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사랑 02>김태우
현실은 동화 속에서처럼 선인들이 복을 받고, 악인들이 벌을 받는 곳이 아닙니다. 사랑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간절히 사랑한다고 해도 얼마든지 사랑이 열매를 맺지 못할 가능성이 엄연히 존재하는 곳이 바로 현실입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상처가 되어 아프게 남을 수 있는 곳이 바로 현실인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진실한 의미를 꿈꾸는 사람들의 숙명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꿈을 꾸면 100% 현실이 되고, 사랑을 꿈꾸면 100% 연인이 된다면 꿈과 사랑은 그다지 아름답고 절실한 의미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
사랑의 에너지가 반드시 사랑의 결과물로 돌아오기를 바라기보다는, '제대로 된 사랑'을 하려는 의지가 더 앞서야만 합니다. 제대로 된 사랑이 아니라면, 결국 사랑은 살얼음판처럼 위태롭게 유지되다가, 종국에는 균열을 일으킬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헤어진다고 해도 '제대로 된 사랑'이 있다고 나는 믿습니다. 사랑이 열매로 남지 못한다고 해도 부끄럽지 않게 간직할 수 있는 사랑의 추억이 있다고 나는 믿습니다.
그런 사랑을 꿈꾸는 것이야말로 사랑을 사랑답게 지키는 것입니다.
04.
21세기 현대사회에서 사는 모든 사람들은 사랑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거리의 레코드 가게에서는 사랑 노래가 항상 흘러나오고, 철마다 영화관에서는 멜로 영화가 상영됩니다. TV 드라마에서는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강행하려는 연인들이 언제나 출연 중이고, 고가도로변에 설치된 대형 광고판에는 미녀 모델이 사랑의 최면을 걸며 상품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연애정보 프로그램에서는 연예인의 결혼과 이별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싸구려 잡지들은 있지도 않은 스캔들을 가공해 판매부수를 올리려고 합니다. 결혼 상담업체에서는 학벌과 연봉, 집안과 외모를 근거로 손익분기점을 따지며 연인을 대리 물색 중이고, 나이트클럽에 온 사람들은 하룻밤의 사랑을 나눌 상대를 찾아 헤맵니다. 카바레에서는 일탈을 꿈꾸는 춤꾼들이 금지된 사랑의 스텝을 밟고, 도심의 변두리 숙박업소는 애정행각을 벌이는 사람들에게 장소를 유지하고 돈을 받습니다. 그 모든 행위들이 사랑이라는 미명 아래 이루어집니다.
이 도시에서 사랑은 명백하게 소비되고 있습니다. 사랑이야말로 각양각색의 이미지가 난무하는 21세기에 가장 영향력이 큰 히트 상품입니다. 모든 것을 돈으로 계산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랑보다 더 돈벌이가 되는 이미지도 드뭅니다.
사람들은 무작위로 쏟아져 나와 소비되는 사랑의 이미지에 호기심을 느끼고, 매혹됩니다. 그리하여 종종 진정한 의미의 사랑은 왜곡되고 뒤틀립니다.
그리하여, 사랑이 넘쳐나는데도 사랑은 없습니다.
05.
사랑이 그토록 중요한 의미인데도, 이상하리만치 우리는 사랑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저 낭만적인, 혹은 피상적이고 모호한 사랑의 개념만이 난무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 고민을 여러분과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아무도 내게 가르쳐주지 않았던 사랑에 관한 비밀들을.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