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C급 교사야!

[주장] '교원 성과급'이 두려운 까닭

등록 2006.08.02 16:38수정 2006.08.0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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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기어이 교사들을 A, B, C로 등급을 나누고 거기에 따라 성과급이란 걸 차등 지급키로 한 방침을 강행하고 있다. 처음부터 교사들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치자 애초 50%로 하려던 차등폭을 20%로 낮추긴 했지만 그 비율이 100%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리되면 A급 교사가 100만원을 받을 때 C급 교사는 빈손이 된다. 교육부의 몰(沒)교육적이라 할 교원정책이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성과급 문제는 그 중 최악이 아닌가 한다. 그것은 한마디로 ‘돈 더 줄 테니까 열심히 하라’는, 달지도 몸에 이롭지도 않은 당근이다.

어떤 이들은 당장 물을 것 같다. 왜?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거기에 맞는 대우와 더 나은 보수를 보장해 주는 게 뭐가 나쁜가? 덮어놓고 경쟁을 부정하려 드는 선생들이야말로 무사안일이 몸에 배인 탓에 공연히 뒤가 켕기는 치들이 아닌가…? 딴은 옳은 말씀이겠다.

그러나 묻건대 한 교사가 ‘열심히’ 일함으로서 다른 교사보다 더 나은 교육적 ‘성과’를 냈다는 것을 어떻게 객관화 수량화할 수 있을까? 교육부도 이게 불가능하다는 걸 모를 리 없다. 그래서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보직과 담임 여부, 수업 시수, 경력, 포상 등을 평가기준으로 제시한 바지만 이런 식으로 나뉜 등급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나로선 알 재간이 없다.

담임은 대개 순환제고 수업 시수는 교사가 마음대로 더 하거나 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직을 맡은 교사가 남달리 ‘고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보직도 담임도 안 맡은 교사들, 생전에 포상 같은 건 염두에도 안 두고 받아 본 적도 없는 교사들 중에는 남모르는 열성으로 교과연구회다, 교육 연극이다, 상담 심리 세미나다 하며 두 눈 빛내며 뛰어다니느라 엄청 고생하는 이들도 숱하다. 그것도 제 돈을 들여서!

그거야 다 제 좋자고 하는 일이고 자기발전을 위해 그러는 것이고 교사로선 당연한 고생이라고? 물론이다. 거기에 더 보태자면 보직도 담임도 교사라면 누구든 맡겨지면 당연히 해야 하는 학교의 일상 업무의 하나일 뿐이다. 그것 자체가 ‘성과’ 평가의 기준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교육부가 성과급과 관련해 내놓은 평가 항목들로선 교사가 학생과의 만남을 통해, 그러니까 수업과 학급 운영과 특별 활동, 개별 상담 등을 통해 어떤 교육적 결실을 보고 있는지는 결코 가늠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일단 논외로 두자. 그 이전에 나는 이렇게 묻고 싶으니까.


‘한 교사가 다른 교사보다 수업 준비에 좀 더 성실하고 학생 지도에 좀 더 진지하며 학교 일에 좀 더 솔선수범한다고 해서 그걸 몇 푼의 돈으로 상찬하고 또 그런 방식으로 그것을 장려하는 것이 정녕 교육적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아차차! 막상 해 놓고 나니 내 질문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알겠다. 이 정부와 교육부의 명쾌하고도 자신에 찬 반문이 즉각 내 귀청을 때리는 듯하니 말이다.


“교육적? 돈이 되는 것만큼 교육적인 게 대체 어디 있단 말이오? 교육도 다 남보다 더 잘 먹고 더 잘 살자고 하는 것 아니오?” 그리고 뒤이어 날아오는 또 한 마디. “그런 허튼 소리나 하는 당신, 영락없는 C급이야!”

그러고 보니 나는 정말이지 뿌리부터 가망 없는 C급인 것도 같다. 학교는 ‘시장의 논리’와 끊임없이 긴장관계를 가지는 마지막 보루여야 한다는 신념을 아직도 폐기처분 하지 않고 있으니까. 예전엔 반성의 대상이라도 되었던 무한 경쟁 체재의 학교가 이젠 당연지사를 넘어서 더욱 조장해야 마땅한 무엇으로 아주 숭앙을 받고 있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은 생각이 여전히 없으니까.

그러니 어쩌겠는가? 달리 방법이 있나? 나는 내가 어떤 급으로 분류되었는지 아직 모르지만 진작부터 성과 상여금을 교육부에 반납키로 했고, 그보다 먼저 감히 말하건대, 나는 C급을 무서워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누군가는 받아야 하는 C급이니까. 학교마다 교사의 30%는 해마다 반드시 C급으로 매겨지니까. C급이 되어 일년에 100여 만원의 보너스를 더 적게 받는 건 아쉽기는 하겠지만 견딜 수 있으니까.

그러나 어쩔 수도 없이 나는 교원성과급이 두렵다. 왜? 돈에 대한 욕심을 버리면 뭐가 두려울 게 뭐 있느냐고 물으실 분도 있겠다. 그래서 나는 내게 다시 물어본다. 왜? 정녕 뭐가 두렵단 말인가…?

고백컨대 나는 교원 성과급을 놓고 그것의 교육적 의미’를 묻는 교사들을 이기적이라고만 비난하는 세상이 두렵고, 교육을 ‘더욱 상품으로’ 학교를 ‘더욱 시장으로’ 몰고 가는 정부와 교육부가 두렵고, 어찌됐든 30%의 교사들이 C급 교사로, 40%의 교사들이 B급 교사로 학생들 앞에 서야 하는 미증유의 현실이 두렵다.

물론 세상 사람들은 노력하라, 노력하라 소리 칠 테지만 노력도 노력 나름인 것을 어찌하랴. 함께 살기 위한 노력도 있고 공멸인줄 모르는 노력도 있다. 참으로 실력 있고 참으로 학생들로부터 신망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교사일수록, ‘나를 평가하라, 나는 두렵지 않다’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살려내야 마땅한 교사의 자존심을 마구 뭉개지만은 말아 달라’는 말없는 호소에도 세상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리한다면 매를 맞아 마땅할 때도 많은 나 같은 ‘C급’ 교사들도 더욱 옷깃을 여미고 분발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8월 2일자 <경향신문 교단일기>에 보낸 원고를 더 덧붙여 쓴 기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8월 2일자 <경향신문 교단일기>에 보낸 원고를 더 덧붙여 쓴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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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오랫동안 고교 교사로 일했다. <교사를 위한 변명-전교조 스무해의 비망록>, <윤지형의 교사탐구 시리즈>, <선생님과 함께 읽는 이상>, <인간의 교사로 살다> 등 몇 권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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