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용 방패로 노동자 공격
"경찰이 이렇게 무서운 지 처음 알았다"

하중근씨 사고 원인 진상조사단, 부상 경위 등 조사결과 발표

등록 2006.07.28 15:46수정 2006.07.2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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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포스코 본사 점거와 관련된 시위를 벌이던 중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머리를 다쳐 뇌사상태에 빠진 포항지역건설노조원 하중근씨 사건에 대한 시민단체 진상조사단의 1차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이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렸다. 박석운 민중연대 집행위원장이 하중근씨의 부상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 16일 포스코 본사 점거와 관련된 시위를 벌이던 중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머리를 다쳐 뇌사상태에 빠진 포항지역건설노조원 하중근씨 사건에 대한 시민단체 진상조사단의 1차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이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렸다. 박석운 민중연대 집행위원장이 하중근씨의 부상상태를 설명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경찰은 지난해 11월 농민 시위 진압 과정에서 두 사람을 때려 사망케 했다. 당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면서 경찰청장까지 퇴진했지만, 이번에는 진압 과정에서 노동자를 때려서 뇌사 상태에 빠지게 했다. 경찰이 농민과 노동자를 때려죽이는 상황이다."(박석운 전국민중연대 집행위원장)

경찰의 시위대 진압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11월 쌀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시위 도중 전용철·홍덕표 농민이 사망한 이후 이번에는 노동자가 시위 도중 경찰의 방패에 맞아 뇌사 상태에 빠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포항지역건설노조 조합원 하중근(45)씨는 노조의 포스코 본사 점거가 한창이던 지난 16일 형산로터리(포항시 남구) 시위 도중 사고를 당한 뒤 현재 포항 동국대병원에 입원 중이다.

'하중근 조합원 사고원인 진상조사단'은 28일 오전 민주노총(서울 영등포) 1층 회의실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당시 경찰은 손에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경고 방송도 하지 않은 채 닥치는 대로 머리와 얼굴을 공격했고, 그 중 대오 앞에 서 있던 하씨의 후두부를 방패로 찍어 치명상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지난 22일 직접 현장을 방문한 이들은 "사고일(16일)로부터 10여일이 지나도록 정부와 경찰은 하씨의 사고 원인과 후속 대책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조사단 결성 배경을 밝혔다.

조사단은 하씨 주치의의 소견서를 바탕으로 "하씨는 집회 현장에서 경찰의 방패로 머리 우측 뒷부분을 맞았고, 그 충격으로 하씨의 뇌 우측 앞부분에 출혈성 뇌좌상과 뇌부종(뇌의 부피가 커진 상태)이 생겨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주치의의 '임상적 추정'에는 "우측 후두부에 5cm 길이의 일직선 모양 두피 열상, 우측 전두엽 출혈성 뇌좌상·뇌부종"이라고 적혀있다.

이영철(전 포항지역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씨가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영철(전 포항지역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씨가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하씨와 함께 현장에 있었던 이영철(전 포항지역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씨는 "25년간 이 일(노동)을 해왔지만, 경찰이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16일 집회장인 형산로터리에서 집회 사회자가 '이지경 위원장이 왔다'고 말하자, 경찰은 경고 방송도 없이 소화기를 뿌리면서 우리를 덮쳤다. 대부분 대오 뒤쪽으로 도망갔지만, 하중근 동지는 앞으로 나섰다. 10분 뒤 '누군가 크게 다쳐서 병원으로 수송됐다'고 했고, 그가 하 동지였다는 것을 알았다"

박석운 전국민중연대 집행위원장은 ▲노동자들의 평화적인 집회였다는 점 ▲해산을 명령하는 경고방송 없이 공격한 점 ▲방어용 방패를 공격용 무기로 이용한 점 등을 들어 경찰의 진압 과정을 문제 삼았다.

권영국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는 "경찰이 방패를 감싼 고무 바킹을 벗기고, 시위 현장에서 방패를 가는 등 위험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도 고무 바킹이 벗겨진 상태에서 후두부를 공격했기 때문에 예리한 상처가 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것은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생긴 '미필적 고의'라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중근씨가 부상을 당한 지난 16일 포항 집회에서 경찰이 방패로 한 집회 참가자의 머리를 내리찍고 있다.
하중근씨가 부상을 당한 지난 16일 포항 집회에서 경찰이 방패로 한 집회 참가자의 머리를 내리찍고 있다.민중의소리 제공
머리에서 많은 피를 흘리는 하중근씨가 치료를 받고 있다.
머리에서 많은 피를 흘리는 하중근씨가 치료를 받고 있다.민중의소리 제공

"침묵하는 언론... 포스코 때문이냐, 경찰 때문이냐"

조사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언론 보도 행태도 문제 삼았다. 박 위원장은 "시위 도중 엄청난 일이 발생했는데도 한국 언론은 제대로 보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포스코나 경찰의 언론공작 때문이냐"고 따져물었다.

권 변호사는 "언론에서 이 사건의 보도를 묵살하고 있는 점은 상식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없고, 대단히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포항지역건설노조 파업의 올바른 해결과 건설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 이후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포스코의 불법 대체고용과 노조탄압 중단 ▲정부의 노동운동 강경탄압 중단 ▲언론의 편파보도 중단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포항 사태를 계기로 공대위를 구성하고, 건설현장과 비정규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과 정당한 노조활동보장에 함께 나설 것"이라며 "건설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에 사회적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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