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선명하게 보이는 길도 찾는 사람이 없으면 사라진다.조태용
내가 스스로 선택했고, 이미 목표가 너무 명확할 때 뒤돌아볼 여유를 갖는 것은 쉽지 않은 법이다.
칡넝쿨 숲을 겨우 겨우 빠져 나오니 이번에는 대나무 밭이 기다리고 있다. 대밭으로 들어가 보니 오랫동안 베지 않아 대나무가 빽빽하게 가득 차 있었고, 대나무 사이를 뚫고 지나가기도 어렵다. 대나무 밭에 사는 작은 모기들은 먹이를 기다리던 맹수처럼 일시에 달려들어 피를 빨고 있다.
이미 잘 닦인 길을 가는 것은 쉬운 일이다. 누구도 가지 않은 산길을 걷는 것은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인생처럼 험난했다. 이 길도 문수골에서 나무를 해서 지게에 지고 마산면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았을 때는 누가 보기에도 선명한 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가는 사람, 찾는 사람이 없으니 길은 사라지고 칡넝쿨만 무성한 길이 되어 버렸다.
노신은 단편소설 '고향'에서 길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가는 사람이 많으면 그것이 곧 길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잘 닦여 있던 길도 사람이 가지 않으면 다시 숲이 된다. 좋은 길과 나쁜 길이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한다. 어떤 이는 애써 힘든 길을 선택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편안한 길만 찾아가는 사람도 있다. 인생은 편안한 길을 선택해도, 험난한 길을 선택해도 종착점은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인생의 깊이는 다를 것이다.
나는 지금 아주 오래된 옛길을 가고 있다. 이 길에서 무엇을 찾고 얻게 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단지 길이라는 것은 있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며, 다시 생기기도 하고, 과거에 있던 길도 쉬이 사라진다는 것을 알았다.
지리산 산골 상죽 마을에 나는 그렇게 도착해 있었다.
덧붙이는 글 | 농산물 직거래 참거래 농민장터 팜메이트(www.farmmate.com)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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