한다. 즉,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묵묵히 군역을 다한 예비역 군인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은 해오지 않고 있으므로, 사회적으로 모든 예비역 군인들에게 이 불평등한 과세에서 오는 문제를 보상해야만 한다.

그것과는 별개의 문제로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는 그 사회의 노동력 공급의 근원이 되는 출산과 양육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편의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출산과 양육의 모든 편의를 제공하고 그것에 의하여 여성이든 남성이든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시행하여야 한다.

즉, 군대의 문제는 세금의 문제이고, 출산과 양육의 문제는 '자본주의'라는 체제가 가지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는 문제이다. 즉, 이런 예에서 보았듯이 '성차별'의 문제에 있어 상사성(相似性)에 의하여 접근하는 '감정적'대응이 얼마만큼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지 인식해야만 한다.

여성주의자들의 '문제인식'은 아주 훌륭하다. 그러나 몇몇 여성주의자들의 글쓰기는 '문제악화'를 노리는 듯한 글쓰기이다. 그 글들이 '설득'과 '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글쓰기가 아니라, 단지 '지금의 부당한 현실'을 '감정적으로 토로'하고 싶었다면, 그것은 진정한 '여성주의자'들의 글쓰기가 아니다.

객관성에 근거한 글쓰기는 '남성적'글쓰기가 아니며, 그것은 단지 '객관적' 글쓰기이고 문제해결을 위한 글쓰기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저는 대학원에 재학중인 학생으로서, 매일 찬거리를 고민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덧붙이는 글 저는 대학원에 재학중인 학생으로서, 매일 찬거리를 고민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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