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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랑나비, 날개는 노랑색이지만 암컷은 보통 하얗다. 노랑나비를 보면 길하다는 속설도 있다. ⓒ 권용숙
비가 그치고 나니 우리동네 사는 나비들이 서로 제가 더 예쁘다고 날개짓을 하며 날아 다녔습니다. 어느 날은 몇십년 동안 한번도 보지 못한 노랑나비까지 나타나 내 앞을 가로질러 나풀나풀 날아갔습니다. 오랜만에 본 노랑나비가 어찌나 예쁘던지 한참을 노랑나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따라다니게 되었습니다.
나비들은 가는 호스 같은 입으로 꽃의 꿀을 빨아먹는데, 오래도록 꽃 위에 머무는 법이 없습니다. 길어야 3초나 될는지 아무튼 그 짧은 시간 안에 나비를 예쁘게 사진 찍어 줘야 하는데 멋진 나비일 수록 한 꽃에 오래 머무는 법이 없는 것 같아 슬며시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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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추흰나비 ⓒ 권용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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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의 사랑 ⓒ 권용숙
배부르게 꿀을 먹은 나비들은 멋진 날개를 포개어 짝짓기도 했습니다. 짝짓기 중에도 사람이 다가오거나, 위험하다 느끼면 바로 날아가 버립니다. 둘이 어떻게 날아다닐 수 있냐구요.
생각보다 잘 날아다닙니다. 둔해보이긴 해도 날아다니다 추락하는 것은 한번도 못 보았지요. 뒤에 나비는 가만히 있고 앞에 나비가 날개짓을 해 날아 다니며 안전한 장소를 찾아 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수컷끼리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 얼마 전 방송을 보니 실제로 왕세줄나비는 암컷번데기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나비로 우화 하자마자 짝짓기에 들어가더군요. 이때 주위에 수많은 수컷과의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짝짓기 후 암컷 나비는 보통 잎사귀 뒤에 알을 낳지요. 봄에 낳은 알은 여름에 나비가 됩니다. 여름에 낳은 알은 가을에 나비가 됩니다. 가을에 낳은 알은 겨울에 나비가 될까요? 겨울에는 추워서 나비가 되지 않지요. 가을이 끝날 무렵 번데기가 되어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에 나비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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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빛부전나비, 마치 두마리가 짝짓기하는듯 속았다. 뒷날개끝도 더듬이가 달려있는듯 보인다 ⓒ 권용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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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방씨알붐나비 ⓒ 권용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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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멋쟁이나비 ⓒ 권용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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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줄표범나비 ⓒ 권용숙
좀더 높은 곳에 오르니 표범나비과 나비들이 많았습니다. 알록달록한 검은 무늬에 크기도 훨씬 크고 예쁘다는 말보다는 멋지다는 말을 해주고 싶은 나비입니다.
그중에 유독 눈에 띄어 스치듯 눈앞에서 사라진 나비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산밭 그물망 위로 날아가며 마치 "약오르지" 라고 놀리는 듯 사라진 '작은멋쟁이나비'는 그 색상이 얼마나 화려하던지, 나비한테 반한 게 아니라 나비한테 홀린 듯 높게 쳐놓은 그물망 밑에 조금 뚫린 개구멍같은 곳을 기어가 다시 한번 보게 되었지요.
산밭에서 대파 모종을 하던 사람들이 뭐 저런 여자가 있나 하고 모두다 쳐다보았는데, 그 다음날 가니 단박에 저를 알아보더군요. '아, 어제 나비 찍던 사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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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방씨알붐나비 ⓒ 권용숙
이런 장면은 안보여 드리고 싶은데 어쩔 수 없습니다. 집에 오는 길 깨진 토마토 위에 파리와 함께 앉아 날아가지도 않고 '토마토 주스'를 마시는 나비, 오늘 이후 나비나라에서 퇴출 당할지도 모릅니다. 우아한 나비 체면 다 망가뜨렸다고.
옆에 토마토밭 주인아저씨에게 물어 봤지요.
"나비가 토마토도 좋아 하나봐요."
"그럼요. 나비가 꿀만 먹는 줄 알았나요. 토마토도 좋아하고 꿀 마시다 목이 마르면 개울가에 앉아 물도 마시는걸요."
나비한테 홀렸다 나비에게 배신당한 기분, 나비는 끝끝내 옆에 피어있던 개망초꽃보다 으깨진 토마토 위에서 파리들과 함께 구부러진 긴대롱으로 토마토즙을 마시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아무튼 "나비가 살 수 없는 곳에 사람도 살 수 없다"고 했는데, 이렇게 멋진 나비들이 많은 우리동네 참 아름답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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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멋쟁이나비 ⓒ 권용숙
덧붙이는 글 | 나비목의특징
크게는 나비와 나방으로 구분되는 곤충이다. 나비는 낮에 활동하지만 나방은 밤에만 활동하는 야행성 곤충이다. 나비에 비해 나방은 종류가 더 다양하고 몸집이 크다. 어른벌레는 긴 대롱 같은 입으로 꿀을 빨아먹으며, 애벌레는 식물을 갉아 먹는다(백과사전에서).
나비들이 비슷비슷해서 이름을 찾아 붙였는데 혹 틀린이름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위 나비 이외에 '출연'하지 못한 나비도 몇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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