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피열창, 갈비뼈 골절, 곳곳 피멍
'방패·소화기·곤봉으로 무차별 구타

진상조사단 고 하중근씨 부검 결과... 도대체 얼마나 때렸기에

등록 2006.08.03 17:11수정 2006.08.0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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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3일 오후 서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건설노동자 하중근 사망 진상조사단 2차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고 하중근씨의 부상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3일 오후 서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건설노동자 하중근 사망 진상조사단 2차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고 하중근씨의 부상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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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1일 새벽 사망한 포항건설노조 고 하중근(44)씨는 쓰러지기 직전까지 경찰에게 무차별 구타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3일 오후 '하중근 사망사고 원인 진상조사단'이 내놓은 부검결과에 따르면 하씨는 온몸에 피멍을 입고 곳곳이 찢겨진 상태로 두개골 골절상을 당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경찰이 시위대를 벗어나려는 하씨를 둘러싸고 손과 발을 비롯해 온갖 흉기로 짓밟았다는 뜻이다.

진상조사단에 참여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는 부검결과 보고서에서 "양측 상박부에 500원 동전 크기의 피멍과 그 직하방에 피하출혈, 근육간 출혈이 발견됐고 우측 4번과 5번 갈비뼈가 골절됐다"며 "또 우측 후두부 상방에 5cm 크기의 일직선 모양의 두피열창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진상조사단은 "이는 고 하중근씨가 수차례 타격을 받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상조사단은 또 하씨에게서 발견된 두개골 골절과 '대측손상'(충돌부위 반대측에 생기는 상처로 관성에 의해 발생)이 다양한 무기들에 의해 생긴 상처라고 밝혔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하씨의 죽음에는 발길질이나 군홧발, 주먹질, 진압봉, 방패, 소화기, 밀려서 넘어짐 등 다양한 외력이 작용했음을 시신이 증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진상조사단은 하씨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된 '반대측 뇌좌상(대측손상)'은 둥글고 적당한 면적을 가진 무기, 즉 소화기에 얻어맞아 생긴 상처라고 지적했다. 진압 현장에서 경찰은 곤봉과 방패는 물론 화재 진압용인 소화기까지 무차별 휘둘렀다는 얘기다.

또 하씨 머리 오른쪽 밑에 생긴 5cm의 찢어진 상처는 "방패로 가격당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결론내렸다. 진상조사단은 "당시 현장에서 경찰들이 방패의 고무패킹을 떼고 있는 장면의 사진과 방패로 노동자들을 가격하고 있는 사진이 이에 대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a 고 하중근씨가 부상을 당할 당시 집회에서 진압 경찰이 한 참가자의 머리를 방패로 내리찍고 있다. 트럭 아래쪽에는 소화기가 바닥에 뒹굴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고 하중근씨가 부상을 당할 당시 집회에서 진압 경찰이 한 참가자의 머리를 방패로 내리찍고 있다. 트럭 아래쪽에는 소화기가 바닥에 뒹굴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진상조사단은 경찰이 진압당시 방패 테두리에 둘러쳐진 안전고무를 군화발로 떼어내는 사진을 공개했다.

진상조사단은 경찰이 진압당시 방패 테두리에 둘러쳐진 안전고무를 군화발로 떼어내는 사진을 공개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고인의 동료인 정기연씨가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다가 감정이 북받혀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닦고 있다.

고인의 동료인 정기연씨가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다가 감정이 북받혀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닦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진상조사단은 시위 현장에 참가했던 여러 조합원들의 증언을 종합한 결과 경찰이 단 한 차례의 경고 방송도 없이 무조건 덮쳤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하씨 사망사고의 경우 경찰은 집회 해산을 시키면서 방패를 수평으로 들고 집회 참석자들의 안면부나 두부를 가격하는데 사용하면서 참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단은 "이 사건의 수사는 가해자인 경북지방경찰청이 진행하고 있어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수사가 될 리가 없다"며 "국가인권위와 같은 독립적인 국가기관에서 조사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검결과 경찰의 무차별 구타에 의해 하씨가 사망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진상조사단은 지난해 11월 사망한 고 전용철 농민 사건과 하씨의 사망사고가 똑같다며 경찰을 비난하고 있다.

고 전용철씨는 지난해 11월 15일 서울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했다 경찰이 휘두른 방패에 맞아 두개골 골절을 일으킨 뒤 집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고 홍덕표씨 역시 같은 날 집회에서 구타를 당해 목숨을 잃었다.


국가인권위 조사 결과 두 사건은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해 발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허준영 경찰청장도 지휘책임을 지고 사퇴했으며, 최광식 경찰청차장은 기자들 앞에서 "시위진압 매뉴얼을 바꾸겠다"고까지 선언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 8개월만에 또 다시 경찰의 진압에 의해 하씨가 사망함으로써 비난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폭력을 휘두른 과거를 전혀 반성하지 않고 악습을 되풀이하고 있다는게 그 내용이다.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하씨 외에도 16명의 조합원과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의 진압에 부상 당해 5명이 병원에 입원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진상조사단에 참여하고 있는 박석운 전국민중연대 집행위원장은 "국과수와 의견차이를 좁히고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장례를 치를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부검 관련 기자회견을 연 이유는.
"평화적인 시위 도중 한 사람이 온몸이 부서져 죽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들을 다루는 언론 보도가 편파적이다. 몇몇 인터넷 신문을 제외한 언론들이 사건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보도를 축소시켜왔다. 이에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가 분석한 부검결과를 제공하려고 한다."

- 의사 소견 결과 둥굴고 큰 물체에 맞았다고 한다. 어떤 물체일 것으로 예상하나.
"우리가 제공하는 시위사진에 보면 소화기가 자주 등장한다. 전경들이 소화기를 분사하고 시위대에게 던진 것일 가능성이 크다."

- 목격자들을 확보했다고 했다. 이들은 고 하중근씨 사고를 직접 목격했는가.
"목격자들은 같은 장소에 있다가 같이 부상당한 이들과 고 하중근씨를 직접 후송한 이들, 주변 목격자 들이다. 이들의 말이 정리되는 대로 3차 진상조사 기자회견에서 발표할 것이다."

- 앞으로 장례절차는 어떻게 되나
"국과수와 의견 차이를 좁히고 조사가 끝나기까지는 장례를 치를 생각이 없다. 어서 진상조사가 마무리돼야 한다."

- 부검에 대해 국과수와 진상조사단 사이에서 일치되는 점은.
"결정적 사인이 된 고 하중근씨의 후두부 아랫부분의 골절이 넘어져서 생긴 것이 아니라, 무엇에 맞아서 생긴 것이라는 점에서 일치했다. 하지만 원인이 된 둔기가 소화기라는 것은 합의되지 않았다."

a 포스코 본사 점거 농성과 관련해서 포항시내에서 시위를 벌이던 도중 경찰진압 과정에서 부상을 당해 사망한 고 하중근씨의 사인에 대한 '하중근 사망 진상조사단'의 2차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이 3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녹색병원 신경외과 김혁준 과장이 고인을 사망에 이르게한 부상 부위를 설명하고 있다.

포스코 본사 점거 농성과 관련해서 포항시내에서 시위를 벌이던 도중 경찰진압 과정에서 부상을 당해 사망한 고 하중근씨의 사인에 대한 '하중근 사망 진상조사단'의 2차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이 3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녹색병원 신경외과 김혁준 과장이 고인을 사망에 이르게한 부상 부위를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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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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